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콘돔을 파는 것은 불법일까? 정답은 ‘일부 그렇다’이다. 청소년보호법 제58조 제3호는 일반 콘돔을 제외한 돌출형, 사정지연형 등 일부 특수콘돔을 청소년유해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고,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콘돔과 특수콘돔 모두 ‘의료기기’로써 구매 시 특별한 나이 제한이 없다. 그런데 이 조항 하나로 일부 콘돔에 ‘19금’ 딱지가 붙게 되었다.
이에 ‘이브’(EVE) 콘돔을 내놓은 인스팅터스가 지난 4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 유해물건 지정 기준인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라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고, 여가부 고시가 상위법인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한 권한 이상으로 청소년 유해물건을 지정해 적용하고 있다는 게 위헌 소송의 이유다. 청구 이유엔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고시로 인해 콘돔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인식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청소년이 가장 쉽게 콘돔을 살 수 있는 장소는 편의점이다. 콘돔은 판매에 나이 제한이 없음에도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편의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들어오자 계산대 위의 콘돔을 가리는 점원을 본 적도 있다. 성인도 콘돔을 살 때 약간은 민망해지는데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청소년들이 당당하게 콘돔을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콘돔 구매도 쉽지 않다. 포털 검색창에 ‘콘돔’, ‘피임 용품’ 등을 입력해보았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제한된 검색 결과만을 나타내며 성인인증을 요청했다. 콘돔을 판매하는 온라인 성인용품 쇼핑몰 또한 성인인증을 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콘돔 구매가 어렵다 보니 청소년 중 피임을 하는 비율은 39%에 불과하다. 피임 방법은 콘돔이 67%, 경구피임약 12%, 나머지 질외사정 등 피임 방법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이에 인스팅터스는 청소년들에게 매월 초 우편을 통해서 무료로 콘돔을 2개씩 보내주고 있다. 인스팅터스는 본 프로젝트를 전 국민 유익매체물로 청소년보호법 규정에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신논현과 이태원, 광주광역시 충장로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였다. 기본적으로 콘돔 접근성이 낮은 청소년들에게 쉽게 콘돔을 접하게 하려는 취지였고, 한편으로는 청소년 성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