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이 시끄러울 때 폐기물 관련 업계의 반응은 “터질 게 터졌다”였다. 과격한 방법에 대해서 동의하진 않지만 주요한(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처리방식이던 ‘중국으로 보내는 재활용’이 불가해지고, 코로나 19로 늘어난 폐기물 양과 유가 불안정,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데 수거 거부라는 극단적 사태 때문인지 그 후로 일반 국민들이 쓰레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당시 국민들의 입장에서 수거 거부사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요즘 서울에서는‘그레이트 한강프로젝트’가 화제다. 2007년 한강르네상스사업의 후속편으로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과 새로운 시대변화에 따른 요구를 살펴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추구한다고 보도되고 있다.서울의 중심이 강북 역사도심에서 강남으로 갔는가 했더니 이제는 한강 유역이 강력한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강북의 한강변 구)’이니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 등 강남 동쪽의 한강변 구)’니 하는 용어는 사람들의 주거지(아파트) 관심과 선호도가 한강변으로 향하고 있음을 잘 보
일본 나라현 아스카촌(明日香村)에 있는 한 벽화무덤에서 잠자던 3개의 12지 신상이 긴 잠에서 깨어났다. 지난 3월 23일 일본 문화청 발표에 따르면 아스카촌에 있는 키토라고분의 석실 벽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12지 신상의 용과 뱀, 원숭이 등 세 신상의 모습이 X선 형광 검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무덤은 1983년에 처음 석실로 된 무덤 벽에 고구려 사신도(四神圖)에서 보던 현무(玄武)가 그려져 있는 것이 확인돼 큰 뉴스가 되었었다.그 뒤 석실 벽에 12지 신상이 그려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여 검사를 한 결과 20년 후인
석 달간 홀로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한국을 떠난 지 52일차에 열차를 타고 비엔나에 도착했다.“너 한국인이지. 이거 너 줄게~”숙소에서 마주친 청소원이 유니폼에서 우리나라 동전 100원짜리 6개를 꺼내서 건네줬다. 그 동전의 온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아마 그 덕분인지 공짜로 행운을 얻은 것처럼 비엔나에 있는 동안은 모든 게 순조로웠다. 나빠진 컨디션을 회복했고, 좋은 날씨에 여행하며 좋은 친구를 만났고, 또 맛있는 음식까지 충분하게 즐겼다.만약 국내 여행지라면 어땠을까? 낯선 사람이 다가와 뜬금없이 600원을 준다면 나는 단
“신(神)은 세세(細細)한 곳에 있다.”는 건축계의 거장 판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가 남긴 명구입니다. 그 간결한 메시지는 종종 “악마는 세세함에 있다.(Devil is in detail)”라며 단순하고 뻔해 보여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매사에 조심하라는 뜻으로 인용되기도 합니다.이에 필자는 신라시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의 그 ‘굽혀진 발가락’, 바로 ‘보살님의 깨달음’을 오래전 6세기경 당시 신라 공방인(工房人)이 그의 조형물에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것이라 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연금제도 개혁 법안을 노조와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비상권한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관철시켰다.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연금 개혁 법안은 당초 상·하원 표결을 거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여소야대의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정부 연금 개혁안을 총괄하는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를 통해 표결을 불과 몇 분 앞두고 ‘헌법 49.3조’를 발동했다.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 제49조 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관문인 엘 칼라파테. 이곳에는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오가는 버스 터미널이 있다. 국제선 터미널이지만 규모나 시설은 우리네 읍(邑)만도 못하다. 국제노선이 있어 그런지 이곳에는 환전소가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 암시세로 달러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바꿔준다. 페소는 달러로 환전해주지 않는다. 공정 환율이 1달러당 192페소(3월 1일 기준)이지만 350페소로 교환해 준다. 공공건물에서 공공연히 암달러 시세로 환전하는 나라-. 지금 아르헨티나가 처한 경제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한국에서도 남대문 시장에 가면 암
돈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랬더니 서구의 어느 학자는 소득이 1만 2000달러를 넘어서면 돈이 늘어나도 행복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스터린의 역설’이다. 같은 논지로 유엔은 세계행복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행복을 구성하는 6가지 항목 중 돈에 관련된 것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정도, 여기에 기대건강수명, 사회적 연대, 기부와 봉사활동 같은 자선 행위, 정부에 대한 신뢰도,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도 등의 5가지 항목이 추가된다.돈이 많거나 권력을 누리는 사람의 기부와 봉사는 필자의 관
바쁜 일과 속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신체의 활동 에너지를 저장하는 일상적인 행위를 넘어 즐거움을 추구하는 식도락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TV엔 맛집 탐방이나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먹방 유튜버가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끌고, 소문난 맛집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방문객을 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2021년 9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새로 등재된 26개의 우리 단어에는 mukbang(먹방)을 비롯 banchan(반찬), bulgogi(불고기), chimaek(치맥), galbi(갈비), do
합계 출산율 0.78 쇼크가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인구 위기의 심각함을 호소하는 대통령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나고,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연금개혁 또한 물 건너간다는 심란한 목소리도 들려온다.하지만 여전히 20대 중후반 여성들 입장은 쿨하기만 하다. “출산율? 더 떨어져야 정부가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겁니다.”, “출산문제는 글로벌하게 해결해야지요.”, “수능시험 같은 고통을 태어날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최근 기사를 보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MZ세대를 초청해 출산 걸림돌이 무엇인지 청취하는 시
