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비즈니스적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시작이다. 사회 문제를 아이디어로 풀어나가고 임팩트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열정으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하고 있지만 막상 부딪히고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이런 장벽 때문에 사회적기업이 본래 갖고있던 소셜 미션이 흔들리기 까지 한다. 사회적기업이 기업으로서 경쟁력과 소셜 미션을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방향과 자리를 잡아주고 육성해주는 기관이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의 공식 위탁기관 21개 가운데 하나인 함께일하는재단(이하 함재)은 국내 최초로 소셜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한 기관이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일찍 눈을 뜬 함재는 딜라이트, 공부의신, 터치포굿 등 선두적인 소셜 벤처를 낳을 수 있었다. 소셜 벤처 육성의 첫 발걸음을 함께 한 함재의 인큐베이팅팀 장동열 팀장을 만났다.

*함께일하는재단
함께일하는재단은 다양한 실직 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고용 모델로 주목받는 사회적기업이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소셜벤처를 발굴·지원한다. 소셜벤처 육성은 마포와 양천 센터에서 진행한다. 마포센터는 성장단계의 소셜벤처를, 양천센터는 초창기나 창업 준비 단계에 있는 소셜벤처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Q. 국내1호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센터로 다수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했다. 재단의 기존 사업외에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금은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을 지향하는 청년들이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많이 지원하지만 2007년 초반에는 청년들이 주력화하지 않았다. 소셜벤처경연이나 아이디어대회에서 배출된 청년들이 실제로 이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지원시스템이 전무했다. 그 때 안정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대회에 배출된 팀들과 거의 1:1 매칭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했다. 2009~2010년을 거치면서 공부의 신, 터치포굿, 시지온, 트리플래닛이 나왔다.

이전의 기업 연계형 사회적기업은 교보가 지원한 다솜이나 SK 행복도시락 인증 사회적기업이 있었다. 간병 시장이나 일자리 창출 영역을 기업 자원과 연결시켰다. 지금은 많이 일상화됐지만 기획 창업을 했던 것은 그때가 최초다. 저소득층, 노인들 급식 부문에 사회적 필요가 있었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기업과 지원기관과 실제 운영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주체들이 모였다. 자금은 기업이, 용역은 시민단체가 맡고 우리 재단이 직접 기획, 창업한 사업이다. 이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팀을 성공하는 모델로 만들기 위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운영했다.

Q. 함재가 인큐베이팅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 사회적인 미션을 갖고있어야 한다. 여러 사회 문제를 풀고자하는 미션과 취지가 일단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 모델 부분에서 약간 부족한 부분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솔루션을 갖고 인큐베이팅하고자 한다.

결국 기업가 부분을 보고 뽑는다. 끝까지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중요하다. 지금은 너무 확장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사람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Q.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역량도 중요하다.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판단해 경영학적 마인드를 키우는 건 어려운듯한데.
- 썼다가 지울 수 있는 판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가가 매우 중요하고 목적 자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 그 뒤에는 어떻게 그려도 상관없다. 솔루션을 찾아볼 때, 다른 방식을 찾아보거나 하는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 진행된다. 완벽한 비즈니스가 없어 지원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다. 여러 번 시도하는 과정까지 가져가는 것이 재단의 목표다.

기업가라고해서 모든 역량을 다 갖출 필요가 없다. 창업을 하면서 필요한 경영능력이 있다. 부족한지 부분을 알게 해 채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Q. 함재의 인큐베이팅 방식과 시스템은 어떤가? 서울에 있는 주요 지원 기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 코칭과 멘토링이 기본 운영방식이다. 담당하는 팀에 대해 매니지먼트를 한다. 멘토링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슈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답을 제공하지는 않고 같이 기획하고 고민하면서, 창업가나 사회적기업가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초창기에 방향없이 막 나가는 경우가 있을 때, 울타리를 쳐준다. 함재가 운영하는 과정에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경험과 정리된 솔루션과 툴이 있다. 누가 어느 팀을 맡아도 균질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다른 기관은 담당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담당자의 능력에 따라 지원이 다른데, 우리는 그런 간극을 줄이고 있다.

Q. 1~2년의 인큐베이팅 기간이 있어야 어느 정도 사회적기업으로서 윤곽이 드러난다. 준비기에서부터 성장기까지 함재가 지원해주는 주요 부분은.
- 아이디어만 있는 1년차에는 미션을 정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고 개발한다. 실제 운영할 수 있는 계획을 초기 매출 전까지 꾸준한 질문을 통해 계획작업을 하고 있다. 기업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넘어서야 하는 단계일 경우, 뒤에서 밀어준다. 그 외에 인큐베이팅 보다는 전체 생태계를 지원해줄 수 있다. 독립해 성장하고 있을 때에도 해결해야 할 투자나 매출 등 이슈가 있을 때는 같이 논의한다. 우리는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이슈를 보고 지원 매뉴얼을 만들려고 한다.

자금 같은 경우에도 1차 년도는 진흥원의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2년째는 필요에 따라 민간 자원과 연계하는 구조다. 돈 보다도 같이 이슈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시간을 투여하는게 중요하다.

