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는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이다. 지속가능보고서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표준을 개발·보급하고, 3~4년에 한 번씩 개정한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미국의 환경단체 세리즈(CERES)로부터 시작되었다. 1989년 미국의 대형 유조선 엑슨 발대스호가 알래스카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는 사고가 일어나 4만 톤의 원유가 유출됐다. 엄청난 환경오염을 유발했고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세리즈는 1997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과 협약을 맺고 GRI를 설립했다.

GRI는 지속가능보고서의 표준 제시를 통해 사회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첫 번째, 기업들이 기후변화와 빈곤, 환경오염 등 전 세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회사가 끼치는 영향에 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 보고서 작성을 위해 조직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 아직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기업은 작성하도록 설득한다.

GRI 팀 모힌 회장 /미디어SR

팀 모힌 GRI 회장은 “GRI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 보고서는 조직과 이해관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보고서 작성을 통해 사업을 둘러싼 위기와 기회를 확인할 수 있고, 사업이 기후변화와 공급망 내 노동문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고, 무형자산인 기업의 명성을 높일 수 있다.

모힌 회장에 따르면 지속가능보고서는 세상을 더욱 나은 곳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는 기업들이 인구 증가, 부족한 자원, 기후 변화 등 지속가능성 문제를 잠재적 기회로 여기는 현명한 길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익을 얻으면 세상은 더욱 나은 곳으로 나아갈 것이며, 지속가능보고서는 이러한 길을 가기 위한 첫걸음”이라 말한다.

이러한 GRI의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한다. 첫 번째, GRI에 따른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소, 중견기업에게는 비용적 측면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보고서는 작성 시 평균 1억 원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중소, 중견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액수다. 작성에 필요한 높은 비용은 보고서의 양적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RI는 중소, 중견기업의 보고서 발간을 위한 중소기업용 GRI 특별기준을 개발 중이다.

두 번째, 평가분야의 객관적 수치화에 어려움이 있다. 수치화된 지표가 없으므로 좋고 나쁨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며, 상대적 비교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비재무 분야 평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앞으로 계속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세 번째, 보고서의 투명성 및 신뢰성 부족이다. GRI 기반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므로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생략할 수 있다. 제3자 검증을 받는다고는 하나, 신뢰성 검증에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폭스바겐 사태가 있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이 큰 업계로 평가 받아 왔으나, 배출가스 기기 조작 파문은 지속가능보고서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타격을 입혔다. 또한 지속가능보고서는 수백 장의 종이 보고서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데이터 구축과 정보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GRI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시스템상 실시간 보고 형식이나 기술에 기반해 문제를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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