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투자하고, 더 나은 먹거리로 투자자에게 보답하는 기업이 있다. 농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농사펀드’다. 건강한 농업 그리고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가는 농사펀드가 지난 20일 '제1회 뿌리밥상' 행사를 열었다. '뿌리밥상' 2부로 진행된 뿌리밥상 행사에서는 농사꾼과 셰프가 협업하여 직접 요리를 하고 요리에 쓰인 실재료에 대해  농부와 셰프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요리사는 이 재료로 왜 굳이 이런 음식을 만들었는지, ‘뿌리밥상’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맛보는 시간이었다.

땅 아래에 있는, 뿌리의 이야기, ‘뿌리밥상’

"어떤 아이가 그랬대요. "엄마, 달걀 먹으면 죽어?" 저희가 하는 일에 더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죠." 뿌리밥상에 대해 설명하는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 / 김시아 기자

“요즘 살충제 계란으로 말이 많죠? 어떤 블로거의 글을 보니 ‘사육 농가에서 닭 진드기 처리하기 귀찮아서 그냥 뿌린 거다’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구조적인 문제예요. 그 가격에 계란을 납품하려면 공장식 축산 방식이 필요하고, 공장식 축산 방식은 병균과 병충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적은 비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어요.” 농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농사펀드’의 박종범 대표는 현 농산물 유통의 부조리한 구조를 지적한다. 농부가 굳이 살충제를 치지 않고 농사지어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직한 농사 방식을 지지하는 사용자들이 있어야 한다며, “’뿌리밥상’은 함께하는 식객(소비자)이 있기에 밥상이 완성되죠. 접시에 올려져 있는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농부, 요리사, 식객이 음식이 접시에 오르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자 해요.”라고 뿌리밥상의 취지와 방향성을 설명하였다. 

자연의 시간 속에, 사람의 손으로 기른 닭, ‘올계’

"초등학생들만큼은 우리 닭을 먹이고 싶죠." 올계농장의 박병건, 문태연 농부님 / 농사펀드 제공

“’국내 닭 시장의 현주소’는 처참해요.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 양계 시장은 성장촉진제와 아파트형 축사로 기른 닭들로 설명할 수 있어요. 마냥 나쁘다는 거는 아니죠.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소비 행태, 싼 닭을 사고자 하는 우리의 먹거리 행태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요?” 30년 동안 양계장을 운영했던 경력을 살려 유기농 닭을 시작한 문태연, 박병건 농부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대규모 유기농 닭 농장의 농부이다. 충청북도 제천에 위치한 올계농장은 대규모로 닭을 키우지만, 케이지식 사육이 아닌 평사 사육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양계장보다 유기농 양계는 손도 많이 가고, 또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죠. 사룟값만 해도 일반 사료와 유기 사료는 2~3배가 차이가 나요. 그리고 사육기간이 길어지니까 먹는 양이 더 많고, 닭을 돌보는 농부의 인력도 많이 필요하죠. 저희같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장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싼값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유통 비용 절감, 양적인 확대가 필수적이에요. 그러기에 더 많은 소비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거죠.”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모두가 가졌으면 한다는 문태연, 박병건 농부는 현재 지역 초등학교 급식에 시장가격의 절반 값으로 유기농 닭을 제공하고 있다.

정직하게 생산한 농부의 농산물을 식재료로... 이영제, 손연화 셰프

디저트를 준비하는 손연화 셰프 / 김시아 기자

모던 한식 파인 다이닝을 대표하는 미슐랭 1스타 ‘정식당의’ 이영제 메인 셰프와 손연화 페이스트리 셰프는 파인다이닝을 통해 ‘올계’의 건강한 식재료를 건강한 먹거리로 접시에 올렸다. 유기농 닭을 재해석한 5코스의 캐쥬얼 파인다이닝에는 정직하게 생산한 농부의 농산물을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싶다는 두 셰프의 철학이 담겨있다. '올계' 유기농 닭을 이용한 자두 콩소메, 케이앤 페퍼 파우더가 뿌려진 빠스, 팬시어링한 엔다이브 그리고 카카오 닙스가 어뮤즈 부쉬(Amuse-Bouche)로 5코스의 청사진을 펼쳤고, 로스팅한 감자, 피클링 비트, 감자폼 그리고 치킨 스킨으로 이루어진 에피타이저(Appitizer)가 식객의 입맛을 돋구었다. 프리 메인(Pre-main)닭간 스프레드와 하우스메이드 빵을, 메인(Main) 치킨 롤라드 보리 '리조또', 닭뼈로 만든 (주스 리덕션)jus reduction 그리고 두묘를 제공하였다. 닭의 둥지모양을 한 파블로바(Pavloba)와 따뜻한 차 밋러버(Meat lover), 그리고 마지막 순서인 페팃(Petit)으로 코스 요리가 끝났다.

국내 식용닭의 현황/ 유기농 닭의 사육환경에 관해 설명하는 문태연, 박병건 농부 / 김시아 기자

의자 다리가 네 개인 이유는 한 다리가 부수어졌을 때에도 부수어진 다리가 회복될 때까지 다른 세 다리가 의자를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먹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의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위해 농부, 유통사, 요리사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힘을 모을 때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