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kccto.org

한국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500명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의무대상 사업장은 사업장 단독 또는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거나 지역의 어린이집에 근로자 자녀를 위탁 보육하는 형태로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 1,143개소 중 605개소(52.9%)만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미이행은 538개소(47.1%)에 달했다. 미이행 사업장은 그 이유로 설치 장소 확보 어려움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1년에 최대 2회, 매회 1억 원 범위 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됨에 따라 기업은 더 이상 손 놓고 볼 수 없게 되었다.

직장어린이집, 여성인력 공급 누수 막을까?
이행강제금만큼이나 직장 내 보육시설이 가져오는 인력공급의 안정성은 기업에게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는 근로자가 근무환경의 개선으로 인지한다. 이는 다시 근무생산성과 직장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며, 자연스럽게 기존 근로자의 이직률과 퇴사율을 낮추고 신규 채용 시 보다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현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공급이 안정화된다. 한국 여성의 노동그래프는 대개 M 커브 곡선을 그린다. 육아를 이유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많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유능한 여성 근로자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과제다. 그래서 직장의 보육서비스 제공, 그 중에서도 직장 내 보육시설의 존재는 기업과 여성 근로자에게 필요한 처방일 수밖에 없다.

HR 전략으로서 직장 내 보육시설
국제노동기구에서 2010년 발표한 ‘아동 보육을 위한 기업의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이 근로자의 아이 돌봄을 돕는 방법에는 가장 잘 알려진 직장 내 보육시설 마련, 지역사회와 연계한 보육시설 확보, 보육비용 지원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직장 내 어린이집 마련은 직장(사업장)에 근무자가 많을 때 효과적이다. 또는 직장이 위치한 지역에 적절한 보육시설이 없거나,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이례적으로 긴 경우 사용하기 좋은 HR 전략으로 보고있다. 직장 내 보육 시설을 설치하는 데 고려할 점은 운영비용과 기업 노동력의 인구학적 구성이다. 국제노동기구 보고서에 제시된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다섯 가지 해외 사례를 정리해봤다.

01 인포시스, 인도
인도 2위 규모의 IT서비스 업체인 인포시스는 방갈로르 본사에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당시 인포시스는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여성이 근로자의 1/4 이상을 차지하면서 경영진은 보육시설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직장어린이집은 인포시스 건물 맞은 편에 있으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약 3개월부터 5세까지의 영유아를 위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영비용은 근로자가 내는 요금으로 모두 충당되며, 근로자는 자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비용을 낸다. 2010년 당시 1개월에 84달러에서 98달러 정도로 인도 내 다른 보육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편리함 때문에 인기가 높다.

02 국립의료원, 영국
영국의 The Royal Marsden NHS Foundation Trust(국립의료원)은 의료업의 특성상 직원의 70%이상이 여성이다. 또한 24시간 내내 순환근무 한다. 2000년 NHS는 영국 정부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직원 자녀 보육 전략을 수립하였다. 직원의 삶의 질을 높여 퇴직률을 감소시키기 위해서였다. 비상시 아이돌봄, 아이돌봄 바우처, 공휴일 놀이방 등 다양한 직원 자녀 보육 정책을 만들었지만, 직장 내 유치원은 최소 12개월에서 18개월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가장 인기가 높다. 6개월부터 5세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며 오전 8시 전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비용은 하루에 32파운드(약 5만 5천 원)에서 29파운드(약 5만 원) 정도다. 하지만 직원이 내는 요금으로는 시설 운영비가 부족해 의료원에서 일부 보조한다. 근처에 마땅한 아이 보육시설이 없거나 통근시간이 긴 직원이 특히 선호한다.

03 프라 프라뎅 공업지대, 태국
섬유, 의류, 금속 등의 제조공장이 모여있는 프라 프라뎅 공업지역에는 2,594개의 공장이 모여있다. 약 10만명의 근로자들이 있으며 대부분 오전 8시부터 5시까지 근무한다. 1989년에 유치원(The Early Childhood Centre)이 시암섬유 노동조합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시암섬유에는 400명이 근무하였고, 이 중 90%가 여성이었다. 하지만 1991년 시암섬유가 문을 닫으면서 어린이집은 금속철강노조로 넘어갔다. 유치원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한 달에 아이 1명당 700밧(약 2만 3천 원) 비용을 내며 유치원은 유치원비와 노조의 모든 조합원에게 매달 650밧을 수합하여 운영한다. 하지만 모든 운영비용이 충당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나 노조에 가입된 기업 등에서 보조금을 받기도 한다.

04 게데온 리히터, 헝가리
게데온 리히터는 다국적 제약회사로 5,000명 근로자 중 절반이 여성이다. 사업장은 부다페스트와 도로그 두 곳에 있다. 800명이 연구직이고 이 외는 영업, 생산, 행정업무 등 다양하다. 부다페스트 사업장의 직장어린이집은 걸어서 약 5-10분 정도 떨어져 있고, 도로그는 생산공장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게데온 리히터 근로자의 스케쥴에 맞춰 운영된다. 교대 근무 시간을 고려해서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한다. 게데온 리히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자녀뿐만 아니라 조손까지도 등록할 수 있다. 3~6세 아동이 대상이며 한 유치원당 1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유치원 운영비용의 5%는 지방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되며, 나머지는 근로자가 낸다. 아이 1명당 1개월에 약 25유로다. 이는 매우 저렴한 편이며, 헝가리 최저임금의 10% 수준이다. 조손의 경우에는 30% 더 높은 비용을 낸다.

05 에릭슨, 캐나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은 1997년부터 직장 내 보육시설을 제공했다. 직원의 인구학적 구성이 점차 어려졌고 이에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는 현재 65명이 다니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학부모 위원회와 별개로 회사 측의 유치원 담당자로 운영된다. 직장 내 보육시설을 갖추는 것은 근로자로 하여금 보육에 관해 부담을 줄여 퇴직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회사가 타겟으로 하는 25~30세의 젊은 인재를 유입하는데 다른 회사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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