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박철상씨. 출처=아너소사이어티

지난 7월 9일,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철상 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날, 그는 5년간 3억 6천만원의 기부금을 약정했다.  ‘한국의 청년 버핏’으로도 불리는 박철상 씨는 6년 전부터 장학금과 개인수입 등 자기 자금을 운용해 생긴 수익의 15%를 기부하고 있다. 다음은 박철상 씨와의 일문일답.  

Q. 대구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소감

솔직히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어려운 곳을 살피는 것이 제 유일한 목적이지, 주변적인 것에는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조용히 어려운 곳을 살피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제가 이번에 괜히 요란스럽게 하는 것 같아,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 송구스런 마음이 있습니다.

Q. 한국의 청년 버핏이라고 불리기 까지 학생의 신분으로 겪은 어려움은?

아무래도 학업과 일을 병행하다보니 육체적으로, 또 심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04년도에 대학교에 들어와 벌써 11년이 되었는데, 6년 전부터 학업과 일을 병행하게 되면서 졸업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나름대로 둘 다 충실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Q. 기부를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원래 태어난 후 줄곧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다가 대학 입시 무렵부터 집안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면서 대학 신입생 시절에 적지 않은 고생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린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군대에 가면 생각할 시간이 많은데, 거기서 지난 20년간의 시간을 반추해보니 제가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더 없이 좋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 자라왔던 걸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해서 그런 환경을 맞은 것이 아니듯, 태생적으로 어려운 조건에서 자라온 친구들은 무얼 잘못해서 그런 환경을 맞은 게 아니잖습니까. 그때부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친구들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지기 시작했고, 제가 경제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면 그런 친구들을 돕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게 되어 이곳저곳 힘닿는 대로 지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Q. 기부하게 하는 원동력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태어날 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친구들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없이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자라왔고, 더군다나 성품 바른 부모님 슬하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잠시 경제적인 굴곡이 있긴 했지만, 누구보다도 행운을 안고 태어나 자라왔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가지게 된 지금 능력이, 온전히 저 개인만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부를 할 때, ‘이 돈은 제가 잠시 맡아뒀다가 원래 당연히 가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이에게 돌려준다’ 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베푼다는 생각이 아닌, 어려운 친구들에게 빚을 갚아간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기부하는 단체는 어떻게 선정하는지?

대구시민센터와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제가 평소에 존경하고 종종 조언을 구하는 교수님을 통해서 이들을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대구시민센터와는 공익 활동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서는 대구 위안부역사관을 건립하는데 도움을 조금 드리고, 대구와 경북에 계시는 할머니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북대와 서부고, 경북여고에 지원을 결심하게 된 것은, 요즘 어린 친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적지 않은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냉소적인데, 이는 불안정한 사회구조와 과열된 경쟁체제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형성되는 시기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이라 생각하고, 이 시기의 친구들을 지원함으로써 좀 더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다른 이에게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기에, 기부 단체를 선정할 때는 이곳이 꼭 필요한 곳인가를 숙고합니다. 또한 제가 단순히 지원을 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선순환의 과정을 이뤄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기부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부는 꼭 큰돈을 희사하거나 거창한 지원을 해야만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전 기부는 민주주의의 ‘1인 1표’ 의 가치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또한 재산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민주주의 하에선 누구나 한 사람에게 하나의 똑같은 가치의 한 표가 주어지지 않습니까.

나눔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다른 이를 위하고 살피는 마음 자체가 굉장히 귀하고 소중하다 여깁니다. 또한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혼자 사시는 어르신을 찾아가 말동무를 해드린다거나 사교육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 학생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 역시 가치 있는 나눔의 일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Q. 개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견

저는 힘이 강한 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것,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온전히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성공이란 세상에 절대 없습니다. 자신의 성취가 더 큰 가치를 얻으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에 충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개인이 사회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style="text-align: justify;">기부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법의 하나라고 봅니다. 저는 거창한 것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다른 이에게 좀 더 관대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후손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함인데, 지금과 같은 모습이 결코 이어져선 안 됩니다. 모든 사회적 문제나 갈등은 결국 다른 이에 대한 이해나 배려부족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를 좀 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뜻하게 품을 수 있다면 자연스레 그러한 문제들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저는 지금 하고 있는 투자 일을 정리하고 있는 중인데, 올해를 마지막으로 평생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내년 가을에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를 시작할 계획인데, 이후 독일에서 철학 공부를 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남은 평생 제가 하고 싶은 공부하고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으며 조용히 살아갈 계획입니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여유와 형편 되는대로 조금씩 주위를 살피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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