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에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협동조합이 생겼다. 비혼, 미혼의 1인 여성가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그리다 협동조합이다. 장마를 앞둬 습한 지난주, 그리다 협동조합의 거점지, '어슬렁 정거장'에서을 만났다. 편하게 와서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에서 1인 여성가구들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 심리적 안정, 네트워킹이라는 주 목표를 가지고 1인 여성 가구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1인 여성가구가 사는 데 도움이 되면 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 네트워킹이든,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든,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마당이 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그리다 협동조합은  1인 여성가구 품앗이 모임, 1인 여성가구 쉐어링 모임(반찬, 장바구니, 운동 등), 자기성장 프로젝트, 생태 드로잉 모임 등 다양한  강좌와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여진

그리다 협동조합은 지난 2014년 1월, ‘생기랑 마음달풀 연구소’와 ‘지속가능한 달커피’가 통합하여 협동조합이 되었고 그해 5월, 마포구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 그리다 협동조합은 크게, 여성의 성장을 돕는 ‘생기랑 마음달풀 연구소’,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모아놀이창작소’, 지속가능한 커피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커피제작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이 세 조직의 통합적인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과 관계, 그리고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어슬렁 정거장의 내외부. 출처=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1인 여성가구를 위한 대안 커뮤니티

여성을 주제로 한 많은 협동조합들이 ‘육아와 돌봄’이 중심인 반면, 그리다 협동조합은 ‘1인 여성가구’에 집중한다. 여진은 1인 여성가구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 “마포구는 서울시에서 3번째로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또, 요즘 1인 여성가구 비율도 높아지고 여성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증가한 반면 여성들이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혼자 사는 여성은 정보도 부족하고, 마을이나 시나 구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1인 여성가구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1인 여성가구를 위해 그리다 협동조합은 어슬렁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여진은 어슬렁 아카데미에 대해 “혼자 사는 여성들의 주된 관심은 주거문제라든가 건강, 안전, 외로움이다. 이들에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해 여성들이 내적인 힘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슬렁 아카데미의 특이점은 교육비이다. 작년에 진행된 타로 강좌는 교육비 대신에 교육 시간만큼을 어슬렁 공간에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예를 들어, 교육을 10시간 들으면 10시간을 다른 1인 여성가구와 나누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의자를 이용한 발레, 인형 만들기, 심리치유 등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형태로 교육비를 받았다.

어슬렁 아카데미 ‘글쓰기 최전선’강좌. 출처=그리다 협동조합 페이스북

 그리다 협동조합에서는 강좌 외에도 혼자, 그리고 더불어 사는 여성들의 잡지 "1인용 행복"을 발간한다. 또 여성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동네친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네친구’는 1인 여성가구 커뮤니티 소모임으로 정서적 교감, 정보 나눔을 위해 수제 맥주 만들기, 생태 드로잉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1인 여성가구의 사진을 공유할 예정이다.

1인용 행복 건강편

 

동네친구 만들기 프로그램. 출처=그리다 협동조합 페이스북

여성의 미래를 ‘그리다’
그리다 협동조합의 ‘그리다’는 ‘만들어 가자’, ‘채워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성의 성장을 그리고, 또 여성 임파워먼트(Empowerment)의 발판이 되고자 한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1인 여성가구가 다 같이 모여 사는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혼자도 잘 살지만 함께도 잘 사는 마을'을 꿈꾼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여진은 “여성의 성장은 여성의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도 의미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힘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가지는 것이 성장이다. 교육, 경험, 네트워크에 따라서 기회는 다르게 온다”며 여성의 사회적인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운영 초기에 비해 조합원 수가 늘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카페 운영과 대관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 수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월세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약 350명 이상의 조합원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조합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조합원 수는 120여 명으로 그 중 1인 여성가구는 70%를 차지한다. 그리다 협동조합 활동이 1인 여성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조합원 중에는 남성들도 있으며 조합원 모임에 참가하기도 한다. 조합원 중에는 그리다 협동조합과 같은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가 안정적으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text-align: justify;">여진은 “지금 조합원의 대부분은 3,40 대의 여성분들이다. 20대의 젊은 여성분들이 그리다 협동조합에 더 많이 참여하고, 함께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여진은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그리다 협동조합을 열심히 운영•홍보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많은 여성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낯설어 하지 않고, 부담 없이 ‘어슬렁’거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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