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재단 대표. /환경재단 제공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대선정국의 최고 이슈가 될 정도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관련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거의 매일 이다시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도 마스크를 쓴다느니, 공기청정기를 구입한다느니,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인다느니 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급기야 한중 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유일하게 조용한 곳이 기업이다. 따지고 보면 기업은 미세먼지 사태의 가장 책임 있는 당사자 가운데 하나다.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가 기업의 생산 활동과 생산품이 유통·소비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기업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떳떳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세먼지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기업의 미세먼지 배출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한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환경 당국과 학계 등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10조 원이 넘는다. 소비와 산업 활동에 미치는 파급 효과까지 더하면 그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고 한다. 기업은 환경에 부담을 주면서 돈을 벌지만 이런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니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을 드러낼 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최우선 국가 과제로 등장할 정도로 심각해진 마당에 기업이 마냥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경제 피해도 가장 클 것이라는 보고서라든가 서울의 공기품질지수가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두 번째로 나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지경이니 말이다.

기업도 이제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미 대기오염물질 규제 기준을 농도에서 총량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등 기존의 느슨한 규제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배출 총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능한 한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미세먼지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디젤자동차는 전기자동차나 가스자동차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시대다.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기업의 앞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미세먼지 대책은 글로벌 의제인 기후변화 대책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거듭 말하지만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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