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註] 지속가능성 전략에 정통한 ‘지구 2017’(Earth 2017)의 설립자이자 경제학자인 빌 로스(Bill Roth)가 최근 발표한 글을 번역한다. 로스는 마케팅, 가격정책, 운영관리 등을 주제로 기업인 대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The Secret Green Sauce‘라는 저서에서 소비자를 사로잡고 제품매출을 늘리는 우수 사례들을 발굴, 소개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유가 하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있나. 특히 기후변화에 맞서 노력을 기울여온 글로벌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2014년 유가 급락은 지속가능한 기술들을 확산하는데 악영향을 끼치지않을까.

미국은 1974년 1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자동차 연료효율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다. 1974년초 미국은 전체 석유수요의 절반을 수입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가격은 갤런당 1달러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주유소들은 물리적으로도 이런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가격표시판에 99센트까지만 적어넣을 수 있던 시절의 얘기다.

1차 오일쇼크는 자동차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연료효율을 높이지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잘 알다시피 미국 업체들은 이런 경쟁에서 뒤처졌고 계속 석유먹는 거대한 자동차 만들기에 집착했다. 그 틈을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비집고 들어왔고 이는 1)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2) 일본 경제의 급성장 3) 고연비 차량 급증에 따른 석유가격의 점진적 하락 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전체적으로 고연비 자동차가 급증하고 고유가에 따른 경제 위축으로 석유류 수요가 급감하면서 석유수입은 절반으로 줄었다. 1980년대중반까지 석유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한다는 소식이 넘쳐났고 석유생산업자들간 경쟁으로 가격은 배럴당 80달러선에서 30달러아래로 추락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급락했다. 이같은 저유가는 더 큰 차를 열망하는 미국인들의 가슴에 불을 당겼다.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더 커진 구매력을 즐길 수 있었다. 미니밴, SUV, 초대형 픽업트럭이 붐을 이뤘다. 정부도 연비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며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 1999년까지SUV차량 판매는 1994년에 비해 75%나 급증했다. 휘발유 가격은 이런 흐름에 따라 점차 상승했다.석유가격은 1990년 갤런당 1달러에서 2000년대들어 3.5~4달러선까지 치솟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저유가에 취해 1980년대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차 판매는 다시 늘고 있다. 당연히 고연비 차량 판매는 제자리걸음이다. 자동차 연비기준(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CAFE : 자동차 메이커별 평균 연료소비효율을 정한 미국 연비규제법) 강화가 그나마 미국인들이 198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않을 안전장치가 돼줄 듯 하다. CAFE 규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고연비를 강제하고 있다. 오늘날 업체들도 연비높은 차량 판매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자동차 연료효율 높이기에 저항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변수다. 미국인들이 과연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연비규제를 계속 지지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세계는 지금 에너지기술과 관련해 네갈래길에 서있다. 고연비 정책이 성공하면 엔진 제조기술과 차량 디자인 기술이 한단계 올라서고 유가는 계속 떨어질게 분명하다. 테슬라, BMW, 포르셰, 페라리 등은 압도적인 연료효율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라나 전기차를 새롭게 선보일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는 큰 시장을 형성하게된다. 일자리와 경제, 환경 등을 지속가능하게 보전하는 길이다.

캘리포니아는 지속가능성 기술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경제적, 환경적 이익을 창출하고있다.수년전만해도 주정부 보조금이 아니면 주택에서 태양광 발전을 채택하기 어려웠다. 이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보조금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됐다. 태양광발전 단가는 급락했고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지붕에 설치한 가정은 전기요금을 종전의 40%만 내면 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더욱이 이 가정은 전기차를 갖고있다면 휘발유를 한방울도 쓰지않고 오로지 태양광 발전만으로 차를 굴릴 수 있다.캘리포니아의 정책은 지역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지금 이런 질문을 한다. 198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할까. 역사를 돌아보라. 저유가에 취해 연비가 나쁜 큰 차를 선호하다간 석유소비 증가에 따른 유가상승의 역풍을 피할 수 없다. 경기순환이론에 다시 빠져들고,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게 불보듯 뻔하다.

역사는 저절로 반복되지않는다. 지역내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소비자물가 안정, 환경보전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출하는데는 기술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http://www.earth2017.com/2014-oil-price-collapse-threatens-sustain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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