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석 사회연대은행 인큐베이팅팀장.

[이영석 사회연대은행 인큐베이팅팀장] 새로운 문재인정부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은 어떻게 디자인될까? 그동안 한국 사회는 사회적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 자체가 너무나 척박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조성 방식이 아닌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했고,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은 사회적기업의 양적인 성장과 아이템의 다변화를 꾀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

기존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은 크게 '소셜벤쳐 아이디어 경연대회'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손꼽힌다. 먼저, 소셜벤쳐아이디어경연대회는 2009년 개최된 이후 6,198개(2016.12 기준)의 아이디어를 발굴했고, 대중들에게 생소한 소셜벤쳐의 인식을 확대하는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그다음,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은 2011년 시작된 이후 총 2,270여 개(2016.12 기준)의 창업팀을 배출하고, 제도권 사회적기업 인증(지정)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왔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라는 편견을 깨트렸고, 청년의 리더쉽 강화와 정보기술(IT), 융복합, 문화 예술, 디자인, 글로벌 등 업종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문제점과 제언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그 개선 방향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의 명확한 정책적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소셜벤쳐는 벤쳐 운영 원리에 기반을 둬서 자유롭게 VC 투자나 자본 조달을 추구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에 특정됨으로써 공공 시장과 지역 사회의 자원 동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하게 된다. 과연 이같이 이질적인 두 형태가 하나의 연속적인 프로그램 안에서 육성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보면 소셜벤쳐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창업 유목민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둘째, 사회적기업의 성과 지표에 대한 재정비가 요구된다. 사회적기업 창업의 성과 지표는 매출, 고용, 법인화, 사회적기업 인증(지정) 등의 정량적 성과에만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비콥(B Corporation)의 임펙트 지표도 같이 넣어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비콥의 임팩트 지표인 직원, 커뮤니티, 환경, 지배 구조, 비즈니스 모델 등 기준은 재무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 성과를 촉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비콥 지표들을 활용했을 때 회사 경쟁력이 강화되었다는 임상의 결과들이 수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켜왔다.

셋째, 단기 지원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법인격 설립과 사업 런칭, 그리고 사회적기업 인증에(지정) 도전하는 것은 흡사 걸음마 단계의 아이에게 뛰어보라고 재촉하는 꼴과 비슷하다. 초기 1년 차는 충분한 소셜 비즈니스 모델의 교정과 자원의 기반을 축적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2년차에 사회적기업 인증(지정)과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으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 특히 초기 창업자들이 실패한 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안정망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사회적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금의 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스타트업의 투자는 민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운용될 뿐 공공 영역에서의 기금 조성은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만약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을 위한 투자 기금이 조성된다면, 많은 사회적기업 스타트업이 데스벨리(Death Valley)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이 일자리와 정량적 지표 달성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회적 지원 방식이 아닌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생태계의 조성이 필수적이다. 현재 공간 중심의 창업 코워킹 스페이스가 다양하게 조성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민간 자원 주도일 뿐 아직 공공 중심의 협력적 클러스터 구축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실효적인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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