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올해로10주년을 맞는다. 2007년 1호 사회적기업 인증 이후 2016년 말 기준 1,713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2007년 50개의 사회적기업이 인증을 받았으니 10년 사이에 양적으로 30배가 넘게 성장했다. 사회적기업을 통한 고용도 늘었다. 2007년 당시의 사회적기업들은 2,539명을 고용했고, 이중 1,403명이 취약계층이었다. 2016년 말 현재, 37,500여명이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이 중 61%인 23,000명이 취약계층이다. 이들의 사회보험가입률은 97%에 이르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종료 후의 3년 간 기업생존률은 86.5% 수준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극단적으로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일반을 사회주의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견해는 사회적기업은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시장이 해내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고용과 일자리 창출, 정부의 예산 한계에 따른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사회서비스의 창출이 사회적기업의 목적이다. 특히 이 두 문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 핵심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고용과 사회서비스의 창출을 넘어, 사회문제해결을 목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다양한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사회적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21일, 총리공관의 삼청당에서 황교안 권한대행과 사회적기업가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우선 시기다. 사회적기업 10주년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사회적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여러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지난 성과와 한계를 되돌아보기에 시기적절하다. 두 번째는 간담회의 구성이다. 1세대 사회적기업가부터 소셜벤처의 청년대표까지, 문화예술사회적기업부터 취약계층 고용중심의 사회적기업까지 다양한 이들이 간담회에 초대되었다. 정부에서도 황교안 권한대행,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오광성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등이 참석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방향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마지막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이들의 진정성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사회적기업 루비콘프로그램을 인용하며 서두를 열었고, 사회적기업가들의 얘기를 꼼꼼히 메모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국장으로 재직당시 사회적기업 1호 인증을 담당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사회적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었다. 사회적기업가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사회적기업가로서의 애로사항은 지원정책의 빈틈들을 예리하게 지적했고, 정부에서 보고 있지 못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들을 환기해주었다.

이날 간담회는 몇 가지 숙제를 남겼다.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이 새로운 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첫 번째는 일반기업에게 적용되는 인증이 사회적기업에게도 그 특수성을 간과한 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증장애인을 다수 고용해 식품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에겐 소규모 해썹(HACCP)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C인증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의 공급처가 소상공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KC인증은 넘기 힘든 벽이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인증 등은 기업이 그 실력을 검증받는 주요한 기재이다. 사회적기업에게도 각종 인증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한 목표다. 이를 위한 지원을 포괄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공공구매의 체질 개선이다. 중증장애인, 여성기업 등의 사회적 약자기업과 사회적기업에게 공공구매는 주요한 매출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 공공구매의 대상이 되는 사회 서비스가 단기성과로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평가하거나, 그 사업 주기가 1년으로 제한된 경우가 많아 사회적기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사회서비스의 효과적인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그 특성 상 짧은 시간에 성과를 제시하기 힘들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의 약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행정 절차의 주기와는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사업주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판로개척이다. 사회적기업은 상당히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다. 과거 한 때는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상품들은 기존의 대기업의 상품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사회적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망이 좁고 약하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들이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고, 기존의 유통채널에서 사회적기업의 위치가 모호한 것이 문제다. 그러나 최근 홈쇼핑, 수출, 온라인 마케팅 등에서 사회적기업이 나름의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채널을 포함해 사회적기업에게 특화된 채널들을 개발하고 확대해야 한다.

네 번째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이다. 사회적기업은 단순히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 예술인들의 창작 여건 마련, 고령인구의 삶의 질 개선, 지역사회의 재생 등이 모두 사회적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비즈니스 분야다. 의료, 복지, 보육, 교육, 주거, 문화예술, 환경 등 거의 모든 사회문제가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대상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해결의 플랫폼이다. 사회적 문제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회적기업들이 이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이 사회적기업과 결합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이나 기금,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자금조달지원,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사회적기업의 R&D와 혁신을 위한 연구 지원,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시니어 세대와의 결합 등의 붐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정부가 다 소화할 수 없고 기업과 금융기관을 포함한 민간의 활발한 참여와 기여가 필요하다.

올 한 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이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10년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