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대통령 선거일이 6일 남았네요. 지난주 제가 우리말의 속성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이 복잡한 시기에 이런 주제를 잡은 건 당선된 분이든 고배를 마신 분들이든 국민들에게 드릴 인사말을 준비할 때, 우리말에 드리워진 속성을 염두에 두라고 권유하고 싶어서였습니다.아니, 정치를 하는 분들을 위해서만 고른 주제가 아닙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며 견뎌온 국민들도, TV를 끄고 푸르른 하늘을 우러러보며 외면한 분들도, 이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자기야’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분들도 함께 생각해볼 문제이기에 고른 제재입니다
임철순 데일리임팩트 주필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세상을 떠났을 때, 처가 쪽의 먼 친척 항해(沆瀣) 홍길주(洪吉周, 1786~1841)는 “수만 권의 서고가 무너졌다.”[數萬卷書庫 頹矣]고 슬퍼했습니다. 다산의 회혼(결혼 60주년)을 축하하는 글에 “다산 정대부는 박식함이 우주를 꿰뚫고 깨달음이 미세한 것에까지 투철했다.[茶山丁大夫 博識貫宇宙 融悟徹纖微] 쌓아둔 것이 드넓고 다룬 분야가 많아 어떤 것이든 환히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라고 썼던 사람입니다.2월 26일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 부음을 듣고
충북 단양은 경치 좋다는 얘기만 들어봤지 발길 닿은 적이 없다. 생전 처음 단양을 둘러보고 온 간단한 소감? ‘육지 속 제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거리로만 생각했을 때 단양은 부산보다 혹은 제주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거리상 가깝지만 늘 가던 곳, 익숙한 곳을 선택했던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다. 차로 2시간 남짓,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면 1시간여 만에 단양역에 도착할 수 있다. 충북 제천이 단양과 이웃하고 있어 차로 이동할 때 제천을 거쳐서 가기도 한다. 그래서 단양으로 향하기 전 제천을 방문했다. 수몰 지역 유물
지난주에는 지금 우리의 ‘해체‘가 농경문화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까닭을 말씀드리지 않고 이번 주로 미뤘지요?그런데 편집부를 통해 아주 중요한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총ㆍ균ㆍ쇠(Guns, Germs, and Steel)’(1999)의 저자 다이어몬드(J. M. Diamond, 1937~ ) 교수의 이론을 넌지시 소개하면서 우연히 겪은 일화를 일반화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살펴보라고 하시고, 또 한 분은 프랑스가 영국보다 산업화가 뒤늦은 농경국가였는데 식사 시간이나 여름휴가를 보면 오히려 여유만만하던데, 농경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3월 "최근에 저의 불찰로 법원 가족 모두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천대엽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해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세를 28차례 늦게 납부하고, 스쿨존 속도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데 대해 “불찰은 모두 제게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7월 김의겸 열린민주당(당시) 의원은 과거에 기자들이 경찰을 사칭해 취재하는 일이 흔했다고 말한 것을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19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
안녕하세요? 창밖 아파트 뜨락 나무 가지들의 꽃눈이 발그스름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네요. 이번 주에는 우리 문화의 문제점인 ‘빨리빨리’의 심리적 근원을 생각해보자고 했지요?제가 이 주제를 제안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혼란이 이 빨리빨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을 켤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일상적 사고들은 물론, 사랑한다며 몇 번쯤 쫓아다니다가 안 만나준다고 당사자와 그 부모까지 찔러 죽이는 사건을 비롯해, 우리들의 지도자가 되어 새 역사를 열겠다는 분들과 그 가족들의 웃음 나오는 짓 모두가…그야 어느 시
