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註]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이 최근 대립적 개념, 혹은 대체적 개념으로 맞서면서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스리는 CSR과 CSV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우리 기업들의 실제 적용사례 등을 살펴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양지원 기자]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은 지난 2006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교수와 비영리 컨설팅업체인 FSG의 공동창업자인 마크 크라머(Mark Kramer)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논문 ‘전략과 사회 : 경쟁우위와 CSR의 연결‘에서 처음 윤곽을 드러냈고 2011년 보다 정교한 틀을 갖춰 제시됐다.

이들은 2006년 논문에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면서 ‘기업은 전략적 관점의 CSR를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뿌리를 둔 시장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세계 경제계는 대안을 모색해왔고 그 과정에서 경제활동 주체인 기업을 주목했다. 이 때 CSV는 자본주의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업의 수익 증가와 사회가치 창출을 긴밀히 연결시켜주는 묘약으로 등장했다. 기업에게 효율성 제고, 차별화, 시장 확대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터가 제시하는 CSV 실천

CSV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마이클 포터는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기업은 상품과 시장을 재평가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기업입장에서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시작점은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요구나 혜택, 문제 등을 알아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BOP(Bottom of the Pyramid,소득계층의 최하위에 있는 연간소득 3,0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이다. 빈곤층은 어떤 계층보다 사회적 요구가 강하지만 그동안 적절한 시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BOP시장에는 수십억 명의 잠재고객이 있다. 저소득 소외계층 소비자에 적절한 제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엄청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보다폰(Vodafone)은 저가 휴대전화로 빈곤층이 안전하게 돈을 저축하도록 돕고 영세 농부의 농작물 생산과 판매 역량을 혁신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다폰이 케냐에서 출시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 M-PESA는 3년만에 1000만명의 고객을 모았고 케냐 GDP의 11%에 달하는 자금을 처리했다.

둘째, 기업은 가치사슬내 경제활동의 일부 혹은 전체를 개선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천연 자원, 수자원 이용, 보건 및 안전, 근로조건, 직장차별 등 문제는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 보면 공유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잡게 된다.

월마트 사례를 보면 저가전략을 가능케 해주는 값싼 노동력과 대량생산, 환경파괴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면서 유통공룡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에너지 공급원을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충당할 것, 폐기물 배출량을 ‘0’으로 만들 것,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제품을 판매할 것 등 3가지 지속가능전략 목표를 수립하고 변화를 시작했다. 월마트는 제품포장을 간소화하고 트럭이동경로를 수정하는 변화를 통해 2009년에만 제품 배달경로를 1만마일 단축, 2억달러를 절감했다. 또 매장에서 사용하는 포장재의 처리방식을 바꾸면서 쓰레기 매립비용도 수백만 달러 줄였다.

셋째, 외부비용으로 연결되는 관련 클러스터(Cluster, 유사 업종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것)를 개선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지원과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기업의 관련 사업, 협력업체,, 서비스업체, 물류 인프라가 지리적으로 한곳에 집중된 지원 환경이 중요하다. CSV의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진행하는 실질적인 조직운영능력,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정부의 지원, 비정부기구(NGO)등 시민단체와 연계를 통한 클러스터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의 이해

전통적 자본주의 기업경영에서도 기업의 이윤창출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매커니즘이 있다.그렇기에 상당수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CSV 전략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적 가치란 소비자가 누리는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새롭게 증대된 가치를 의미한다.

네슬레는 인도의 모가(Moga)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제품생산에 필요한 신선한 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웠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에 수의사와 관련 기술자를 파견해 목축을 과학적으로 교육하고 운반 및 저장 인프라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모가 지역은 인도 낙농 산업의 중심지로 변신했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증대시키면서 안정적 원재료 공급으로 이윤증대 효과를 얻었다.

CSR과 CSV

요즘 기업들은 핵심역량에 기반한 CSV 모델을 개발하고있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지는 기업의 경영전략과 핵심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CSV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만들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경영전략이다. 기존의 한정된 소비자층을 넘어 새로운 시장 및 가치를 창출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CSR을 자선,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CSR은 기업이미지 제고에, CSV는 수익과 경쟁우위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한다. 어떤 이는 “CSV는 CSR보다 한 차원 더 진화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거리 부랑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것은 CSR,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는 것은CSV’라고 도식화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CSR은 기업에 이익을 주는 활동이 아니다. CSV는 그 활동으로 이익을 추구한다’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측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씽크탱크인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의 마이클 새도스키(Michael Sadowski) 부사장은 “CSV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옹호해왔던 개념에 대한 신선한 용어”라고 주장한다. 신간 ‘그동안의 CSR은 왜 실패했는가’의 저자 웨인 비서는 CSR이 CSV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CSR 2.0’은 사회공헌이나 자선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환경,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포괄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CSR과 CSV를 대비하고, 우열을 가리고, 유불리를 따지려는 여러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다. 왜 이런 용어들이 등장했는지, 그 연원을 따져보고 본래 취지를 구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가 있겠다.

[특별기획] CSR對CSV 웹 매거진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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