오래전에 필자는 신부님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즉답 대신 “정의는 또 다른 정의에 의해 부정됩니다”라는 절묘한 답을 들었다. 최근 필자는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알게 된 후, 신부님의 답을 실감하였다. 즉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의 대안으로 등장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가 우리 사회를 더욱 평화스럽고 안전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전자는 기본적으로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후자는 가해자
친구들과 섬진강을 자전거로 달렸다. 150km, 짧지 않은 거리를 1박 2일 코스로 다녀왔다. 서울에서 싣고 온 자전거를 임실의 전북 강진 공용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장군목, 향가 유원지를 거쳐 곡성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시 곡성을 출발하여 황탄정~사성암~하동 화개장터~광양 매화마을~배알도 수변공원~ 광양 중마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섬진강을 끼고 달린, 꿈 같은 여행이었다. 수해로 공사 중인 두어 군데를 제외하면 환상적인 자전거 전용 도로를 밟으며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구나, 고맙고 뿌듯했다.섬진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
작년 11월 30일 ChatGPT가 등장하였다. 이제 불과 4개월도 안 되었지만 마치 몇 년 된 서비스처럼 일상이나 학교 또는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과 놀라움은 이제 익숙함과 편리함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GhatGPT를 이용한 2차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기도 전에 OpenAI는 최근 ChatGPT의 다음 버전인 GPT-4를 발표하였다. 올해 GPT-4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ChatGPT에 비해 이미지를 입력받을 수 있고,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전 부처에 수출 부진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라고 다그치면서 부처 목표도 관리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거나 기재부와 산업부 중심의 수출전략 회의가 매월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환경부도 녹색산업 분야에서 20조 원을 수출목표로 제시했다고 한다.그런데 환경부가 수출 목표를 제시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하였다. 단어 앞에다가 녹색만 붙이면 환경부 것으로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만, 기존의 산업이 환경친화적인 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 녹색산업이다. 녹색
작년 11월 Chat-GPT를 출시했던 오픈 AI(Open AI)가 불과 넉 달이 지난 3월 14일 GPT-4를 내놓았다. Chat-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풍문,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리면서 여러 글을 언론 지상에 쏟아낼 정도로 세간의 관심은 고조되었다.필자는 2021년 7월 말 졸저 ‘AI 임팩트’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다양한 인공지능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게 목표였다. 인공지능의 역사, 기술 진화, 미래 전망, 그리고 인공지능의 일자리, 경제성장, 투자와 무역, 경
2019년 6월 18일 KBS 1TV의 시사프로그램인 은 ‘태양광 사업 복마전’이라는 이름으로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추진되던 태양광발전사업에 각종 비리가 얽혀 있음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냈다. 방송에는 태양광 사업에 청와대가 관련되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발했고, 이후 예정됐던 재방송이 취소되었다. KBS의 제작진은 제작 자율성을 침해당했다는 의견을 냈지만 더 이상의 논란 없이 넘어갔다.그렇지만 보도의 여파는 컸다. 전국의 태양광사업은 혹 비리가 없는지, 각 자치단체들이 검증도 하고 사업
[데일리임팩트 박미현 논설위원]얼마 전 뉴스에서 개 1200마리를 죽여서 쌓아둔 주택이 발견되었다. ‘왜?’는 궁금하지도 않고,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그 많은 개들이 어디서 왔을까였다. 경악스럽게도 번식장으로부터 1만 원을 받고 데려와서 밥도 물도 주지 않고 굶겨 죽인 것이었다. 현재 구속 수사 중이어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1200 생명에 대한 죗값을 계산할 수는 있는 것인가? 개를 생명보다는 물건으로 보는 시선에서 처벌 수위가 정해지면 벌금형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관심을 잃지 않고 지켜봐야 하겠다.동시에 평생
[데일리임팩트 관리자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상징목이다. 흔히‘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고 하며 우리는 소나무사랑을 통해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세한도(歲寒圖)(추사 김정희, 1844)에도 소나무가 중요한 상징매체로 등장한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논어, 자한 子罕).’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松]와 측백나무[柏]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는 뜻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변치 않는 의리를 보여준 제자를 칭찬하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먼저였다. 2021년 시작해서 1년 반에 걸쳐 3%포인트 올라 현재 3.5%이다. 반년쯤 늦게, 우리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오르기 시작한 미국의 금리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4%포인트 넘게 오르며 현재 4.5% 수준에 와 있다. 한은은 물가와 더불어 경기 부진 우려에 지난달 금리 인상을 멈추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에 민감한 데 그곳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 고민이 깊어진다. 미국 연지준의 향후 결정에 영향을 미칠 뉴스 두 건의 시사점을 생각해본다. 빠른 금
대학생 때 연합 MT, 동기 MT, 새내기 배움터까지 과 모임은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갔다. 사실 말이 모임이지 단체 술자리였고 나는 유독 그런 곳이 재미있었다. 물론 술을 잘 마셔서도 아니었고, 그 당시에는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자체를 즐겼다. MT 장소에 도착하면 덩치 큰 동기들은 녹색 병과 갈색 페트병이 든 박스를 가져오고, 요리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앞치마도 없이 학과 단체 티셔츠를 팔뚝까지 걷어붙인다. 나머지는 널찍한 공간에서 둥그렇게 앉아 옆 사람에게 젓가락과 잔을 착착 전달한다. 한창 성한 나이에 소시지 야채볶음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