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즈음 뉴스를 볼 때마다 아주 엉뚱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광복 이래 채택해온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과연 우리에게 적합한가라는. TV를 켤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여야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아니, 회의에 시달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광복 후 77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온 12명의 대통령이 줄줄이 떠오르면서 이러다가는 눈물로 이뤄온 이 나라가 ‘폭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제 나름대로 기도하며 살고 있습니다.새로 취임한 윤석열(尹錫悅, 1960∼ ) 대통령을 위해서는 당신만은 역사 속
오래전에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영화 하나가 있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죽기 전에 영상을 하나 남기고 떠났다. 익살스러운 표정이었고, 유머가 넘쳤고,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이어령 선생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긴 짧은 영상 인사를 보다가 그때 그 영화가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후대를 향한 응원이, 후회 없이 떠나는 자의 여유가 있었다.큰 별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지난 2월 26일 초대 문화부 장관이자 이 시대 지성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가 향년 89세로 생의 대장정을 마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최강욱(54) 씨는 화제와 물의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법조 출신답게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말과 글과 행위로 이목을 끌어온 ‘스타’(스스로 타락한 사람?)다. 그가 최근엔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하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한자 이름은 높을 최(崔), 편안 강(康), 햇살 치밀 욱(旭)인데, 모든 일에 거침이 없어 ‘최강으로 욱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할 때 A 의원이 카메
오늘은 제100회 어린이날입니다. 이번 주에는 교육이념이나 상속법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했지요. 지금 창밖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어린이나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길러야 할까 논의하고 싶어서 제안한 주제입니다.그러나 죄송합니다. 이 제재는 뒤로 미루고, 이 특별한 날에 나라와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전 국민을 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논의해보기로 합시다. 정치 문제는 부모와 형제도 싸우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엊그제 형사소송법까지 의결해 공
한창 회사 일로 바쁘던 시절,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던 엘리베이터에서 책가방을 멘 초등학교 3, 4학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만났다고 했다. 학원을 전전하다 밤 11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간다는 아이. “이제 들어가서 쉬겠네?”라고 물었더니 “씻고 숙제하다가 새벽 1시나 2시가 돼야 잘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이 돌아왔다. 한참 뛰어놀다 잠이 들어도 모자랄 어린아이의 말 한마디로 “뒤통수를 세차게 걷어차인 느낌이었다”고 김상섭(53) 씨는 말했다.“그때부터 교육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원래는 한진해운을 시작으로 해운 관련 업종에서 오래
도움말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프로그램을 보면 요리나 식도락 중심의 쿡방, 먹방이 대세였다. 요즘은 인간관계에 집중된 콘텐츠가 많다.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외딴섬에서 자급자족한다. 장인과 사위‧부자‧남매 등 다소 불편할 것 같은 가족을 등장시켜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문제를 유발하는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 나쁜 버릇을 고치기도 하고, 심지어 MBC ‘우리 결혼했어요’(종영)를 패러디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우이혼 2)’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전자의 경우 가상 결혼이었다면,
