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서해 태안 앞바다에서 14만6848톤 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소속 1만1828톤 급 크레인 부선(艀船) ‘삼성 1호’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원유 1만 2547㎘가 바다로 쏟아졌다. 오염된 곳은 여의도 면적의 120배에 달했다. 국내 최대 해양 오염사고로, 당시 전문가들은 생태계 복원에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극복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백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민들이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 자원봉사자들의 봉
1970년생 90학번 조카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조카는 강남에서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재수해서 운동권이 제법 강세라는 대학에 들어갔다. 입학하자마자 선배들로부터 짱돌 들고 시위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우리가 왜 지금 시위에 나가야 합니까?” 하고 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운동권 선배들에게는 찍혔지만 졸업할 때까지 동료들한테는 인정을, 후배들로부터는 존중을 받았다고 했다.조카 이야기론 90학번부터는 솔직히 데모의 필요성을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1987년의 영광을 체험한 후 입대했다 복학한 88, 89학
미국 대선 후보 경선 2라운드에서 결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3일 뉴햄프셔에서 실시된 대선 후보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54.3%를 득표하여 2위 후보인 니키 헤일리(43.3%)를 제치고 10% 이상의 차이로 승리했다. 지난 5일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연속으로 50% 이상의 득표로 승리함에 따라 본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비록 헤일리가 계속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완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
요즘 돌아가는 형국을 보노라면 우리가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못가에 떼 지어 살다가 자기들이 그렇게 원했던 왕에게 잡아먹혔다던 개구리들 말입니다. 이솝우화에는 이렇게 나오지요.갈대 우거진 연못가에서 맨날 독창 합창 떼창을 하다가 지치면 물속에 풍덩 뛰어들면서 평화롭지만 무료한 삶을 살던 개구리들은 마침내 어느 날 신(제우스)에게 “신이시여, 우리에게도 왕을 보내주소서. 우리끼리는 이제 심심해서 미치겠나이다. 폼나고 멋진 왕을 보내셔서 우리를 다스리게 해주소서, 제발 왕을 보내주소서”라고 빕니다. 제우스는
일주일간 베트남 호찌민에 다녀왔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탐방하는 여행이었는데 호찌민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오느라 며칠을 더 묵었다. 한류와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이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월남전의 상처로 인한 적대감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반감은 크지 않다고 한다.‘가족’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의 성공 사례보다 ‘한베가족’의 삶이 더 궁금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질문을 퍼부었다. 한베가족이란 여행이나 유학, 직장 일이나 사업차 베트남에 갔다가 베트남 사람과 결혼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이 발발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러시아는 침공 기간에 동부지역의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4개 주를 합병한 2023년 9월 이후 영토에 큰 변경이 없는 채로 양쪽 모두 교착상태에 있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하르키우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10여 명의 시민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나의 오랜 친구 타치아나 이사예바가 관장으로 있는 우크라이나젠더박물관은 바로 하르키우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여성박물관이 이곳에 있기에 방문했던 2017년이 바로 어제 같은데,
해가 바뀌어도 아내는 거의 주 5일 수원 광교로 출근한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서다. 그것도 사내아이 둘이니 집에 들어오면 파김치가 된다. 가여워서 한 달에 두세 번은 대신하기로 약속해놓고 잘 지키지 못했다. 새해 들어 약속을 다시 하고서 이달 첫째 금요일 오후 4시경 실습을 다녀왔다.첫 번째 한 일이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는 일이다. 입구에 있는 인터폰에 교실 번호를 누르고 누구 할아버지라고 얘기한다. 또 한 번 인터폰으로 같은 얘기를 한 후 기다리니 이제 2년 8개월 된 둘째가 먼저 나온다. 최대한 웃는 얼굴로 아이를 맞는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가 죽더라도 반드시 민주주의는 돌아온다. 그때 보복하지 말고 관용을 베풀라”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단죄했으나 김대중 후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이들을 사면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둘은 앙숙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한미자유무역 협정, 이라크 파병,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단행했다. 모두 개인의 정치적 이익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결단이었다.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이런 통 큰 정치를 볼 수 없다. 우리 정치에서 상대는 악이다. 여야 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는 민주화 이후 열 번째 총선거로, 국회의원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다수결’로 선출한다. 민주화 전 우리나라 정치체제는 권위주의 독재체제였다. 민주화 이전까지 많은 사람이 민주화가 우리의 모든 문제와 질곡을 해결할 거라는 낭만주의적 기대감을 가졌다.실제 우리는 민주화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회복했다. 또 언론·출판·결사·표현·사상의 자유도 최상의 수준으로 보장되었다. 삼권분립의 훼손과 공권력의 시녀화, 군의 정치 개입과 쿠데타, 정경유착, 언론·노동 탄압 등 다양한 비정상 상태가 정상 상태로 회복되었
해가 바뀌는 때가 되면 사람들은 예언이라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지는 것 같다. 2000년이 되기 전에 지구에 전대미문의 재앙이 닥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말로 사람들에게 공포를 준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의 예언이 다시 등장한 것이 그것이다.프랑스에서 태어난 의사이자 점성가인 노스트라다무스가 1555년에 발표한 ‘예언서(Les Propheties)’에서 4행시로 된 예언(?)으로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나 9·11테러를 언급했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겁을 많이 준 1999년 지구멸망설은 허망한 것으로 드