‘고려사’는 김종서 정인지 등이 1449년(세종 31)에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문종 1)에 완성한 역사서다. 고려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인물 등을 기전체(紀傳體)로 정리했다. 이보다 1년 후 김종서 등 18명이 편찬한 ‘고려사절요’의 특징은 고려사를 편년체로 정리한 것이다. 절요(節要)는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만 축약했다는 뜻이다. 요즘 말로 하면 ‘간추린…’이 되겠지만, ‘고려사절요’는 ‘고려사’를 그냥 줄인 게 아니어서 서로 보완관계인 역사서로 평가되고 있다.최근 어느 저녁 모임에서 평소 역사서를 즐겨 읽는다는 사람이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우리 시대의 해체를 해결하는 방법을 함께 논의해보자고 말씀드렸지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1960년대 중반 미국의 비평가 수전 손탁(Susan Sontag, 1933~2004), 피들러(Leslie A. Fiedler, 1917~2003) 등에 의해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예술 사조부터 살펴봐야 하겠네요.아직도 ‘포스트(post)’를 ‘후기(後期)’로 봐야 하느냐 ‘탈(脫)’로 봐야 하느냐를 논의하는 이 사조를 살펴봐야 하는 것은 칸트나 헤겔의 변증법
아버지가 은퇴하셨다. 가족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려와 종착역에 내리신 거라고나 할까? 게다가 일반적인 은퇴 나이인 만 60세를 훌쩍 넘기고 만 75세에 정년을 맞으셨다. 50여 년 조직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딸, 실업급여는 어떻게 타는 거냐?”단 한 번도 실업급여를 타보신 적 없는 아버지. 고용보험이 도입되기 훨씬 전인 1986년에 마지막 다니던 회사에 입사했고, 올해 초 퇴사했으니 실업급여란 남의 일일 뿐이었다. 그사이 참 많이도 변한 세상. 우리 생활 전반이 인터넷 안으로 들어왔다. 실업급여를 받을 때도 다
2월 4일은 입춘이다. 24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을 지나면 우수(2월 19일), 경칩(3월 5일)으로 봄이 열리게 된다. 나는 대문 등에 붙이는 ‘입춘대길’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글을 지난해 입춘 때 쓴 바 있다. 이어 경칩 때는 경칩의 원래 이름이 계칩(啓蟄)이었다는 기록을 소개했다.올해 입춘을 맞아서는 ‘의춘대길(宜春大吉)’이라는 말을 알게 됐다. 이 말은 중국에서 들어온 뒤 오랫동안 쓰이다가 입춘대길에 밀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게 됐지만, 글자 자체로만 보면 밋밋한 입춘보다 뜻이 더 깊다. 의춘은 풍우가
전통놀이 하면 쉽게 윷놀이가 떠오른다. 하늘을 향해 높이 윷가락을 던져 나오는 도‧개‧걸‧윷‧모 모양에 따라 윷판에 말을 놓는다. 앞서 나간 말을 잡을 수도 있다. 엎치락뒤치락 흥미진진함에 박장대소하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윷놀이다. 신명 나게 웃고 즐기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놀이에 한 사람이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윷놀이 문화를 지키고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제1호 윷놀이전문 강사 윷놀이연구소 조광휘 (59) 소장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윷놀이 전도사 되다조 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말끔하게 차려입고 고객을 맞이하던 KB국민은
안녕하세요? 창밖 매화나무 가지에 쌓인 봄눈이 바람이 불 때마다 솨르르 쏟아지네요. 그래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이번 주에는 ‘젠더(Gender)’와 ‘나두유(Me too)’ 문제를 함께 논의해보자고 했지요? 자칫하면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주제를 같이 논의해보자고 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체는 막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하지만,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논의하려면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 Freud, 1856~1939)의 견해부터 살펴봐야겠네요. 그는 인간의 정신을 세 영역으로 나누고, ‘
시루작은도서관(경기도 부천시 길주로)에서 만난 공무원연금공단 부천 상록자원봉사센터 센터장 김남심(63) 씨의 목소리엔 활력이 넘쳤다. 그는 이곳에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루를 여는 책 읽기’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교육과 함께 10대들이 긍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돕고 있다.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 현직 때 못지않게 활발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저는 36년의 공직을 우체국에서 시작해 우체국장으로 은퇴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어요.”김 씨는 지금까지 만나온 공무원 출신 은퇴자