3년 전 이맘때였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 젊은 마음으로 새 메뉴도 개발하고, 아들딸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랐다. 평양 잔치 요리로 이름을 알린 김봉화 씨. 분홍빛 봄꽃처럼 곱게 내일을 기대하며 웃었지만, 지난 2월 14일 향년 85세로 영면에 들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어느 날,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으로 향했다. 살아생전 김봉화 씨가 운영하던 ‘봉화전’ 건물은 개발로 헐렸다. 작년 11월, 같은 골목 예전 식당이 있었던 가까운 자리에 ‘봉화전2’라는 이름으로 이전했다. 그곳에서 고인이 된
전철역이나 거리에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맞춤법이 틀렸네’, ‘문장이 말이 안 되는구나’, ‘저걸 이렇게 바꾸면 글자 수도 줄고 훨씬 간명할 텐데’…그저 이런 데스크본능, 교정본능이 수시로 발동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사회단체가 내건 안내 문구와 구호에 대해서는 그 공공성과 사회적 파급력 때문에 더 민감해진다.최근엔 자판기를 통해서 일정한 재화를 얻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들이는 것을 어떻게 표시하고 안내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간단히 말해 투입이냐 삽입이냐 하는 문제다.전
이번 주에는 교육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교육 시스템을 고친다고 해 먼저 ‘국가 이념’ 내지 ‘국민 철학’을 마련한 다음 고치라고 말씀드리려 고른 주제였습니다.그러나, 이 문제는 다음 연재로 미루고, 지금 우리나라 각급 학교의 ‘교실 풍경과 아빠 찬스’를 함께 논의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제가 이렇게 주제를 바꾼 건 다음 주제를 예고하고 6일 뒤인 4월 13일,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고3학생을 선생님이 깨우자 “왜 자는 사람을 깨우느냐”고 고함을 지르며 뛰쳐나가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칼
10여 년 전 충남 서산의 한 체육관에서 모 장학재단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2시간여의 행사가 끝났을 때 일단의 할머니들이 남자 화장실로 우르르 쳐들어왔다. 오줌을 누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할머니들 여기 웬일이유? 내 꺼 보러 들어왔슈?”“아녀. 그거 뭐 뻔데기 같은 거 볼 거나 있간?”그러면서 할머니들은 당연한 듯 남자 화장실을 점령해 볼일을 봤고, 남자들은 어이없어 하거나 약간은 재미있어 하면서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할머니들은 거칠 것 없이 용감하고 당당했다. 나는
재단법인 굿네이버스 미래재단(대표 양진옥)과 우미건설, 금파재단(우미건설 출연)이 ‘시니어 공동체 주거모델 개발과 확산을 위한 다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식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주로 우미건설 본사에서 열렸다.3개 기관은 협약을 통해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시니어 공동체 주거 모델 조성과 주거문화의 조기 정착 및 확산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주거모델 개발 연구 및 정보 공유, 네트워크 구축, 시니어 사회 공헌 활성화에 협력하기로 했다.이 협약으로 미래재단은 지난해 ‘한국형 시니어주거공동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 이야기를 할 때 ‘1만 시간의 법칙’이 자주 언급된다. 어느 분야든지 전문가가 되려면 그만큼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긴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터널을 지나 거듭나는 삶을 사는 일생애연구소 임순열(59) 대표를 만났다. 최선을 다해서 '끝내 이루는 삶'을 사는 그녀. 대화를 나누고 보니 ‘1만 시간의 법칙’, 딱 그 말이 떠올랐다.4년 차 프리랜서 직업교육 전문가“전직 지원과 재취업, 생애 설계교육과 컨설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청중 앞에 나가 강의도 하고 1대 1로 만나서 직업 상담이나 진로 관련 상
3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0차 정책의원총회. 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온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게 설훈 의원이 말을 걸었다. “잠깐만! 잠깐만! 얼굴을 잘 몰라요! 마스크를 잠깐 벗고 봤으면 좋겠는데요.” 그러나 박 위원장은 웃으면서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이날 박 위원장은 “처음으로 모든 의원님들을 한자리에서 뵙고 인사드리게 됐다”고 운을 뗀 뒤 4분 30초가량 연설했다. 연설 중에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사회자가 설 의원에게 “얼굴을 모르신다고요?”라고 묻자, 설 의원은 “예”라고 대답했다. 이 말에
