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주 2시간만 회사에 출근하는 재택근무제도를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본사  인사·경리·영업 담당자 중 입사 5년 차 이상  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하며 전체 직원의 35%에 해당한다.

도요타 본사의 인사·경리 담당 직원은 집에서 컴퓨터로 일하고 영업사원은 외부에서 근무를 마치면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바로 퇴근한다. 업무보고는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회사에 주 2시간 출근하는 것도 개개인이 업무 특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도요타는 재택근무는 의무사항은 아니며 근무관리 시스템 세부 규정은 추가적으로 정비해 갈 것이라 전했다.

도요타는 이미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육아중인 직원은 1일 4시간 출근하고, 만 1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주 1회 2시간만 출근하면 된다. 그동안 시행해 왔던 재택근무제도의 대상자 확대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돕고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요타의 이번 파격적인 행보는 일본의 생산가능인구 하락으로 '인재 확보가 기업 생존에 직결된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근무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대 후반이 80%로 가장 높고, 30대는 71~72%로 낮아졌다가 40대가되면 75%로 회복되는 'M자 커브'현상을 보였다. 출산과 육아로 30대 여직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일본에서 노부모 병간호를 위해 퇴사를 하는 인원도 연간 10만 명 이상이다. 이처럼 일본 기업의 구인난은 가중되고 있으며 단순히 노동력이 감소하는것 뿐만 아니라 숙련 노동자들의 은퇴 역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무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지속해서 유치하는 것이 일본 기업에 있어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도요타에서도 이번 정책을 발표하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부모를 돌보는 사람이 일하기 좋은회사'를 만드는것이 목적이며 유능한 사원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오래 회사에 다니는 것이 기업에도 이익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는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2010년 후생노동성과 '이쿠멘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이쿠멘'은 육아에 전념하려는 아빠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지난 4월엔 ‘여성 활약 추진법’을 시행해 근로자 301명 이상인 기업에 여성채용도 의무화했다. 종업원 301명 이상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여성 관리직의 비율 등 수치목표를 포함시킨 행동계획의 책정을 의무화한 것이다. 후생 노동성에 의하면 대상 기업은 전국에서 약 1만5천 개 정도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지만 민간기업의 동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의 혁신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의 도입은 저출산 문제를 기업이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첫번째로 외부 근무에 따르는 정보유출 위험 부담이다. 도요타는 정보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서 집중 관리하고 단말기엔 기록을 남기지 않는 클라우드 기반 컴퓨터를 대량구매 배포해 해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번째 문제는 대면접촉이 없이 업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직원들 간에 유대감과 동료애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도요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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