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가 됐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한국인보다 여행하러 온 외국인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사동 길은 숱한 사람들이 찾는 명소는 아니었다. 우리 역사와 세월을 함께한 인생길 같은 곳이었다. 막대한 자본이 잠식하고 전통의 기원조차 알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을 하기 전 인사동에서는 정겨운 우리 문화가 조용하고 묵묵하게 잠자고 있었다. 사람 사는 길, 일상을 그리던 공간자연물에 상을 드리는 행동으로 환경운동을 하던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은 1999년 겨울, 인사동
우연한 기회였다. 한 개척교회 목사의 제안으로 교회는 마을 사람이 향유하는 문화 예술 공간이 됐다. 그와 뜻을 함께한 사람은 음악도 미술도 아닌 연극 전문가였기에 희곡, 그것도 고전 희곡이 그들의 주제가 됐다. 누가 모일까, 어떤 사람이 올까 싶었는데 하나둘 문을 두드리고 연극 세상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창대한 날갯짓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고전 희곡 읽기 모임 ‘세상을 품은 마을(이하 세품마)’이 됐다. 세품마 회원을 대표해 홍성헌 감독, 원은실 회장, 전종만 회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홍성헌 감독 20
이번 이야기는 즐겁지 않다. 그래도 ‘즐거운 세상’을 지향하며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고등학교 동기동창회 단톡방에서 벌어진 일이다.A는 오랜만에 만난 동기 B와 이야기를 하다가 1967년 고교 1학년 때의 독일어 선생님이 이미 4개월 전에 돌아가신 걸 알게 됐다. 30cm 크기의 몽둥이를 갖고 다니며 학생들을 때리던 선생님이다. 때리는 곳은 항상 이마였는데, 한번 맞으면 하늘이 빙빙 돌았고 픽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독일어시간은 공포의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이름과 비슷한 발음
안녕하세요? 지난 연재에서 우리 ‘금쪽’들이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공하도록 기를 방법을 논의해보자고 했지요?그때 제가 염두에 두었던 건 누구를 만나든 먼저 사랑한다는 멘트를 날리고, 호감 사는 방법을 권유하려고 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따르고 돕는 사람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까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데요. ‘사랑’이라는 용어는 호감이나 우리가 의미하는 뜻만 지닌 게 아니라, ‘애정과 욕망’과 그리고 ‘지배와 소유욕’까지 담고 있어서 충족되지 않으면 그냥 호감의 표시였구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도로 늘기 시작하더니 감염된 뒤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재감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나는 코로나가 한창 번질 때에도 나만은 끄떡없으리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에서 각종 모임에 빠지지 않고(빠지기는! 선동하고 앞장섰지.) 나가고, 여기저기 거리낌없이 흔들고 다녔다. 그러다가 결국 6월 24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1주일 격리생활을 해야 했다. 내딴에는 ‘막차’를 탔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한번 걸렸으니 코로나를 졸업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가 2.88%라니 도저히 안심할 수 없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은 남은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다 늙은 나이에 무슨 꿈이 있겠느냐고요? 별 탈 없이 살다가 조용히 가는 거지.아닙니다. 하루를 살아도 꿈이 있어야 가다듬으며 살고, 그럴 때만이 별 탈 없이 살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자식새끼들 잘 되는 걸 지켜보면서 그 애들 고생을 안 시키고 살다가 편히 떠나는 거라고 할까요?그렇지요. 저도 그게 꿈입니다. 지난번 연재에 우리 ‘금쪽’들이 효도하게 만드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보자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늘그막에 자식들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간혹 만나는 것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에서 '은퇴'란 '끝'을 의미했다. 연금이 나오면 좋고, 만나주는 친구가 있으면 나쁘지 않았다. 자식에 손자까지 키웠으면 완벽하게 한세상 살았다고 자부했다.그럼 요즘은 어떤가. 은퇴를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나이 드는 것 또한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멋진 삶에 도전하는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대세다. 젊은 시절 조용히 살았으면 됐다.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며 살아감으로써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이른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찾아봤다.시니어 모델 김칠두는 오늘도 성장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영화관도 빠르게 활기를 찾고 있다. 기대를 모으던 작품이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상황. 현재 흥행 대열 선두에 있는 영화를 꼽자면 단연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이다. 한국 개봉 8일 만에 200만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추억 속 영화 ‘탑건’을 기억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세대 불문하고 극장을 찾는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가 후속작을 냈지만 ‘탑건: 매버릭’은 다른 특별함이 있다. 영화 관람을 앞둔 독자를 위해 스포일러가 될 만한 이야기는 최대한 빼고 영화 본 뒤 생각을 정리했음을 알
이렇게 인생이 180도 바뀔 수 있다.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한길로만 걸어오다 '뭐 재미난 일이 없을까?' 해서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했다. 굴곡지게 살아온 이야기나 해볼까 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20만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리는 뷰티 유튜버가 됐다. 화려한 화장 대신 시니어의 관점으로 피부 관리는 물론 건강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채널 ‘하진TV 소소한 수치’의 김하진(58) 씨를 만나 유튜버로 사는 이야기와 시니어 피부 관리에 대해 들어봤다. Q. 유튜버가 된 계기?A. 정말 젊었을 때는 화장을 모르고 살았어요.
