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 이종재 대표

요즘 사회적 책임이란 말이 많이 나옵니다. 집값 안정대책을 발표하는 장관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은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도입니다. 가진 사람이 소외된 계층과 함께해야 한다는 나눔과 배려를 촉구하는 말로 해석됩니다.

가졌다고 하는 것은 비단 집이나 돈만은 아니겠지요. 부와 권력과 명예 등 이 사회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에 상대적으로 가까이 가 있는 계층 모두에게 해당될 겁니다.

왜 더 살기 어려워졌을까?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사회적 책임이란 말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분명 살기 편한 쪽으로 가고 있는데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진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집안의 가장 혼자서 4인 가족 어느 정도는 먹여 살렸는데 지금은 맞벌이로도 어렵습니다. 주위의 일부는 분명 더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잘사는 사람과 어려운 사람이 더욱더 분명해지면서 계층화하고 그 계층은 한없이 멀어지는 바로 양극화 때문입니다.

비단 돈문제만이 아닙니다. 도시와 시골, 강남과 강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같은 직장 내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같은 업종 내에서도 잘되는 회사와 안되는 회사간 명과 암은 극명합니다. 우리나라 최고 직장이라고 하는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삼성 맨과 삼성그룹 내 다른 회사에 다니는 직원 간에 급여, 복지, 후생 등 여러 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 곳곳의 양극화 현상은 상대적인 소외감과 박탈감의 근원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상황은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쇠퇴한 공산주의 체제로 미루어 지금과 같은 경쟁 속 하루하루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가진 층과 소외된 계층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임있는 행동, 그렇게 어려울까?

각국이 다양한 복지정책을 펴고 공정 경쟁의 룰을 만들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노력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대로 가면 민란이 일어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 격렬했던 촛불민심 역시 한두 꺼풀 벗겨보면 양극화라는 괴물이 또아리 틀고 있습니다. 그 큰 책임과 권한을 행사해온 사람들의 무책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그 실체인 것입니다.

책임있는 계층에 요구하는 책임있는 행동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가진 층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소외된 계층을 보면서 같이 가는 노력을 보여줘야 이 사회, 이 체제가 지탱된다는 아주 작고 소박한 주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이제는 듣기조차 거북한 ‘갑질’이란 말. 양극화로 초래된 계층을 갑과 을로 양분하고 가진 층이 책임을 망각한 채 소외층에 대해 마구 하는 말과 행위 정도로 해석될 이 말이 날이 갈수록 빈도와 강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힘 있는 책임자의 책임없는 말과 행동은 가뜩이나 끓는 속을 아예 뒤집어 놓습니다. 하루아침에 직장 잃고 회사 문 닫고, 심지어 감옥까지 가는 뻔한 현실을 보면서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속살 훤히 오가는 SNS세상이어서 그렇다고 합니다만 그보다는 책임의식의 결여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현실인식도 없고 부와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상식도 없는 결과입니다. 로마를 역사상 가장 오랜 체제로 만든 배경 중 하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합니다. 어느 사회, 어느 체제든 책임있는 계층, 지도층의 책임의식과 함께 하고자 하는 동행 의지는 그 조직을 건강하게 합니다.

책임의 시대, 가치의 균형

건강은 조직이든 개인이든 지속가능을 위한 가장 기본조건 입니다. 개인의 건강은 윤리와 배려에 있고 조직의 건강은 추구하는 가치의 균형에 있습니다. 기업이익 뿐만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찾는 기업이 건강하고, 권력이후까지 염두에 둔 정권을 국민들은 건강하다고 행각합니다.  개인 가치와 조직 가치의 균형, 기업가치와 사회가치의 균형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이 사회 선순환의 출발입니다. 양극화와 그에 따른 불균형이 심각한 요즘처럼 ‘책임의 시대’라는 말과의 동행이 절실한 때가 없습니다.

책임의 시대, 책임인식과 동행의지의 확산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힘도 보태야 합니다. 소외된 계층과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면 무엇이든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 우리 후배들에게는 성적 말고도 1등, 일류의 가치는 무수히 많고 더 크다고 얘기해줘야 합니다. 가진 층이 자랑스럽게 나눔을 실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잘하면 잘한다고 박수를 쳐야 합니다. 책임과 동행은 미디어SR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소외이웃과 즐거이 함께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함께하는 것은 늘 아름답고, 언제나 가치가 있다는 뜻을 담고자 [이종재의 가치여행]이란 문패를 답니다. 사안이 있을 때, 또는 호흡 긴 소재가 있을 때, 단발성 칼럼, 기획연재 등 다양한 형태로 찾아 뵙겠습니다.

<joun4u@gmail.com. (사)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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