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향 친구네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고향길은 언제 가도 그냥 좋다. 차창으로 보이는 연두색에 분홍빛 철쭉이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도 봄이 이제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에 ‘봄날은 간다.’라는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부르시던 옛 가요를 절로 흥얼거리게 되었다. 마침 휴게소에서 쉬면서 ’같은 노래 다른 맛‘의 ‘봄날은 간다’를 유튜브에서 찾아 듣게 되었는데, 애절한 노랫말은 같지만 10명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정말이지 맛이 다르고 나름의 색깔이 있었다. 그렇다, 탄소중립을 놓고도 나라마다 정책이 다르고 같은 나라에서도 논리가 분분하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는 그의 대표적 명작이다.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기독교 신앙의 근본인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하는 핵심임을 호소력 있게 설파한다.하나님은 천사장 미카엘에게 한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도록 명령했는데, 그는 쌍둥이 딸을 갓 낳은 여인의 영혼을 거두지 못한다. 여인의 애절한 호소에 차마 그 영혼을 거두지 못한 미카엘에게 하나님은 재차 그렇게 하라고 명한다. 하나님은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
UN 산하 기구의 추계에 따르면 올 4월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앞서며 인구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두 나라 인구 규모가 약 14억(2023 추계)인 데 중국의 총 인구가 예상보다 일찍 감소하며 역전된 것이다. 앞으로 총인구 수 격차는 더 뚜렷해질 것이 중국이 인도보다 고령층이 많은 데다 출산율은 더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도 이런 추세를 크게 반기는 것 같지 않다. 정치·경제·문화 다방면에서 우리에게도 중요한 두 인구 대국의 사정을 살펴보자.아래 인구 피라미드 그림은 우리나라의 인구(5200만 명, 2023년 추계)가
전국을 들끓게 했던 플라스틱 수거 거부 사태가 몇 년이 지났지만,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알아서 처리되는 줄 알았던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이 낮다는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놀란 가슴에 쐐기를 박듯이 우유팩과 멸균팩, 최근에는 종이상자까지도 사실 재활용이 어렵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진다. 사용한 자원들을 분리하여 매주 세 번씩 집 앞에 내놓을 때마다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고민을 끊임없이 듣는다.대체 왜 신경 써서 분리배출한 자원이 순환되지 않을까?법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자원순환 분야 업계
최근 주로 다세대 및 다가구 주거지에서 자주 일어나는 주거침입 범죄를 둘러싸고 거주자들은 두려움에, 경찰은 대책 마련에 고민이 많다. 주거침입 범죄를 중히 여기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주거침입에 그치지 않고 절도나 강도, 성범죄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형으로 지어진 아파트 등에 비해 다세대 주거지가 범죄에 더 노출되는 데는 주거지의 환경여건도 한몫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주민들은 CCTV를 동네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현재 침입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도시 주거지의 특징을 살펴보자
서기 1696년은 조선왕국이 병자호란을 당한 지 60년이 되던 해였다. 열네 살에 조선조 19대 왕으로 오른 숙종은 즉위 22년이 되는 이때에 새봄을 맞아 전국 팔도의 감사들에게 특별 유시를 내린다.“새해 새봄이 되어 초목이 다 기쁘게 생기를 띠고 있는데, 불쌍한 우리 무고한 창생들은 유독 이토록 망극한 기근에 시달려 유랑하다가 길에서 쓰러지는 참상이 지난가을과 겨울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오늘날의 분위기는 병자년 때보다도 더 위급하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당시엔 전쟁이 계속되어 더없이 위태한 형국이었지만 오히려 화를 피하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라 기업의 실적은 매출, 전 분기 대비 이익률, 순이익 등으로 평가받는다. 숫자 포인트가 가리키는 높낮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기업은 매출 상승과 하락, 아니면 혼조세라는 세 가지 결과를 보인다.필자 스스로 1분기 실적을 분석해 보았다. 실적 지표는 ‘건강’과 ‘삶에 대한 만족도’를 기준으로 점검했으며,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했음을 밝힌다.1분기 하락세, 포인트는 ‘마스크’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동안 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지냈다. 실내, 야외 가릴 것
1960년대 초 필자가 독일 중부 지역 소재 마르부르크(Marburg)대학에서 의예과 과정을 마치고, 임상 과정을 밟기 위해 독일 남부에 있는 뮌헨(München)대 의대로 전학하려 했을 때의 에피소드입니다.독일은 모든 대학교가 국립이라 다른 지역 대학으로의 전학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대학교의 규모도 크고 도시 자체의 국제적·문화적 위상을 감안해 뮌헨대 의대에 전학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자리가 없어 필자의 전학원을 받아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그래서 필자는 뮌헨대학교 학생처에 청원서(Bittb
지난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은 다른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길을 걸어야 한다”며 “동맹이 속국(vassal)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빚어졌다. 앞서 그는 중국 방문(4.5~7일)에 동행한 기자들에게는 “대만 문제에 유럽이 휘말려선 안 된다”, “미국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해 “EU 분열 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 극동의 일부 세력과 협력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미
지난해 공익법인의 결산 공시를 분석해보면 전체 1만1435개 법인 중 3644개 법인이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 4356개 법인에 비하면 712개나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투명성의 대전제인 외부감사가 후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실망할 것 없다. 실상을 보면 외감 전문을 공시한 법인은 한 해 전 2520개에서 2935개로 늘어났다. 그 전해까지는 외부감사를 받았다고 공시한 법인이 실제로 외부감사인지 내부감사인지 구별 없이 공시해 혼란스러웠는데 올해부터 감사보고서 전문을 게재하는 성실한 공시
