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물건들이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많은 소비자가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정부와 기업에 돌아갔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자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제품 안정성 문제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독일과 미국의 민간 사례를 살펴보자.

출처 : www.oekotest.de

꼭 사볼 수밖에 없는 잡지 만든 독일 '외코테스트'사
독일에는 잡지사이자 제품 안전성 검사 회사인 외코테스트가 있다. 독일 전역에 시판되는 제품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또 시기에 따라 많이 쓰이는 제품들을 선정해 안정성을 검사한다. 1985년 설립 이래로 매월 10~ 20개 분류의 약 200개 제품을 선정하여 제품 안정성을 검사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아이들이 많이 먹는 아이스크림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10개를 골라 검사한다. 설탕 함유량, 발암성 발색제 포함 여부, 포화지방 비율, 향을 내기 위해 미확인 원료 사용 여부등을 검사한다. 심지어 얼음의 생산지, 아이스크림이 아이들에게 충분한 양의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는지, 아이스크림이 일일 허용 칼로리의 10%를 초과하는지도 여부 등이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제품에 맞게 꼼꼼한 검사를 수행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제품은 6단계로 평점이 매겨진다. 처음에는 검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외코테스트는 지금까지 기업과 400차례가 넘는 소송을 치러왔다. 그러나 1988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든 소송에서 이겼다. 덕분에 소비자로부터 명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민간 기업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제품을 꾸준히 검사할 수 있었을까? 잡지 외코 테스트를 독일 소비자들이 신뢰했기 때문이다. 4.5 유로의 이 잡지는 매월 구독자는 170만 명이다.(2014년 기준). 한여름 아이들에게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먹이려고 하는 부모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외코테스트를 사봐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코테스트는 검사 결과 우수 평가를 받은 제품을 보유한 회사가 일정 로얄티를 지불하면 인증마크를 달 수 있도록 했다. 잡지의 공신력이 커 매출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우수 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제품에 인증마크를 달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 구조 속에서 기업에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외코테스트는 좋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제품의 질적 향상으로 소비자가 얻는 사회적 가치는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출처 : thegreenists.com

소비자에게 직접 개별 제품의 안정성 확인 가능한 플랫폼 만든 '굿가이드'
미국에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의 유해성 확인하는 플랫폼 ‘굿가이드’가 있다. 2007년 버클리대학 다라 러키(Dara O’Rourke) 교수에 의해 설립된 굿가이드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건강과 환경, 사회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평가하고 그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큰 유통업체인 타겟(Target)의 지원을 받아 업종내 전문가, 판매업자, 비영리단체 등과 함께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속가능한 제품 표준을 만들었고 굿가이드를 통해 제공했다.

예를 들어 굿가이드에서 옥시 제모 크림을 검색해보자. 아래와 같이 건강 점수가 1점이다. 이유는 제품에 산화방지제로 쓰이는 뷰틸하이드록시아니솔(Butylated Hydroxyanisole)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건강에 매우 우려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위 물질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옥시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뷰틸하이드록시아니솔이라는 성분 정보는 없고 시어 버터가 들어있어 피부에 좋다는 홍보성 문구밖에 없다. 굿가이드 덕택에 미국 소비자들이 건강과 관련한 자기 선택권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한국에 외코테스트나 굿가이드와 같은 모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과연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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