안녕하세요? 뜨락 가득 발그스름한 벚꽃들이 휘날리네요. 너무도 아름다워 자꾸 시선을 잡아끌지만 갈 길이 머니 그냥 시작하겠습니다.이번 주에는 ‘글 고쳐 쓰기’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이런 제재는 글 쓰는 사람들이나 필요할 것 같지만,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으로 자신이나 남에게 말하고, 그걸 다시 고치고, 기억하며 삽니다.글쓰기는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는 노년층의 삶에 아주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글을 고치는 도중에 우리 사회에 그릇된 방향으로 만연된 ‘지적 속물주의(snobbism)’를 바로잡고,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그대로 앞만 보고 살았다면 강남을 넘어 전국을 주름잡는 입시학원가 명장이 됐을지 모른다.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지. 그런데 진정한 성장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벽에 부딪혔다. 깨달음의 순간, 의미는 새로워졌고 세상도 달리 보였다. 매일 아침 뜻깊은 시간으로 하루를 열고, 모든 세대가 허물없이 소통하는 미래를 꿈꾸는 ㈜미래비전개발원 조원식(58) 원장을 만났다.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근처에 미래비전개발원이 있다. 미래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한다. 청소년부터 중장년층, 현역 은퇴자까지 구성원도 다양하다. 이들은 강의와 토
지난주에는 아름다운 사랑을 얻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콤플렉스들을 소개했었지요? 그리고 그 방법은 말씀 안 드리고. 어떤 절친 독자가 문자로 그러데요. “이 연재가 대학의 심리학 강의실인 줄 아느냐”고.하지만, 이번 주 주제인 평생 상남자인 척하고 살아온 제가 어떻게 해서 페미니스트 연습을 시작했는가부터 이야기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페미니스트 연습을 하기 시작한 건 일주일에 원고지 2, 30매짜리 편지 8통씩을 써서 결혼하고 44년 뒤, 후두암으로 성대를 잘라내고 퇴원하던 2017년 봄입니다. 그러니까 완치되었는가 검진을
나는 젊은 여자들이 무섭다. 13년 전에 ‘젊은 여자들이 무서워’라는 글을 쓴 적 있는데, 지금은 더 무섭다. 어떻게나 억세고 드세고 난폭하고 이악하고 무례한 여자들이 많은지 절로 주눅이 든다. 공공장소에서 남들 다 듣게 줄기차게 전화통화를 하거나 쉴새없이 다리를 달달 떠는 아가씨들을 보면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자칫 얻어터지거나 망신을 당할까봐 못 본 척 못 들은 척 참고 산다.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휴대폰 모서리로 60대 남자의 머리를 때려 피를 흘리게 한 20대 여성이 1주일 전 경찰에 구속된 일이 있다. 술 취해 침을 뱉는 걸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사랑의 심리’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인데 뭘 생각해보자고 하느냐고요? 글쎄요. 지난주에 소개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만 봐도 안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고, 또 바르게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른 제재입니다.이 문제를 살펴보려면 우선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S. Freud, 1856∼1939)의 정신분석학부터 살펴봐야겠지요? 그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일상적으로 기억하는 ‘의식’, 잠시 잊어버렸다가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전(前) 의식’, 사회적 금기가 가로
이번 주에는 우리 함께 ‘페미니즘과 안티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여성주의’와 ‘반 여성주의’는 우리 시대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치관일 뿐만 아니라,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보니까 득표 전략 때문에 이 문제로 젊은이들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아시다시피 페미니즘은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이 일어난 뒤 평민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여권 신장을 주제로 하는 논설들이 등장하면서 싹트기 시작합니다.하지만 18세기로 접어들면서 잠시 주춤하지요. 중상주의 시대 이후 자본가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인 여자는 없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불리던 이름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 여성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던 시절에는 듣기 좋은 호칭이었지만 지금은 과연 그럴까? ‘엄마’ 말고 개인의 삶과 성장에 대해 기억하고 노력하자며 2018년 모습을 드러낸 ‘엄마학교협동조합’. ‘엄마’라고 불리는 이들의 의미 있는 ‘나’ 찾기 프로젝트 중심에 서 있는 엄마학교협동조합 김정은(60)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를 만난 곳은 마포구 ‘슴슴집’이라는 공유공간이었다. 짙은 색 나무 벽과 천장은 오래전 살던 복고풍 집을 연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