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한 다음 날 북어국 한 그릇이 밥상 위에 놓여 있으면 세상 행복하고,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세상 평화가 몸속에 있음을 애주가들이라면 흔히 경험하는 일상이다. 명태(明太)는 지방이 적고 아미노산이 많아 개운하고 시원한 맛에 속풀이 숙취 해소엔 그만이다. 부드러운 식감에 감칠맛이 일품인 생태탕, 쫄깃쫄깃한 살을 두툼하게 떼어먹는 코다리조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그러나 요즘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명태의 원산지는 러시아나 일본 등 외국산으로 표기되어 있어 왠지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다. 일본산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삐삐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이 질문에 무선 호출기라 응답하면 구세대, 가수 아이유의 노래라 응답하면 낀세대, “삐삐가 뭔가요?”라고 되물으면 신세대란다.초등학생 시절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던 이들이 대학생이 되었다. 입시 관문을 뚫었다는 기쁨도 잠시, 캠퍼스의 낭만 대신 무수한 시행착오와 빈번한 좌절이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오디세이세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이라는 오랜 세월 형언하기 어려운 고생을 한 후에야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갔듯이, 오늘의 대학생들은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발
지난달 24일로 러시아-우크라이나(러·우)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미국과 나토의 지원 아래 결사 항전한 결과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켰다. 3~4개월 만에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당초 야욕은 실패로 끝났다. 자유 우방국들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일치단결된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그렇지만 우크라이나 병사와 민간인이 1만 명 이상 사망하고, 10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난민 신세가 되었고, 국토는 황폐화되었
친구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60대 중반의 남자 여덟 명이 ‘바빌론’을 감상했다. ‘라라 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189분짜리 미국 영화였다. 감독에 대한 기대치 때문인지 혹평을 쏟아놓은 사람도 많았다는데 나는 지루한 줄 모르고 재미있게 감상했다.술과 마약, 섹스와 욕망이 난무하는 광란의 파티 장면은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할리우드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성경에서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쌓아올린 바벨탑으로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던 악의 소굴 바빌론을 왜 영화 제목으로 썼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난달 금융위가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벌써 STO시장 대비에 한창이다. 토큰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나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DAO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한다.대다수의 DAO는 자체 토큰을 발행하여 의사결정 참여자들에게 의결권을 배부하고 온라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전시회가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경탄의 찬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도자기, 그것도 조선의 백자가 이렇게 장엄하게 전시장을 압도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大阪市立東洋陶磁美術館) 등 국내외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게 흔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에 백자 명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더욱 컸습니다.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이 협조 출품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
근래 ‘저주의 굿판’이 대낮에 나타나 우리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정령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조선 시대 사극에서나 보았던 것을 오늘 우리네 현실에서 직면하니 너무 당혹스럽습니다. 그것도 공개된 공간에서 미성년자가 ‘저주의 굿판’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기성세대가 유도했다고 하니 암담한 심정입니다.●우리 사회의 품격은 어디에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그간 우리 사회가 보여온 품격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예를 보겠습니다.1992년 8월 24일, 우리나라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의 외교 관
저지난 토요일(11일) 날씨도 풀리고 해서 가끔 일요일에 동네 호프집에서나 만나던 성당 동생들과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기왕 가는 김에 그간 가깝게 지내다 개포동으로 이사 간 형뻘 되는 친구도 만날 겸 해서 개포동 근처에 주말 산행으로는 이름 있는 대모산으로 정했다. 전날 단톡방에서 모임시간을 공유하고 대모산입구역에서 그 형과는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한참 만에(그놈의 코로나로 3년 만에) 만난 반가움에 포옹도 하고, 인사를 나눈 뒤 정담을 주고받으며 걸어서 일원터널 입구 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다.이맘때쯤 되면 겪게 되는 등산
이수만은 K-팝 창시자로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창립,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혁신으로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이 되었다. 그러므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크게 이수만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이수만 이전 엔터테인먼트는 라디오·TV 등의 가요 방송시간 할당, 일본 음악·콘텐츠 방송 금지, 스크린 쿼터 등 문화 보존 명분의 외국 문화 콘텐츠 제한·금지 규제를 통한 보호에 급급했다.그러나 이수만의 혁신 이후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의 냉소와 조롱을 뚫고 산업화·세계화에 성공했다. 이수만 이후 박진영·양현석·방시혁 등이 세계시장에서
아마도 불을 붙인 것은 대통령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지인에게 부탁해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한번 써보게 해서 받아봤다. 그럴듯했다. 정말 훌륭하더라"며 "몇 자 고치면 그냥 대통령 신년사로 나가도..."라고 언급하면서 챗GPT를 공직자들이 각종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가 잘 이끌어달라고 지시한 것이 그것이다.공무원들이나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앞으로 챗GPT 학습과 활용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성과 발표도 이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정부 부
ESG 열풍과 기후위기, 탄소 중립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연초부터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업과 담당자가 순환경제에 관심을 갖게 돼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필자를 찾아왔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지만 회의가 끝난 후에 씁쓸함이 남는 경우도 있다.얼마 전 만난 모 기업 담당자도 신규로 업무에 배치되었다며 찾아왔는데 일단 올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으니 호기심도 좀 있고,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신나 있는 상태면 좋았겠으나 제한된 시간과 자원으로 효과를 내야 하는 담당자는
목욕탕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지어지는 건물이기에 그 건물 형태나 공간 구조가 독특하다. 특히 대중목욕탕은 대체로 주거지 중심에 위치하고 높은 굴뚝도 있어 어디서나 잘 보이는 동네 랜드마크이며 마을 공동생활의 중심시설이기도 하다. 이용자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 모두라서 어느 동네나 ‘○○탕’하면 대체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집 화장실에 딸린 옹색한 욕조보다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하는 것은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우선 넓어서 온탕, 냉탕이나 사우나실 등 이리저리 움직이며 목욕할 수 있어 지루할 사이가 없다.