얼어붙었던 몸이 녹아내린다. 습한 기운이 몸을 감싸 두꺼운 겉옷을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걷다가 문득 밖을 쳐다보면 여전히 깊은 겨울, 아직은 추운 날씨. 이제 조금만 있으면 된다. 곧 땅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면 움이 트고, 새싹이 올라오고 푸릇하게 바뀔 것이다. 세상 이치다. 하지만 지금 있는 이곳은 자연의 흐름을 붙잡아두고 있다.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여긴… 계절이 멈춘 미지의 세계 속이다.서울식물원(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특별시 등록 제2호 공립수목원)은 2019년 5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원 첫해부터 긍정적인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알프스를 넘으며 동·서양의 변증법(辨證法, Dialectics)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며,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그런데, 죄송합니다. 이 원고를 쓰려고 다시 지난주 원고를 보니까 ‘칸트(1724~1804)의 고향 슈투트가르트에서 출발해 알프스를 넘으며’라고 했더군요. 슈투트가르트는 칸트의 고향이 아니라 헤겔(1770~1831)의 고향인데요.제가 헤겔의 변증법에 관심이 있어 2004년 독일 본 대학 교환교수로 나갔을 때 뉘른베르크에 살면서 차를 몰고 슈투트가르트는 물론, 그가 학창 시절을 보낸 튀빙겐, 처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집에 함께 산다고 하면 대부분은 가족이려니 한다. 그게 아니라면 요즘은 1인 가구이지 싶다. 과거에는 핵가족화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모자라 홀로 사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됐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옛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는 세상, 외롭지 않을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공동체 주거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지난해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라는 책을 발간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김수동 이사장을 중심으로 김학수, 김현지, 박건우, 손웅익, 임
어제 드디어 때를 밀었다. “흥, 또 때 이야기야?” 이러는 분들이 있겠지. 그러나 연 2주에 걸쳐 목욕 이야기를 하면서 때를 밀겠다고 다짐했으니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게 글 쓰는 자의 마땅하고 옳은 도리 아니겠나.열흘 후면 설날연휴. 원래 촌놈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이발하고 목욕하는 건데, 이발은 며칠 전에 이미 했고 때도 확 밀었으니 이제 나이만 한 살 더 먹으면 된다.때를 미는 걸 요즘은 좀 있어 보이게 세신(洗身)이라고 한다. 내가 다니는 목욕탕의 세신 요금은 시설과 환경에 비해 거창하고 호화롭다. 그냥 때만 밀면 1만 8000
이번 주에는 ‘마음의 순결을 잃은 뒤 세상의 모습’을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제가 마음의 순결을 잃으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걸 깨달은 건 초등학교 2학년 초여름 하교 길에서입니다.제 학교 길은 둘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새로 닦은 신작로길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앞산을 넘어가는 고갯길입니다.저는 큰길을 더 좋아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는 좀처럼 자동차 구경하기가 힘든 세상이었는데, 계룡산과 그 산자락의 갑사(甲寺)를 구경 오는 분들 덕분에 아주 매끈한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을 볼 수 있었고, 노래를 부르며 오고가는 그들을 따라가면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우리 모두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제가 이 방법을 깨달은 과정을 말씀드리려면 좀 엉뚱하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사르트르(1905~1980)의 실존주의 사상에 대한 제 견해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그의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참여 이론’은 ‘해체’와 ‘통합’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쪽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리들의 삶을 이끌고 갈 수 있으니까요.저만 해도 그랬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요즘같이 춥거나 세상살이에 심신이 고단할 때면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잠그고 앉아 있고 싶어진다. 목욕은 물로 삶을 새롭게 만드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특히 뜨거운 물은 심신을 녹여준다.그런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마음 놓고 목욕을 할 수가 없다. 지난해 3월 경남 진주의 한 목욕탕에서 2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뒤부터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 문을 닫는 곳이 많아졌다. 원래 사양길이었던 동네 목욕탕은 코로나로 결정타를 맞아 이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다.며칠 전 한 신문은 정부 공공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