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가 거세게 내린 후 맑은 하늘이 잠시 드러난 틈을 타서 식물원을 걷고 있었다. 한동안 화려하게 정원을 빛내주던 백합이 꽃잎을 떨구기 시작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센 여름비와 함께, 봄부터 초여름까지 화려한 꽃들의 시간이 막을 내리고 짙은 녹색으로 잎들의 시간이 깊어지게 될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꽃들은 그동안 할 일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눈과 코를 통해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으니 말이다.사람들은 대부분 꽃이 없는 정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위 ‘볼거리’가 없다고 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
며칠 전 내가 속한 단톡방에 어떤 사람의 장모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떴다. 단톡방은 단체 카톡방이라는 말인데, 이런 말도 잘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굳이 풀어서 설명한다. 하여간 부고가 올라오자마자 또 영락없이 예외없이 조문카톡이 줄을 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톡, 카톡….언제까지 그러나 하고 두고봤더니 오후 2시쯤에 시작된 “삼가…” 머시기행진은 밤 12시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나야 카톡이 와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해놓은 지 오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꽤나 소음공해에 시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잠에 들면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꾸기 마련이다. 꿈은 깨어있을 때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관념적 개념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연결통로이다 보니 영화 등 창작물 소재로 종종 활용된다. 그런데 잠이나 꿈을 소재로 한 영화의 많은 부분은 공포영화가 차지한다는 사실. 잠과 꿈을 소재로 한 다른 방식의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감독의 ‘꿈’을 들여다보다영화를 감독 예술이라고 말한다. 감독의 심상에 따라 영화의 결이 달라지는데, 잠든 세계를 그린 모습이 감독에 따라 참 다르게 표현된 두 작품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몬스테라라는 식물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구멍이 숭숭 뚫렸거나 갈기갈기 찢어진 모양의 잎이 넓고 짙은 녹색 덩굴성 식물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카페를 비롯하여 실내에 식물 화분이 한두 개라도 놓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이다.잎 모양이 특이할 뿐만 아니라, 이름 자체도 특이하다. ‘몬스테라’라는 이름은 학명인 ‘Monstera deliciosa Liebm.’의 첫 번째 부분을 읽은 것으로, ‘괴물’ 또는 ‘비정상’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즉, 구멍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다 보면 문득문득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외환위기 이후에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취업을 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년들이 세상을 한탄하면서 나오게 된 말이다. 부모가 자식을 지원해주는 능력에 따라, 그 능력치가 높으면 금수저, 낮으면 흙수저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수저 분류 기준은 집안의 부유함을 수저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서 ‘수저계급론’이라고까지 불리게 되었다.사실 이 수저계급론의 수저를 나누는 기준은 아주 모호하다. 대기업 재벌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굿네이버스 미래재단(대표 양진옥) 시니어봉사단(이하 시니어봉사단, 단장 강세창)이 지난 12일 굿네이버스 건물 1층 대강당에서 ‘시니어봉사단 해외봉사 워크숍’을 개최하고, 해외 봉사활동에 나섰다. 첫 해외봉사 활동 국가는 캄보디아로, 단원 14명이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다녀올 예정이다. 이번 해외봉사에서는 현지 아동 대상 예체능 교육봉사뿐만 아니라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학교 건축 프로젝트도 진행된다.워크숍에서는 시니어봉사단 해외봉사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한편 캄보디아 학교
지난달 22일 양천구의회에 양천구 시민활동가들이 모였다. 지난 3월 옥동준 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이 발의했던 탄소중립조례안이 통과된 이후 양천구가 기후변화 대응계획에 따라 올해 예산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감시한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특히 올해 3월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돼 보다 더 관심을 두고 우리 생활 속 탄소중립을 위한 생활에 다가가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탄소중립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생경하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해 자연을 되살리고 기후위기에서 벗어나자는 말이다. 법안으로 만들려다 보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지구가 몹시 아프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또 언제 어떻게 우리 삶을 파고들지 모른다. 북극 얼음도 녹아 흘러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인과응보. 사람도 결국 자연만큼 병들어 가는 신세가 됐다. 국가 발전과 개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모여 시니어 환경단체 60+기후행동을 발족했다. 그들만의 속도로 세상과 만나 환경 이야기를 알리는 60+기후행동의 박병상 공동대표(66)와 만나 이야기 나눴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날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지난달 10일, 서울 신촌CGV에서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주최로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의 무료 시사회가 열렸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객석.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집중했다.‘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갯벌의 이름이다. 영화는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 영상과 함께 최근 불거진 군산 신공항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라갯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수라’는 관객과 시민 사회의 관심
