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눈다’라고 할 때, 저는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나누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제가 나눠지는 것이더라구요. 쉽게 말하자면 ‘Two'가 곧 ’One'이에요. 나눔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하게 되더라구요. 어느새 나눔이 곧 제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Table for Two 코리아(이하 TFT)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조리지씨가 바라본 나눔이다. 이런 색다른 기부 인식을 만들어준 주체가 바로 TFT다. TFT는 나눔을 통해 모두가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식사를 지향하고 색다른 기부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Table for Two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식량 불균형 문제를 한끼의 식사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선진국에서는 칼로리를 줄여 만든 건강한 TFT 식사를 통해 일정 금액의 기부금이 개발도상국 어린이 한끼 학교 급식을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대신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고, 선진국에서는 바른 먹거리를 추구하고 있다.

기업‧개인 모두가 함께하는 색다른 기부
TFT는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과 제휴를 맺어 구내식당에 800kcal 미만의 음식을 TFT 메뉴로 지정한다. 사람들이 TFT 메뉴를 먹으면 한 끼당 300원이 적립되어 월말이나 분기별로 기부가 된다. 현재까지 쏠리드, 한국연구재단, SK이노베이션의 구내 식당에 TFT 메뉴를 도입했다. 또 조선일보에서 개최한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코스리가 주최한 ‘2012 CSR 필름페스티벌’과 같은 행사에서 TFT 점심을 제공해 기부 매칭을 했다. 음식뿐 아니라 기업별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기부를 이끌어 내고 있다. TFT는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어 한 개인이 뱅버드 통장을 개설할 때마다 300원이 기부된다.


개인은 ‘TFT 나눔 Day'에 참가해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기부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손건웅 학생은 빅워크 앱을 통해 걸어서 쌓인 적립금에 더해 기부를 했고, 중앙대학교 박보광 학생은 TFT에서 판매하는 중고 책을 구매해 기부했다. 국민일보 기자인 이제훈씨는 TFT 활동을 듣고 월급을 받아 100명의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TFT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유도하고, 기부금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같이 공유하고 있다.

2012년 한해동안 기업과 개인의 힘으로 모은 기부금은 Millennium Promise로 전달돼 동아프리카 5개국 어린이들에게 2만8000끼의 학교 급식으로 제공됐다.

300원의 의미
사람들은 300원에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TFT와 개발도상국의 극빈곤층 어린이에게는 한 끼의 식사이자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이유다. TFT 제품 하나가 판매될 때마다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한 끼의 식사가 전달되고 있다. 정기적인 기부를 위한 TFT 만의 모델은 무엇일까?

‘이베르딘 더치커피’는 커피유통업체인 이엠아이(EMI, Energy & More International)를 통해, 그리고 쉐어펀(Sharefun) 더치 커피는 AK몰, 인터파크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TFT 나눔 밥그릇은 한국인들에게 조금 더 의미있는 제품이다. 밥그릇에 음각으로 2개의 눈금을 100g(168kcal), 200g(336kcal)로 각각 새겨 한국인들이 적당한 양의 음식 섭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이어트 밥그릇이다. 나눔 밥그릇은 정승연(성균관대 3년) 학생이 YSES(Young Social Entrepreneur School)에서 프로젝트 팀장으로 3개월동안 기획, 제작, 마케팅까지 직접 발로 뛰어 탄생한 제품이다. 도예가 김성훈 씨와 협력해 기부에서 건강한 식습관으로 이어지는 똑똑한 제품이다. 판매금의 30%는 TFT 기부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행복이 가득한 집’ 잡지는 1년 정기구독자에게 증정하는 사은품으로 나눔 밥그릇을 채택하기도했다. 나눔 밥그릇과 같은 창의적인 제품 개발에 이어 조리지씨는 ‘공간 기부 프로젝트’라는 모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커피숍이나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유통을 요청하니 거부감을 표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더라고요. ‘상생’이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는 만큼 다른 전략을 짰어요. 기업 매출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방법으로 공간 기부 프로젝트를 고안했어요. 각 가게마다 비어 있는 조그만 공간에 TFT 커피를 놓고 홍보 및 판매를 해요. 공간 기부를 통해 판매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거나 공간과 판매 수익 전부를 다 기부할 수 있어요“

지금은 시행 준비단계지만, TFT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거나 한 기업이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물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공간에 TFT 커피를 놓는 등 다양한 방안을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

Table for One and Two
조리지씨는 현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창업이나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둔 일반적인 경영마인드와 조금 달라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돈은 가치있게 쓰면 된다’고 하셨어요. TFT에서 자원봉사로 1여년 정도 일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저보고 ‘돈을 안 좋아하냐, 무급이라 힘들지 않냐’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하지만 저의 아이디어를 TFT에서 마음껏 펼치는데 열정이 있기 때문에 재밌어요. 제가 TFT에서 일하고 있는 게 자랑스러워요.”

그녀는 비영리단체가 단순히 기부나 모금을 요구한다는 편견을 떨치고, 비영리에 경영학을 접목시키며 전략적인 기부와 비영리단체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영업일을 주로 맡고 있는 그녀가 기업과 접촉하면서 느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TFT만의 ‘나눔과 300원의 가치’를 더욱 크게 만들어 가고 있다.

“문서를 전략적으로 마련했는데 기업이 주의깊게 봐주지 않으실 때나 비슷한 모델이 많이 나오면 약간 속상하기도 해요. 기업에서 나온 모델이 좀 더 지속가능하다면 저희가 접촉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좀 더 좁아지죠. 그래도 기업이 꼭 TFT와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이유를 마련하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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