정부 간섭 축소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목소리 높이던 정부가 올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을 강하게 주문하자 임박했던 인상이 무산됐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적자가 커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던 공기업, 지자체 등 서비스 공급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방송에서 본 어느 전문가는 “이제 연내 공공요금 인상은 물 건너갔다”고 한다. 올 하반기는 내년 봄 총선이 너무 가까워 각종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오르면 민심이 나빠지고 선거의 악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 끝난 후나 되어야 인상이 가능하게
지난 1월,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챗GPT는 웹에서 긁어모은 데이터를 빠르게 흡수해 정리된 자료로 토해낸다. 챗GPT의 위상은 학생들의 과제 해결사를 비롯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얼마 전 주변에서 너도나도 메타버스 메신저 본디(Bondee) 앱을 깔고 가상 캐릭터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호기심에 시작해 본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인기가 급속도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새로운 기술이나 가상현실의 등장은 늘 화젯거리다.개인적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robot)의 합성어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이념과 가치를 달리하는 정당의 의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장소다. 의원 상호 간, 국무위원들과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법률을 만드는 곳이 국회다. 이를 본 국민들은 판단한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우리가 그리는 국회상이다.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국회는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의원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호통, 자기 정당의 옹호, 정쟁으로 세월을 보낸다. 토론다운 토론은 찾기 힘들다.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장관과 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질의 응답이 좋은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아직도 친일파 운운하는 사람들”(조선일보, 2023.2.3.)이라고 지적해서가 아니라, 이젠 “친일파 운운하면 신물 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근래 친일파 논란의 중심에는 우리 모두의 성웅(聖雄)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의 영정을 제작한 화가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3~2001) 화백이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장우성 화백은 친일파이고, 그 친일파가 그린 성웅의 영정은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우성 화백이 친
프랑스인들은 바캉스와 연금을 소중히 여긴다. 이들에게 유급 휴가와 연금은 사회정의를 위한 오랜 투쟁의 산물로 근로자들의 기본권이다. ‘바캉스는 신성하다’고 믿는 프랑스인들은 직종에 관계없이 정년 퇴직 후 생활이 보장되는 연금을 받는다. 연금 없는 노후의 삶은 프랑스인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어로 은퇴를 의미하는 ‘retraite’란 단어에는 연금이란 뜻도 있다.집권 7년차를 맞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이 연초부터 노조와 야권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
비영리 공익법인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빈곤과 질병과 같은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선단체의 설립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사회가 복잡 다양해짐에 따라, 비영리 공익법인의 수와 그 활동 범위가 증가했고, 인권, 환경보호, 재난 구호를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기부와 자선이 종교 단체나 개인의 선행을 넘어 시민사회의 영역으로, 또 재단이나 단체로 조직화되고 제도화되어 운영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1990년대 이후, 비영리 단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
2020년에 우리나라는 GDP 1조 806억 달러인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인터넷 천국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첨단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1965년 GDP 31억 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이 나라가 반세기 만에 선진국 반열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산업 근로자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이지만, 과학기술이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한덕수 총리는 금년 1월 13일 서울대총동창회 신년인사회에서 우리나라는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 5위 수준의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 총리는 과거 필자와 경제기획원에서 나란히 근무하면서 선·후임을 주고받은 사이로, 필자는 그간 오랜 교우를 통해 그의 생각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그는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3년 만에 끝내고 영어와 불어에 능통하며 통상교섭본부장, 경제부총리, 총리, 주미대사 등을 거쳐 이번이 두 번째 총리로 국제무대에서 세계적 리더들과 소통이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