Q. 기수마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발이 되지만 중간에 그만두거나 옮기는 경우도 있지 않나.
- 1기 때는 두 팀이 중간에 그만뒀다. 한 명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나머지 한 명은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들어왔는데 약간 문제가 생기면서 중간에 포기했다.

Q. 사회적기업의 지원금이 정부자금이다 보니 사업 운영비로 불충분하다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 수익구조가 불분명하다거나 지원금이 없다고 해서 지원금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1년에 2000만~-4000만원을 지원하는데 이것도 크다고 본다. 예전에 마포센터는 활동비 30만원 정도와 사업비 500만원을 지원했다. 1년 차에 시스템을 갖춰 매출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거나 자원을 필요에 따라 연계해야 한다. 2년 차에 기업의 자생력을 위해 서비스와 제품으로 일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규모보다는 효율성의 문제다. 필요한 곳에 민간 자원을 집중해서 써야하고, 정부 지원금 같은 경우는 경직되게 운영되기도 한다.

Q. 함재 1기와 2기 선발과정에서 차이가 있었나? 선발된 사회적기업간에도 차이가 있는지.
- 1기는 처음 시도된 사업이라 능력있는 기업가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2기는 아이디어나 아이템의 업종이 IT, 교육 등 소수의 몇몇 분야에 몰려있다. 연령대도 1기는 30대 초반, 20대 중후반으로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만두고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그래서 절박성과 집중성이 보였다. 2기는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지원 사업 성격에 맞아 들어오는 기업도 있었고, 대학생 창업팀도 있었다. 취지가 안 맞는 사업이 들어오면서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에 약간의 양극화가 있다.

‘뽑지 말았어야지’ 생각했던 팀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잘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 아이템은 계속 바꾸니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아이템을 현실성있게 끌어가는 몫은 결국 기업가에 있다.

Q. 여러 사회적기업이 함재를 거쳤는데 자랑스럽게 느끼는 기업이 있다면.
- 돈을 많이 버는 기업보다도 처음 봤을 때와 2년 지난 후의 모습이 발전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머리가 뛰어나거나 아이디어가 좋기 보다는 미션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방법을 찾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맡았던 팀 가운데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 있는데, 5~6년 사회에서 일하다 하고싶은 공동체 일이 있어 양천구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1년 과정을 거쳐 지금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마을 자체가 이전에 비해 훨씬 달라졌고 사업도 많이 확장됐다.

빅워크도 처음엔 ‘진짜 안되는 아이템인데 왜 뽑았을까?’ 생각했는데 센터의 대표 모델로 많이 이야기되고 있어 마음에 든다. 사업 모델이 우수하고 성과가 좋았다기 보다는 흐릿한 상황에서 형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기 가운데는 센터에 진짜 오래 남아 일하는 사람들이 좋다. 센터에서 계속 집중해서 나오는 팀은 전체 20~23개 팀 중 10여개 된다. 사업이 안 되는 데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웃음)

Q. 개인적으로 재단에서 소셜 벤처 육성사업에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지역사회 활동, 시민운동을 하다 2007년 재단에 들어와 일하게 됐다. 그 때부터 재단이 사회적기업 관련 사업을 하면서 동참하게됐다. 2010년까지는 사회적기업의 정형화된 지원을 했다면, 2011년부터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이 시작되면서 청년들의 소셜 벤처 인큐베이팅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생길 때부터 했으니 지원사업영역에 있어서는 초창기부터 시작했다.

Q. 사회적기업 지원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와 어려움을 느낄 때는.
- 개인적으로는 나이드신 분이나 정형화된 방식으로 일하는 분들과 일을 많이 했다. 지금은 어린 사람들이 많아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이전에는 수학 공식처럼 뭐가 나오는 것들이 있고 영역이 정해져있다면 사회적기업이나 사회혁신에 대해 상상을 많이해 생각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 자기 일생의 일부에 투자를 하는 건데 약간의 부담은 있다. 이 기간이 의미있게 되도록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

Q. 창업을 하면서 청년 실업을 해결한다고 했는데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사회적 구조나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않았다. 청년들에게 더 어려운 길이 아닌가.
- 개인에게 떠 넘기는듯한 느낌이 있다. 일자리 창출과 창업은 별개다. 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청년의 일자리 대안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창업도 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사회의 의미있는 역할과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소셜 벤처를 창업하는 것도 일자리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Q. 매년 예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사회적기업이 나오고 있다. 이 시장에서의 경쟁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 양적인 확대는 많이 됐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기업은 적어도 이래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게 필요하다.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대표 모델을 많이 알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맞춰지지 않을까한다. 예를 들어 조직은 어느 기업으로, 수익구조는 어느 기업으로 등 모델들이 많이 나오면 사라질 만한 기업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질적인 관리가 되지 않을까한다. 아직까지는 모델이 될 만한 사회적기업이 많이 없다. 앞으로 그런 기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


Q. 사회적경제 분야의 미디어도 점점 늘어난다.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은데, 인큐베이팅 팀장으로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사회적기업과 지원단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지금까지 4년 정도 인큐베이팅하고 있는데, 새로운 주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지원이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걸 잘 정리해보고 싶다. 그리고 창업 준비기뿐 아니라 성장단계까지 지원프로그램을 빡빡하게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보고 싶다. 흩어진 여러 프로그램을 하나로 정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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