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게르섬에 위치한 아파트. /CPH콘테이너 제공

단순한 리사이클(Re-cycle)이 아닌 업사이클(Up-cycle)을 추구하다 

[이화여자대학교 강서영, 김민아, 문지혜 객원기자] 과거 항만이었던 도시 외곽이 산업의 쇠퇴와 함께 낙후지역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비싼 집세로 질 낮은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던 CPH콘테이너 공동창업자 프레드릭 버스크와 마이클 플레즈너 두 사람은 코펜하겐 외곽의 폐기된 컨테이너를 사용해 젊은이들을 위한 집합주택단지를 조성했다.


“ 대학 친구였던 우리는 그 시절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관해 얘기했었죠.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에도 변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가 먼저 실행에 옮기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둔 후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CPH콘테이너 모습. /CPH콘테이너 제공

컨테이너를 재활용하는 방식은 기존에 있는 기술이지만, 단순히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공터에 집합주택단지를 만듦으로써 주변 지역을 활성화하는 긍정적 경제효과와 휴대폰 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구조를 추가했다.



“ 지속가능성, 이동가능성, 커뮤니티의 복합체라는 측면에서
다른 주거공간과 차별성을 띄고 있습니다”


CPH빌리지 휴대폰 앱 샘플. /CPH콘테이너 제공

이 주거 공간이 지속가능하려면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수익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휴대폰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체계화하였다. 구체적으로 거주인들에게 식료품 대리구매, 커뮤니티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거주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CPH콘테이너 공동창업자 프레드릭 버스크(왼쪽)와 마이클 플레즈너.  /CPH콘테이너 제공
기존의 일반적인 건물들과는 달리 컨테이너라는 건축자재의 특성상, 현재 확정된 건설부지의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현재는 CPH빌리지이지만 영국의 영국빌리지, 한국의 서울빌리지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건축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비효율을 이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현재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외로움 속에서 소속감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같은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끼리의, 혹은 젊은 세대의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마치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개인 공간이 보장되면서도 원할 때 언제든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다는 점은 CPH빌리지의 큰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즉, CPH빌리지는 컨테이너형 주거공간이라는 하드웨어 요소, 그리고 커뮤니티와 앱을 통한 서비스라는 소프트웨어 요소로 이루어졌다"

회사는 컨테이너를 코펜하겐의 여러 쇠퇴 지역에 순차적으로 설치될 것이다. 이 지역들은 주변에 상업시설이 없는 낙후된 곳이기 때문에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 마을 형성을 통해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여러 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지역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토지의 가치를 높인 후 컨테이너들이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다른 지역의 활성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요소인 커뮤니티 형성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앱을 통해 더욱 가속할 것이다.


“ 데모하우스를 짓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죠.
하지만, 데모하우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증명한 후에는 우리처럼 확신을 보였습니다.”

실험적으로 데모하우스에 에어비앤비(숙박 서비스)를 운영해 이용자들의 평가를 통해 피드백 받았고, 대다수의 사람이 가격과 편의에서 만족한다는 평가를 하였다. 이를 통해 이들의 아이디어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을 재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땅과 컨테이너이다. 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빌린 상태에서 마을을 형성하고, 컨테이너 회사인 모스크로부터 오래된 컨테이너들을 값싸게 사기 때문에 비용적으로 매우 유리하다. 땅 소유주나 컨테이너 회사 차원에서도 빈 부지로 그냥 두거나 컨테이너 처리를 직접 하는 것이 더 손해이기 때문에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최종 목표는 청년의 범위에서 확장하여 도시에 사는 일반인들이 싼 가격에 좋은 주거공간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 ”


프레드릭은 자신의 최종목표를 말하기 전 이 사업에 있어서 출구전략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러한 자세는 위험성이 있지만, 그만큼 자신감과 해당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덴마크인들의 모습에 우리 팀은 큰 감동을 받았다.(계속)

데모하우스 내부에서 진행된 인터뷰 모습. /CPH콘테이너 제공

http://mediasr.kr/archives/30682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