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이경애 대표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 상가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이름 그대로 남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라 너무 어려웠지”
중랑구 마을기업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발달 장애 자녀들의 엄마들이 모여서 만든 카페다. 이경애 대표는 성인이 된 아들이 특별히 할 만한 일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다른 엄마들과 함께 모여 카페를 열기로 했다. 자녀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해서 이를 통해 사회적 진출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바자회를 했지만 200만 원밖에 모이지 않았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동네 여기저기 붙어 있는 마을기업 홍보물을 보고 마을기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도전을 결심한 순간부터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행정자치부에서 다양힌 지원을 해줬지만 계속되는 사업계획서 수정과 어려운 과제는 사업 ‘초짜’인 엄마들에게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다. 워크숍 첫날에는 사업계획서를 반도 채우지 못했다. 멘토들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사업 계획서를 수정했고, 4차에 거친 워크숍 끝에 서울시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치구 심사를 통과하면 서울시 심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서울시 심사를 통과하니 행정자치부 심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2년간의 노력 끝에 2014년 서울시 마을기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선정 과정이 어려웠던 것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사업에 있어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들에게 현실은 상상과 매우 달랐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그러나 상상만 가지고 했으면 벌써 실패했을 것이다. 현실에 가깝게 구상하고, 그때의 어려움을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방향과 목적이 정확하니까”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엄마들이 마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정확한 방향과 목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의 엄마들은 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사회적응과 사회생활 진출 방법에 대해 꾸준히 고민한다.

같은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었더라도 자녀들의 연령대에 따라 엄마들이 가지는 생각이 다르다. 아직 고등학생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경우 제도가 잘 되어 있다며 자녀들의 사회 진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경험한 자녀들을 둔 엄마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다. 이것이 이경애 대표가 카페를 만들게 된 이유다. 바로 내 자식이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 공동체 화합에 눈을 돌린 것도 발달 장애 자녀들의 미래를 고민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지역 주민과의 화합을 통해 자녀들의 사회 관계망을 넓히고,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개선하고자 주민 참여 프로그램과 봉사단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마을기업은 성과가 아니라 지원하는 기업의 내면을 보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마을기업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카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

“요즘은 엄마들이 변하는 걸 보니까 보람을 느껴요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 조합원들은 직장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직장을 가질 수 없었다. 카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가정에만 있다 보니 고객 응대도 잘 못 하고 서툰 점이 많았다. 이익을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고, 발달장애 자녀 엄마들이 하는 곳이니까 많이 팔아 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요즘 엄마들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고 발전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한 조합원이 ‘우리도 좀 더 세련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정말 좋았다. 내가 설교를 해서가 아니라 직접 시행착오를 겪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여긴 긍정적인 말만 하는 데야!”
이경애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웃음이 많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니고,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그럴 때마다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한다.

그가 들려준 한 일화가 인상 깊다. “직접 만든 수세미를 나눠줬던 적이 있다. 그냥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양손 가득 들고 가더라. 그러다 보니 나중에 온 사람들은 하나도 못 받고 돌아갔다. 이에 대해 불만이 나왔다. 공평하지 않으니까 하나씩만 나눠주자고. 그래서 내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다 못 쓰고 다른 이웃한테 줄 것이다. 어디서 났느냐고 하면 여기서 받았다고 할 거니까 우리가 나눠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는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한다.

지금은 조합원의 자녀들 세 명을 교육하고, 작은 규모로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민 프로그램도 더 늘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2호점, 3호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 세 명이 완전히 잘 세워지면 이 세 명이 여섯 명이 되고, 여섯 명이 아홉 명이 될 수 있다. 한 명당 4시간씩 일을 하니까 2호점만 생겨도 스무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며 “미래는 불확실해서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를 할지는 모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단 노력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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