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은 2010년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장애인, 난민, 이주민 등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공익 소송 및 자문을 통한 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공익법 연구 및 법률구조, 제도개선, 입법지원활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로펌변호사의 프로보노 활동을 위해 공익단체, 활동가 및 예비공익 변호사를 지원, 양성하고 있다.


“다른 로펌에 있으면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로보노나 봉사활동을 하기엔 로펌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데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동천 재단이 설립되면서 공익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오게 되었습니다”


(편집자 註 :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이란 뜻으로 쓰인다.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다르다)


양동수 상임변호사는 마음만으로 공익 활동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다. 바쁜 업무에 쫓겨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게 어려웠고, 법률분야에서 공익 활동을 위해 지원되는 시스템이나 수요개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천의 공익법률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자 점점 더 많은 변호사들이 프로보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2년 한 해 188명의 태평양 국내 변호사가 1인당 67시간 이상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했다.

“변호사 업무 특성상 공익을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영리 활동에 집중되다 보니 지원되는 시스템이나 수요 개발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시스템이 갖춰지니 공익 활동을 하고자하는 변호사들의 열정이 더해지며 활성화됐습니다”

동천은 프로보노 전문가와 공익영역 간 이해와 소통의 매개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함으로써 공익법률지원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양 변호사는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생각지 못한 여러 어려움이 겪었다.


“영리와 비영리 분야를 잇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막상 사람들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더라고요. 영리중심으로 법률시장이 전문화되다 보니 변호사들은 소수적 약자와 공익 이슈에 대한 이해가 없었습니다. 당사자들을 서로 이해시키고 연결하기 위해 지원하는 후방적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탈북민 분야에 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도 중간적 역할의 어려움에 동감했다.
“난민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소송을 진행할 때 언어적인 문제, 통역의 문제가 있습니다. 난민들이 법률 용어를 몰라요. 그래서 시스템이 없으면 변호사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죠”


김 변호사는 “소송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을 정리해 불어나 아랍어 등으로 법률 용어집을 만들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이 자료 리서치, 통번역, 난민 국가들에 대한 데이터 구축 등 Casework 시스템을 같이 도입했어요. 이런 지원 활동들은 공동체가 같이 해야합니다. 변호사 개인이 져야할 업무부담을 줄이고 잘 작동되는 전체 시스템 안에서 변호사들은 소송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들은 직접 변호사에게 법률 요청을 하기 보다는 단체를 통하게된다. 그래서 동천은 비영리단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법률 수요가 있는 곳을 상시적으로 파악한다. 또 프로보노 전문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및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통번역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동천은 사회적 약자 외에도 사회적기업을 위해 1:1 매칭 방식으로 법률자문, 사회적경제 관련 법률자문, 사회적기업가 법률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인데, 규모가 작다보니 영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없어요. 그래서 2012년 총 70여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에게 법률자문을 수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WOOZOO)는 주택을 임차하고 리모델링해서 쉐어하우스 형태로 만든 소셜 벤처에요. 임차인 보호 문제, 위탁 부문, 투자 계약서 등 사업 모델의 법적인 문제점들이 많아서 자문을 했습니다”


양 변호사는 개별 사회적기업의 법률 지원을 통해 “제도, 입법, 정책을 바꾸는데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적인 법률 보다는 로펌의 자원과 전문성을 잘 활용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을 도우면 여러 사람에게 혜택이 가는 소송을 위주로 합니다. 사회적기업 법률을 지원하는 건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죠. 동천은 가이드 북을 만들거나 법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작업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동천의 다양한 법률지원활동은 로펌도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년 소수자 및 소외계층 가정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2012년에는 24명에게 매월 일정금액의 생활비 지원하는 등 총 75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상하반기에 정기 공모지원 사업을 통해 공익인권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단체별로 500만원 지원했다. 탈북민 취업 지원센터는 탈북민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영상물을 제작했고, 이 영향으로 8명의 탈북민이 취업에 성공했다.


4년동안 사회적 약자,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법률적, 경제적 지원을 해온 두 변호사는 인권에 대한 사회의 태도와 관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김 변호사는 “약자 보호활동을 하는 투명하고 건전한 단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약자를 비주류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 역시 “개인과 사회가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는데,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합니다”라며 사회 전체가 빈곤층과 약자를 위해 바른 인식을 토대로 공익활동에 기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천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 변호사는 “변호사의 60% 이상이 로펌에 소속돼있기 때문에 변호사 그룹이 좀 더 조직적, 체계적으로 나서면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프로보노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동천 활동의 결과로 많은 로펌이 공익 변호사를 채용하거나 봉사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프로보노를 좀 더 체계적으로 중계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센터나 영리·비영리를 연결하는 중간 지원 조직의 성장을 동천이 도와주고 싶습니다”라고 동천이 꿈꾸는 비전과 목표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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