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 북미 신사옥 조감도, 오른쪽으로 팰리세이즈 절벽이다 / 제공 : LG전자

지난 7일 LG전자는 미국 동부 뉴저지 주 잉글우드 클리프에서 북미 신사옥 기공식을 개최했다. LG전자는 북미시장을 더욱 넓히고 뉴저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직원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신사옥’ 설립을 추진해왔었다.

LG전자는 북미 시장 규모가 LG전자 전체 해외 매출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컸지만 사무 공간은 늘 부족해 이번 신사옥 건립을 결정했다. LG전자뿐 아니라 LG생활건강, LG CNS 등 미국의 LG그룹 계열사 직원을 한꺼번에 입주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LG전자는 6번의 공청회를 거쳐 합법적으로 잉글우드 클립스 시의회의 건설 승인을 받았지만, 록펠러재단과 환경단체에서 공개적으로 신사옥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8층 높이로 설계된 LG의 신사옥이 2억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저지의 팰리세이즈 절벽과 주변 경관을 훼손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LG는 이미 설계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법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합의와 설득의 방법을 시도했다. LG는 건물 설계를 원점으로 돌렸으며 록펠러재단, 환경단체와의 협상을 시작했다. 양쪽이 조금씩 양보했다. 35피트(10.5m) 이상은 안 된다며 버티던 그들도 7년이라는 기나긴 설득 끝에 북쪽 건물은 5층으로, 남쪽 건물은 4층으로 짓는 데 합의했다.

LG전자는 협상을 거친 후 주변의 삼림, 습지 등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신사옥을 전면 재설계했다. 부지의 녹지 비중이 전체면적의 절반에 달하며 건물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완공 후에는 미국 녹색건축위원회가 운영하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LEED)의 골드 등급을 신청할 예정이며 앞으로 1,5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설득과 합의의 과정을 거친 LG 신사옥 건설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는 호평을 내렸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LG와 록펠러재단의 합의에 대해 “인간과 공룡은 물론, 그랜드캐니언보다 앞선 2억 년 역사의 팰리세이즈 절벽이 개발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록펠러 가문의 후손이자 환경전문 변호사인 로렌스 록펠러 미국보존협회 회장은 “(LG 신사옥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었지만, LG가 국가적 보물을 보호하는 용단을 내렸다”고 치켜세웠으며 구본무 LG 회장이 록펠러재단의 자연문화유산 보호에 경의를 표한다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LG전자의 신사옥 건설에는 총 3억 달러(한화 약 3,450억 원)가 투자되며 대지면적 약 11만㎡에, 전체면적 6만3000㎡의 규모이다. 1,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신사옥은 오는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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