반려동물과 함께하게 되면서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퇴근하고 피곤하더라도 잠깐이라도 산책하러 나가야 하고, 주말에 늦잠을 자고 있다가도 배고프다고 낑낑대는 소리에 비척대며 일어나기도 한다. 자꾸 털이나 머리카락을 삼키는 바람에 청소도 조금 더 자주 하고 혹시나 위험할까봐 물건을 늘어놓지 않게 되어 부지런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쓰레기 양과 종류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요즘 부쩍 빨리 가득 차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살펴보니 낮 동안 혼자 집에 있을 때 사용하는 배변패드, 산책에서 사용하는 똥을 담는 비닐봉투, 옷과 소파에
연초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에서 “‘90초 룰(rule)’이 생명을 구했다”고 온 세계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보도했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은 결국 신속한 대피를 위한 ‘룰’과 그 ‘룰’을 실행해낸 승무원과 승객으로 인해 가능했다.‘90초 룰’은 항공기 사고에 대비해 미국 연방항공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제시한 항공기 제작 기준으로 모든 상업용 항공기에 적용된다. 그 인증을 통과하기 위한 테스트는 엄격하다. ‘비상구의 50%만 사용 가능하고, 바닥에 있는 최소 조명 속에서, 수하물이나 담
미중 무역전쟁과 파급효과가 회자된 지 여러 해이지만 막상 구체적 수출입 자료를 통해 그 실상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작년까지 중국은 미국의 최대 수입국, 그리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위상을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추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세계 경제의 흐름과 변화는 동조화(coupling) 탈동조화(decoupling) 재동조화(recoupling) 등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동조화는 둘 이상의 국가에서 환율 주가 금리 경기 등의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 달리 탈동조화(de
무거운 몸과 사투를 벌이던 12월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12월 31일과 다음 해 1월 1일은 고작 24시간 차이인데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연말까지는 왠지 마음이 무겁고 무기력했는데, 1월 첫 주부터는 계획을 세우고 의욕적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우선 사소한 습관을 개선해 보기로 결심했다. 첫째,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몸을 바로 일으킬 것과 둘째, 출근 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셋째, 계획한 것을 실천하는 것. 새로운 결심이라는 긴장감 덕분인지, 첫 번째 월요일은 평소보다 출근 준비를 빠르게 끝내고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15
역대 가장 많은 선거가 열리는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연말까지 68개국에서 각종 선거가 치러진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에 의하면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인구수는 지구촌 인구의 절반인 41억 명이며 1792년 프랑스에서 보통선거(당시에는 남성만 참여)가 시행된 이래 최다 인구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그중 13일 실시될 대만 총통 선거는 양안 관계뿐 아니라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미·중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될 공산이 큰 11월
휠체어를 타고 음성 합성 시스템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사람, 그 존재만 어렴풋하게 알려졌던 블랙 홀(Black Hole)의 열에너지에 관한 연구로 우주의 신비에 다가간 물리학자, 수많은 강연과 저술로 과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아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갖게 한 인물…. 바로 스티븐 호킹(1942~2018) 박사입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운동을 좋아하고 농담을 즐기던 그가 병을 얻은 것은 스물한 살 때였습니다. 그 후 길어야 2년밖에 생존하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55년을 더 살며 인류에게 많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며 우리 경제에 다시 자신감이 붙을 무렵인 1999년 6월 전경련은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기존의 기업재단협의회를 발전적으로 승계해 전경련 회장단이 위원장을 맡는 공식기구로 승격시킨 것. 초대 위원장은 회장단 중 홍일점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맡았다. 재계로서는 그때까지 소극적, 수동적으로 대처하던 기업의 사회공헌에 적극적 의미를 부여하고 능동적으로 활동해 보겠다는 뜻깊은 시도였다. 아울러 외환위기에 기업도 책임이 있다는 사회 일각의 지적을 수용해 개별 기업뿐 아니라 경제계 공동으로 사회의 그늘진
새해 첫날, 일본 중서부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7.6의 지진은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도 1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1) 이후 가장 강한 대형 강진이다. 본진이 강타한 시간 노토반도에서는 일본 기상청 진도 체계의 최고 단계인 진도 7이 기록되었다.일본 기상청은 이시카와현에 최대 높이 5m의 ‘대형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야마가타(山形)현, 효고(兵庫)현 등 인근 해안에는 3m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실제 이시카와현 와지마(輪島)시
수업시간에 대학원생이 들려준 이야기다. 회원 수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대형 맘 카페에 “시어머니에게 얼마나 자주 전화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단다. 곧바로 달린 댓글이 “결혼할 때 얼마 받으셨나요?”였다는 것이다. 그 뒤로 “강남 전세면 일주일에 한 번, 강북 전세면 한 달에 한 번” 식으로 친절하게 전화 거는 횟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답글이 달렸다고 한다.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 당시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예전 할머니세대가 빨래터나 우물가에서 속삭이던 이야기들이, 어머니세대가 친척 언니동생들과 소곤소곤 나누던 이
새해가 밝았으나 올해 국제정세 전망은 밝지 못하다. 최근 전 세계는 과거에 보기 힘든 2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을 치르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모두가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으나 이 전쟁들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북한의 핵 위협 증대 속에 한반도는 강 대 강 대치상태가 이어져서 불안하다. 미중을 비롯한 각국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국제정세가 이처럼 불안정한 근본적인 원인은 최근 들어서 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질서를 수호하던 미국의 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