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이민 3세이자 힌두교도인 리시 수낙(Rishi Sunak, 42) 전 재무장관이 지난달 24일 영국 총리로 선출됐다. 영국 역사에 총리가 등장한 1721년 이후 3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백인 총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업계에서 일하다 35세에 하원 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한 수낙은 210년 만의 최연소 영국 총리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수낙의 영국 총리 선출은 영국이 선도하고 있는 유럽 다문화주의의 분수령이다. 이는 극우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유럽 대륙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인도 최
‘예견된 참사’, ‘안이한 대처’, ‘책임자 처벌’, ‘정쟁’-. 대형사고가 터지면 늘 일어나는 우리사회의 대응 패턴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고 수습도 끝나기 전에 언론과 정치권의 마녀사냥 식 희생양 찾기가 시작됐다. 국정조사 요구, 정권 퇴진 촛불집회 등 정쟁도 벌어지고 있다.언론과 야당의 책임 추궁은 일견 일리가 있다. 정부는 국민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태원에 경찰을 다수 배치, 사고에 대비하지 않고 112신고 접수 후의 대응도 안이해 비난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얼마 전 장관과 교육감을 지냈던 이가 설립한 공익법인이 정부보조금을 빼돌리다 적발되었다. 이곳의 대표는 일하지 않는 ‘유령 상담원’의 계좌로 들어온 급여를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1억 원 이상을 빼돌렸고, 상담 시스템을 유지 보수한다는 명목으로도 약 6억 원 가량을 빼돌렸다고 한다. 여가부는 이 공익법인에 지난해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보조금 약 88억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정치자금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성남FC 사건에는 희망살림(현 롤링주빌리)이라는 공익법인이 등장한다. 서민들의 빚 탕감을 목적으로 설립
지난 3월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과학기술 공약 분석 및 평가’ 에 대한 글을 한 월간지에 기고했던 적이 있다. 후보 시절이었던 올 2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대통령 후보 초청 과학기술정책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 운영으로 초일류 혁신국가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당선 이후에도 초 저성장 위기의 한국경제 성장을 위하여 첨단과학기술 지원으로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며 저출산 문제 해결, 경호체계 및 방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과학적 접근을 언급했었다.현 정부 출
일본 도쿄 우에노(上野)공원. 1876년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도시공원이다. 넓이가 54만 평방미터나 된다. 봄에는 벚꽃놀이 인파가 밀려들어 인산인해다. 밤 벚꽃놀이를 위해 회사 말단 직원이 아침에 공원으로 출근, 자리를 잡고 퇴근하는 부원들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호수, 동물원 등 볼거리가 많은 서민들의 명소다.공원 입구에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 1828~1877) 동상이 있다. 그는 사쓰마 번(薩摩藩, 현 가고시마 현) 출신으로 1867년 동향의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조슈 번(長州藩, 현 야
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이번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의 '경제 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쌍순환”과 “공동부유”이다. 쌍순환은 국내 시장이라는 내순환과 국제 시장이라는 외순환을 의미한다. 국내순환은 민간 소비 확대,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독자적 국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한편 국제순환은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고부가 가치 상품의 수출 확대, 내수시장을 위한 수입 증대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경제 전략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 코로나 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
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지난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의 집권 3기가 공식화되었다.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다시 선출됨으로써 10년마다 최고지도자가 바뀌는 관례는 깨졌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3연임이 끝나는 2027년을 넘어서는 시진핑 개인독재를 예상하고 있다. 이제 덩샤오핑(鄧小平)이 개방 개혁에 못지않게 공을 들였던 집단지도체제는 거의 붕괴되고 마오쩌둥(毛澤東)시대와 비슷한 1인 독재 체제가 등장하였다. 사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코로나19 위기 전, 대기업 고참 부장을 대상으로 Z세대의 이해와 소통을 주제로 한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신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입사 1~3년 차 신입사원이 초대되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에는 회사를 향한 소속감, 몰입의 대상, 보상을 둘러싼 생각, 이직에 대한 의향 등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를 보였는데, 특별히 워라밸을 두고 보다 미묘하면서도 첨예한 갈등이 모습을 드러냈다.먼저 기성세대인 여성 부장이 질문을 던졌다. “라떼(?)는 워크가 라이프고 라이프가 워크였는데, 너희 신세대가 주장하는 워라밸이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성은 67%, 남성은 57.9%로 나타났다. 2014년에 비해 여성은 14.8%, 남성은 15.2%포인트 높아진 인식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하는 비율은 20% 내외로 여전히 낮다. 2019년 기준, 맞벌이 가구 여성의 돌봄,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7분인 데 비해 남성은 54분밖에 되지 않았다. 남편 외벌이 가구일 때 여성이 5시간 41분, 남성 53분으로 아내가 밖에서 일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별
얼마 전 우연한 자리에서 ‘숭례문(崇禮門) 방화 사건’을 언급했더니, 몇몇은 “가물가물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나이 탓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제 같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2008년 2월 10일 저녁에 치솟던 검은 연기와 불꽃. 그리고 큰 화마(火魔)에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소중한 문화유산 숭례문을 지켜보기만 했던 그 충격이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숭례문은 조선 태조 7년(1398)에 조성되었습니다. 많은 문화유산이 임진왜란(1592~1598) 때 전소된 후