안녕하세요? 지난 연재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질 직업들을 읽고 걱정하셨지요?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가 할 일들을 다 하는 시대가 와도 그걸 계획하고 결정하는 건 사람이 할 수밖에 없고, 그런 사회의 구조와 이념을 잘 아는 분들은 ‘킹 왕 짱’이 될 테니까요.그런데 이번 연재 제목 ‘쿠피티션(coopetition)’이 무슨 뜻이냐고요? 네에. 3차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한 1950년대 후반부터 미래 사회는 과거처럼 싸워 이긴 사람이 모두를 다 가져가는 ‘제로 섬(zero sum) 게임’보다는
2022년 6월 8일. 비보가 날아왔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 10분, ‘딩동댕’ 소리와 함께 힘찬 목소리로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던 송해 (향년 95세)의 부고였다. 이제 코로나도 조금씩 진정되고 'KBS 전국노래자랑'도 새롭게 시동을 걸려던 찰나였다. 장수의 아이콘이자 100세 시대 대표 시니어로 멋지게 살던 그는 세상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떠났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청중을 휘어잡고, 전국을 다니며 함께 웃고 울던 좋은 친구로 오래도록 기억될 이름. 밝고 아이같이 웃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의 훈기가
안녕하세요?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어떠세요? 저는 핏쓱핏쓱 웃음이 나오면서 아주 편하데요. 이제 한동안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좀 적게 들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지난 연재에서 이번엔 자식 교육 요령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했지요? 그러자면 우선 지금부터 6년 전인 2016년 6월 다보스 포럼(Davos Forum)에서 독일 태생의 스위스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 Schwab, 1938∼ )이 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특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들을 잘 기르려면 먼저 그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의 모습을
몇 년 사이 ‘도슨트’라는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를 말한다. 도슨트가 도입됐을 당시 큐레이터와 혼동하기도 했다. 큐레이터는 작품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구입·대여·수집·관리 등 전시 전반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도슨트는 전시 공간에서 관객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으로 영역이 판이하다.재능기부 넘어 전문 도슨트 속속 출현과거에는 도슨트가 자원봉사로만 이뤄졌기에 재능 나눔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 전문가가
20년 만에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편지 보낸 것은 물론 이메일 사용 방법을 모르셨다. 관리직으로 오랜 시간 일하셨기에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일하고 계셨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만 75세에 정년퇴임을 하면서 회사 주임님이 아버지의 이름까지 새겨 선물해준 USB. 그냥 선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공인인증서를 비롯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아버지의 크고 작은 정보가 다 들어 있었다. 왜 그렇게 ATM만 이용하시나 궁금했는데 그 이유도 확실해졌다. 오래전 아버
“제 인생 첫 작품이 '혈맥'이었는데 북한말 쓰는 노역이었어요. 어린 마음에 너무 잘하고 싶어서 내가 쉰 살이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어요. 연기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통통 튄다. TV에서와는 달리 피부도 하얗고, 제주 말씨는 찾아볼 수 없다. 인기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쓰고,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목소리 크고 영옥이(한지민 역)를 못살게 굴던 해녀 ‘혜자’ 역을 맡은 배우 박지아(46)다. 누가 쓴 드라마인지도 모르고 간 오디션박지아가 이 드라마에 캐스팅된 배경에는 4년
코로나가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나갈 수 없으니 인터넷에 의존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인터넷 채팅창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물건도 사고, 은행 업무를 보고 말이다. 이렇듯 인터넷 혹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은 더 많다. 34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퇴역한 이후 오로지 봉사만으로 살아온 이만구(77) 씨에게 비대면의 삶은 힘들었다. 서울시 강서구 등촌 5단지 경로당 회장이기도 한 이 씨는 코로나가 한풀 꺾인 요즘 봉사하는 즐거움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찾아가는 봉사가 그리웠습니다"“5월은
저는 요즈음 뉴스를 볼 때마다 아주 엉뚱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광복 이래 채택해온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과연 우리에게 적합한가라는. TV를 켤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여야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아니, 회의에 시달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광복 후 77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온 12명의 대통령이 줄줄이 떠오르면서 이러다가는 눈물로 이뤄온 이 나라가 ‘폭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제 나름대로 기도하며 살고 있습니다.새로 취임한 윤석열(尹錫悅, 1960∼ ) 대통령을 위해서는 당신만은 역사 속
오래전에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영화 하나가 있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죽기 전에 영상을 하나 남기고 떠났다. 익살스러운 표정이었고, 유머가 넘쳤고,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이어령 선생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긴 짧은 영상 인사를 보다가 그때 그 영화가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후대를 향한 응원이, 후회 없이 떠나는 자의 여유가 있었다.큰 별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지난 2월 26일 초대 문화부 장관이자 이 시대 지성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가 향년 89세로 생의 대장정을 마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최강욱(54) 씨는 화제와 물의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법조 출신답게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말과 글과 행위로 이목을 끌어온 ‘스타’(스스로 타락한 사람?)다. 그가 최근엔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하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한자 이름은 높을 최(崔), 편안 강(康), 햇살 치밀 욱(旭)인데, 모든 일에 거침이 없어 ‘최강으로 욱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할 때 A 의원이 카메
오늘은 제100회 어린이날입니다. 이번 주에는 교육이념이나 상속법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했지요. 지금 창밖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어린이나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길러야 할까 논의하고 싶어서 제안한 주제입니다.그러나 죄송합니다. 이 제재는 뒤로 미루고, 이 특별한 날에 나라와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전 국민을 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논의해보기로 합시다. 정치 문제는 부모와 형제도 싸우기 마련이라고 하는데, 엊그제 형사소송법까지 의결해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