신용호 교보생명 설립자가. /교보생명 제공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설립자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그는 대산문화재단 등 3개 공익 재단을 만들어 활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벌인 기업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또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교육보험을 만들어 보험 업계에 영감을 줬다는 의미에서 ‘보험인의 참스승’으로 통한다. 아울러 ‘국민 교육’, 즉, ‘참사람 육성’에도 많은 힘을써 '국민 교육의 영웅'으로도 불린다.

3개 사회 공익 재단 만들어 사회공헌

그는 “기업의 이윤 추구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런 신념에 따라 농업을 살리기 위해 농업 전반을 연구하는 대산농촌재단, 한국 문학 발전과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대산문화재단을 만들었다.

3개 공익재단 운영은 지금도 교보생명을 대표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교보생명은 대산의 뜻을 이어받아 2002년 ‘교보다솜이사회봉사단’을 창단해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국내 기업 중 가장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펼친 기업으로 선정돼 경제 5단체로부터 ‘2016 투명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조업 분야가 아닌 금융업계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교보생명이 처음이었다.

“세상에는 거저와 비밀이 없다”라는 대산의 신조는 교보생명의 핵심가치인 ‘정직과 성실’로 계승돼 오늘날 투명경영, 윤리경영의 밑거름이 됐다.

■희망과 위로 전하는 ‘광화문글판’

1991년 1월, 광화문 네거리에 ‘광화문글판’을 처음 내건 것도 대산이었다.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로, 초기 문안은 계몽적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후 대산은 “기업 홍보는 생각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광화문글판에는 시심(詩心)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광화문글판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주옥 같은 글귀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30자도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시심(詩心)을 녹여낸 글귀에는 큰 울림이 있다. 2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바쁜 일상 속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절로 미소 짓게 하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시나브로 만 26살 청년이 된 광화문글판을 수놓은 글귀만 해도 82편에 이른다. 지금까지 공자, 헤르만 헤세,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고은, 도종환, 김용택 등 50여명에 이르는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의 작품이 광화문글판으로 재탄생했다.

이제 광화문글판은 어떤 글귀가 등장할 지 시민들 사이에 궁금증을 낳을 정도로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며, 신문 칼럼의 단골 주제로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메시지로 우리 사회에 시와 문학을 대중화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초종목 체육꿈나무 발굴

교보생명은 매년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열어 기초종목의 체육꿈나무를 발굴·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교보생명이 1985년부터 올해로 33년째 꿈나무 후원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창립자인 대산의 남다른 인재육성 철학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력을 길러야 인성과 지식도 잘 자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유소년의 체력 증진을 위한 체육대회를 만든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영국의 이튼스쿨에서 강조한 ‘체·덕·지(體·德·智)’를 롤모델로 삼았다.

지금까지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에 출전한 어린 선수는 13만명에 이르고, 350여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했다. 이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 수만해도 140여개에 달할 만큼 메달리스트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연아(피겨), 박태환(수영), 유승민(탁구), 이상화(빙상), 양학선(체조), 김재범(유도) 등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선수들 대부분이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거쳤다.

■민족의 미래에 기여한 창의적 경영인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대산이 우리 사회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불굴의 의지였다.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의 힘을 믿은 그는 학교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교육이란 신념을 갖고 있었다.

대산은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산교육’을 몸소 실천했다. 학교 교육을 넘어 스스로 공부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평생 동안 살아있는 지식을 체득했다. ‘북 스마트’(책을 통해 지식을 체득한 사람)를 뛰어넘어 ‘스트리트 스마트’(실전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사람)를 체화해 깊은 통찰력과 지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대산은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불굴의 의지와 오뚝이 같은 도전정신을 가진 경영자이기도 했다. 이러한 힘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래가 없는 독창적인 상품인 ‘교육보험’을 발명하고, 광화문 금싸라기 땅에 국내 최대의 서점인 ‘교보문고’를 세운 원동력이 됐다. 대산은 개인에게 닥친 고난을 스스로 극복하고,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으로 국가 발전과 민족의 미래에 기여한 창의적 경영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편, 대산 신용호 창립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또한 기념사진전, 학술심포지엄, 백일독서캠페인, 북콘서트 등 대산의 정신적 유산과 사회적 기여를 조명하는 행사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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