지난 9월 15일,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하였다. 이더리움의 합의 방식이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으로 변경된 것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의 거래는 일정 규모의 거래를 묶어 블록으로 형성한 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합의(consensus)를 하면 확정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작업증명 방식 합의에 참여하는 네트워크 참여자를 채굴자(miner)라고 하는데, 합의 과정에서는 엄청난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내가 손자(사내아이만 두 명) 돌보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친구들이 언제까지 어떻게 얼마에 한다는 계약서를 쓰라느니, 어떤 친구는 아예 제주도로 이사를 가라느니, 여러 조언을 했지만, 아내는 “내 아들이 도와달라는 SOS를 보냈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하면서 씩씩하게 필자보다 빠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시작했다. “잘 다녀와요. 수고 많았네요.” 세상에나! 이 나이에 이런 인사를 아내에게 할 줄이야.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보니, 뭔가 가슴 한편이 휑한 건 왜인지 모르겠다.알아서 해야 할 일이 그러지 않아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것은 역시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BTS, 곧 방탄소년단의 병역문제 말이다.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나 다른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과 병무청장은 "병무 이행의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BTS의 군 복무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국방부 측 입장에서는 나서서 혜택을 주겠다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때는 여론조사까지 동원해가며 명분을 찾으려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자 국방부 쪽은 완전히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이 절반 이상 호의적으로 나왔지만 반대하는
얼마 전까지 도서관은 대체로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며 고시와 취업공부, 입시공부 하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산자락이나 공원 속 등 조용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고시나 무언가 중요한 시험이라면 깊은 산속 암자로 들어가 면벽수련하듯 홀로 공부하던 시절도 있었다.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현대의 도서관은 그와는 정반대다. 가장 큰 변화는 도서관이 주로 학생이나 수험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어 이제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로 여기는 것이다. 도서관이 집중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이하 호칭 생략)의 정치적 추락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욕망과 감정의 절제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는 인생에서 감정에 치우쳐 멈출 줄 모르면 그 결과가 어찌 되는지 잘 보여 준다.이준석은 촉망받던 젊은 정치인이었다. 보수의 미래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와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야당이 아니라 자기 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신을 당 대표로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물론 그를 코너로 몰
근래 언론에 영국 소식이 잦았다.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의 선봉에 서며 2019년에 총리가 되었으나 여러 구설수에 시달리던 보리스 존슨의 사임,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 이어 파운드화의 가치가 급락했다. 미 달러화의 강세로 우리나라의 원화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별일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원화의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으며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파운드화의 급락은 영국의 내부 사정이 크게 작용한 경우라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브렉시트 망령 속에 파운드화는 요동치고먼저 긴 흐
성병(性病) 하면 다양한 그림이 떠오릅니다. 우선 필자는 피부과학을 전공한 의사입니다. 필자의 전문의 자격증에는 ‘피부 및 성병전문의(Facharzt für Dermatologie und Venerologie)’로 명기되어 있습니다. 성병 가운데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매독(梅毒)은 탈모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피부병변으로 발현되기에 매독은 피부병의 ‘원숭이’, 또는 ‘어릿광대(Clown)’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매독의 피부 증상은 다양하며, 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까지 침범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질병입니다.항생제가 출현하기
태평양 건너편에서 보는 한국정치는 한 편의 코미디다. 여야가 매일 정책이 아니라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이라는 가십 같은 해프닝을 놓고 사생결단으로 대결하니 말이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막말로 저주하며 물어뜯는 모습은 절로 한숨이 나오게 만든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질타한 ‘정치는 4류’라는 말이 적확한 지적인 것 같다. 마치 ‘상복을 몇 년 입느냐’는 문제로 다투던 조선조의 당쟁을 보는 느낌이다.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들이 당파적 이해로 엇갈린 의견을 내놔 전쟁 준비를 소홀히하던 모습마저 떠오른다.지금 원화의 대 달
“엘리자베스 2세는 우리말을 완벽히 구사했으며,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Elizabeth II mastered our language, loved our culture and touched our hearts.”)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달 96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추도사의 한 대목이다. 그는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육성 영어 성명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이는 프랑스를 방문할 때마다 훌륭한 불어 연설로 감동을 주던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답례로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전체 114개 국가 중 110위를 기록했다. 자선기부와 봉사활동 경험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충격이었다. 2년 전, 57위에서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또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들 중, ‘기부에 대한 무관심’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의 기부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였다.이러한 통계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위축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통계 결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