어느 나른한 오후, 식물을 무척 좋아하고 잘 키우는 학생으로부터 사진 몇 장이 날아왔다. 나른한 오후에 힘내시라는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보내온 사진 속의 식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것 같은 모습이다.사진 속에는 선인장 한 그루가 자그마한 화분에서 힘차게 솟아올라 자기 몸집만 한 꽃을 달고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선인장을 키운 학생의 말에 의하면 7년 전에 높이 3cm 정도의 어린 묘를 사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20cm 정도로 컸고 이번에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고 한다. 선인장은 보통 전문가도 기르기 어려워하는 식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주변 나무들의 잎은 한층 더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른 봄의 황량했던 들판, 잎은 없이 꽃만 오롯이 피어 화려했던 매실나무, 목련 나무 모습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가물가물하다.이번 봄은 그 어느 봄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매년 봄꽃이 필 때의 설렘과 꽃을 보며 느끼던 행복을 올해는 여유롭게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이 많아 바빴던 탓도 있고, 식물원장으로서 매일 식물원에 가던 때와 달리 식물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그 어느 해보다 날씨의 변덕이 심했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전 세계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올해는 5년 전 환갑을 맞이한 1958년생 개띠가 법에서 규정한 노인으로 인정받는 첫해이다. 베이비부머의 상징과도 같은 이들이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 노인 인구는 1천만 명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지금, 정부는 어떤 방안을 내놓을까? 3월 말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정책 과제 추진방향’은 저출산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노인 문제에 관해서는 대략적인 큰 틀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발표에서 정부가 내놓은 고령사회 정책 목표 및 주요 추진 과제는 △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는 나이를 말하기 전까지 연령대를 가늠하기 어렵다. 놀랄 정도의 동안(童顔), 세련된 옷차림새.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 듯하다. 겉만 달라진 게 아니다. 생각 또한 젊고 싱싱하다. 누군가의 뒤에 서기보다, 앞에 나서고 해야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나이 많은 사람이 다 꼰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봉사단을 만들었다.우리의 손이 닿는 봉사가 좋다!크레파스국제어린이봉사단크레파스국제어린이봉사단(회장 김계식)은 ‘의기투합’이라는 말이 잘 어울
도시에 살다 보니 주변은 늘 메마르고 거친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며칠만 비가 오지 않고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면 몸과 마음마저 말라 들어가는 느낌이다. 녹색식물에 대한 갈증으로 눈도 메말라 흐릿해지는 것 같다. 가로수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가로수조차 없는 거리가 많아지는 느낌이다.도시에서는 왜 그렇게 많은 공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모두 사람들을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땅이 파헤쳐져 있는 것을 보게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그의 교실은 활기차다. 아이들은 앞다투어 손을 들어 말하고, 힘 있게 목소리 높인다. 선생님 바로 앞에 가까이에 앉아 깊은 교감을 나눈다. 선생님과 가위, 바위, 보를 하며 보내는 즐거운 수업 시간. 교실 안 분위기가 딱딱할 필요는 없다. 흥미를 갖게 하고 행복하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이게 진짜 교실 아닐까.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시니어봉사단(시니어 봉사단) 김두성(68) 씨의 교실 문을 살짝 열어봤다. 시끌벅적한 초등 방과후 수업 시간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방화2사회복지관 3층 도서관 옆 작은 교
이제 곧 5월이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더 오락가락하는 봄 날씨에 사람도 식물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소위 ‘신록의 계절 5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4월 중순에 이미 주변 산은 녹색이 짙어졌다. 평년보다 따뜻했던 3월 날씨가 식물 생장을 일찍 앞당겼음이 분명하다.이맘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식물이 자라는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된다. 바닷가에서 저 멀리 떠 있는 배를 볼 때,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던 배가 잠시 딴청을 피우다 문득 돌아보면 어느새 저만치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 마치 그런 모습이다. 어
봄이 본격적으로 깊어지는 4월이 오면 식물이나 식물을 돌보는 사람 모두 다 분주해진다. 많은 식물에는 후손을 만들기 위한 첫 과정인 꽃을 피우는 시기이고, 대부분의 농부에게는 한 해 농사를 짓는 시작으로 씨앗을 심는 시기이다. 틈틈이 공부 삼아 식물을 기르는 내게도 여러모로 더 분주한 시기이다.며칠 전 주말을 맞아 마음먹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화분과 육묘 상자를 정리하려고 둘러보던 때였다. 지난해 봄에 씨를 심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채 1년이 지난 육묘 상자를 막 비워버리려던 참에, 육묘 상자 한편에 예쁘게 줄지어 빨간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시민행동이 들불처럼 활활 타던 시기가 있었다. 환경·봉사·인권 등을 내세운 시민단체가 생겨났고 그 행위는 긍정적으로 발전했다. 주먹 불끈 쥐고 피켓을 들지 않더라도 존재감 드러내며 온갖 사회의 불만과 부조리를 유쾌하게 비판했다. 삼보일배로 환경 파괴와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고, 촛불을 들어 각종 사회 부조리와 맞섰다. 요즘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피로(疲勞)사회. 몸을 사리고 표현하지 않는다. 활기찼던 시민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로 숨은 걸까? 지난해 겨울, 서울시 한 자치구 산하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나와 왼쪽 길 전통시장 사이를 5분 정도 걸어가면 인천 구도심을 대표하는 배다리마을이 나온다. 송도나 검단 같은 인천 신도시에 이목이 쏠리면서 관심이 현저하게 줄어든 대표적인 곳.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여전히 사람 사는 향기를 뿜어내면서 매일 하루를 연다. 누구는 서점을 열었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요리한다. 오랜만에 방문한 배다리마을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던 한적한 골목길이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망치로 나무를 쾅쾅 두드리는 소리, 쓱싹쓱싹 톱질하는 소리가 멀리서 경쾌하게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이흥옥(68) 씨의 목공예 공간 ‘올드 우드’가 나온다. 36년 공무원 생활을 마칠 무렵 무엇을 하면서 은퇴 후 인생을 살아야 하나 생각하다 톱과 망치를 손에 쥐었다. 그냥 목공이 아니었다. 우리 문화와 얼이 담긴 전통목공예다. 못을 쓰지 않는 대신 나무와 나무를 자르고 서로 잘 맞물리게 깎고 다듬어서 짜맞추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전통 목공예가로 사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이흥옥 씨를 만났다.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