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십자성마을은 도심형 에너지자립 우수마을로 주목 받고 있다. 90세대로 이루어진 십자성마을은 지난 해 8만9천kW의 전기를 직접 생산하여 에너지자립율 37% 달성에 성공했다. 집계되지 않은 에너지의 양까지 합하면 연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공급받는 전기량의 50%정도를 마을 스스로 생산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5 에너지자립마을사업 설명회’에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도시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마을단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경우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몇 개국에서만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십자성 마을은 어떻게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것일까? 코스리는 십자성마을의 에너지자립마을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마을기업 ‘십자성위재공업사’의 노성남전무이사를 만났다.

끈끈한 공동체의식이 만들어낸 에너지자립마을
십자성마을은 월남 파병 후 부상을 입고 서울로 돌아온 국가유공자 101세대가 입주하여 이룬 마을공동체다. 현재는 46가구의 유공자 가족과 일반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노 이사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이 끈끈하다. 이런 공동체 의식을 살려 시작한 것이 에너지자립사업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지켜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후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십자성 마을은 서울시 에너지 정책 ‘원전하나 줄이기’에 동참하면서 에너지자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은 시민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확대하여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대체하자는 뜻에서 출발했다. 2012년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십자성 에너지자립마을’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한 3가지 방법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십자성 에너지자립마을은 3가지 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첫째로 태양광 발전기 설치다. 각 세대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여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자는 것이다. 노 이사는 “설비에 대한 정보부족과 비용문제로 많은 주민들이 망설였다. 하지만 구청의 도움으로 태양광 발전기의 장점을 홍보하는 주민설명회를 3차에 걸쳐 진행했고 2013년, 21개의 가구가 발전기 설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요청하는 주민들에게 설비 구입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십자성 에너지자립마을이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바로 ‘틈새바람막기’다. 십자성 마을은 오래된 주택이 많아 단열시공이 필요한 세대가 많다. 노 이사는 “창문이나 출입문에 단열재를 붙이면 틈새바람을 막을 수 있다. 십자성 에너지자립마을과 뜻을 함께하고 있는 단열시공 전문가로부터 싼값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옥상텃밭 가꾸기’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옥상 텃밭은 여름철 햇볕을 차단하여 건물의 온도를 내려주고 겨울에는 지열을 담아두는 역할을 해 온도를 높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노 이사는 “옥상텃밭을 통한 로컬푸드 실현은 식비와 운송에 드는 에너지를 줄여준다.”며 옥상텃밭 가꾸기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에너지 절전소, 마을회관

에너지 절전소에 전시된 각 세대별 에너지절약 현황
2015년부터는 에너지 사용량이 0이다.

십자성 마을 내 마을회관은 ‘에너지 절전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 이사는 “체육관이 었던 마을회관 일부를 개조하여 에너지 절전소로 꾸며봤다. 각 세대의 월 별 에너지 사용량을 그래프로 정리하여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전소 벽에 전시된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난 해부터 에너지 사용량이 ‘0(zero)’인 세대를 확인할 수 있다. 노 이사는 “에너지 사용량이 0인 세대는 전기료가 기본료 980원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전소는 에너지 교육센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자립 성과가 주목받으면서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의 마을탐방이 잦아졌다. 1월에는 독일베를린자유대학의 미란다슈로이어 교수가 도심형 에너지자립 사례를 연구하러 방문하기도 했다.

에너지자립에 동참한 홈플러스와 관공서들

홈플러스 앞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및 풍력기. 도로변 가로등 불을 켜준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창문을 설치한 홈플러스

십자성 마을이 에너지자립마을의 우수사례로 꼽히는 데는 마을 주변에 위치한 민간기업과 관공서의 노력이 크다. 십자성 마을 입구에 위치한 홈플러스는 도로변에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여 전기를 직접 생산한다. 생산된 전기는 홈플러스 앞 가로등 불을 밝히는데 사용된다. 또 건물일체형 태양광 창문을 설치하여 태양으로부터 필요한 전기를 일부 생산한다.

홈플러스 건너편에 위치한 강동구민회관과 천호1동 주민센터 옥상에는 대형 태양열 발전기가 설치돼있다. 관공서들 역시 십자성 에너지자립마을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생산, 원전하나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주민, 민간기업, 관공서의 에너지자립 노력은 지역사회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됐다. 노 이사는 “다음 달 11일 세계기후환경총회 관계자 30여 분이 십자성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또 십자성 마을이 강동구 에너지투어코스 중 한 곳으로 선발돼 올해 6월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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