‘사막에 내리는 눈’(닐라 작)이라는 소설이 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떨어진 한 여인이 노예로 전락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왕비로 신분 상승하는, 급행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의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이다.사막에 눈이 내리는 현상이 환상 속에만 존재할까? 지구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인 사하라 사막에 눈이 쌓였다고 한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사막 도시 아인세프라가 2022년 1월 눈이 쌓여 겨울왕국이 되었다. 가장 추운 시기인 1월에도 평균 12℃를 유지하는 아인세프라 지역에 처음 눈이 내린 건 1979년 2월이었고, 2016년 12월
“당신은 왜 결혼하셨나요?” 이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 퍼뜩 떠오르질 않는다. 대신 “판단력이 부족해서 결혼하고 인내력이 없어서 이혼하는데 기억력이 흐려져 재혼한다.”고 했던, 오래전 95학번 제자에게서 들었던 농담이 생각난다.실제로 1959년 발표된 논문을 보면 “당신은 왜 결혼하셨나요?”라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의 응답자가 ‘전통적 관례니까’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보기에 동그라미를 했다. 1980년 조사에서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 가장 빈번하게 나온 응답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에’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정서적 안정
“일본은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의 일반적 정서다. 이런 일본은 나치의 죄과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는 독일과 종종 비교된다. 그래서 독일은 도덕적이고, 일본은 정의롭지 않은 나라로 간주되기도 한다.과연 그럴까. 독일이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한다지만 그들의 식민지였던 나미비아, 탄자니아 등에서 행한 학살에 대해선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다. 그리스와도 배상과 사죄문제로 다툼이 많다. 독일은 국제 정치, 경제적으로 힘이 막강한 유대인에 대해서만 철저한 반성과 배상을 한다.1970년 12월 7일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언론사들이 다양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167석의 거야가 승리할 것인가, 여당이 승리하여 윤석열 정부가 국회 권력마저 차지할 것인가 등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러한 승패에 영향을 끼칠 여러 변수들을 제시하고 있다. 선거제도 변경, 이재명 대표 체제의 지속, 친윤 검사의 대거 등장, 제3정당의 등장, 중도층 표심의 향방 등이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이러한 분석에서 빠진 것이 있으니, 그것은 여의도정치의 역사적 진화과정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의도정치는 대강 20년 주기로 큰 변화를
버린다고 버렸는데 아직도 주변에 잡동사니가 많습니다. 대부분 개업 기념 사은품이거나 신상품 샘플, 오피스텔 같은 부동산 분양 업소에서 나눠주는 홍보물입니다. 안 받으면 되련만 나눠주는 분들 표정이 안쓰러워 받아들고 가져온 것들이지요. 어디 한번 볼까요.일회용 휴지(물휴지 포함), 일회용 손 세정제, 일회용 핫팩 등등 온갖 일회용품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고 플라스틱 부채, 볼펜, 책갈피, 메모장, 화장품 샘플, 손톱깎이 같은 사은품도 서랍이나 신발장에 들어앉아 있어 정작 요긴한 것을 찾을 때는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닙니다. 먼지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척수장애인 남편과 결혼한 백정연 씨가 쓴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남편과 함께 약속 장소에 가려면 건물 구조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고 한다.-건물 입구의 문은 적당히 큰가. 자동문인가, 당기거나 밀어서 여는 유리문인가, 아니면 회전문인가. 진입로가 경사져 있다면 얼마나 경사져 있나. 혹시 계단이 있나, 어느 높이로 몇 개나 있나. 약속 장소는 몇 층인가.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있나. 다음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한다. 지하철을 탄다면 어느 역에서 타고 어느 역에서 내려야
예전에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라는 말이 있었다. 혹자는 딸은 결혼하고 나서도 친정 부모에게 잘해주는데 아들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한다. 그런데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아들 낳아도 비행기 탄다.’라는 책을 낸 분(곽의숙, 뱅크북)도 있으니, 딸이든 아들이든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가 아닌가 싶다.필자의 딸이 미국으로 시집가서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살고 있는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래서 딸을 보러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가까운 지인은 프랑스 리옹 남자에게 시집보내 놓고는 딸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세계은행에서 각국 고위 공무원들을 상대로 규제개혁을 강의하러 1주일 동안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이후 거의 15년이 흘렀다. 이번 워싱턴 DC 방문은 온전히 개인적 여행이다. COVID19로 외국 여행을 4년여 중단했는데, 재개하는 첫 여행지로 이곳을 택했다. 30년이 훌쩍 넘은 유학 시절 처음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왔고, 미국에 처음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곳이기도 하다.이번에 주의 깊게 돌아본 곳은 스미소니언 박물관들과 조지타운이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곳은 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
농업은 식량을 얻는 일이므로 고금동서 구분 없이 중요하다. 우리 농업의 대명사는 쌀이다. 쌀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토록 하는 정책이 논쟁거리다. 매년 추곡수매로 이미 많은 양을 사들이고 있으니 새로운 지원책이 아니다. 정부는 쌀 초과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수매를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계속 줄어드는 수요를 감안해 쌀 생산을 줄여야 하는 근본적 해결 방안과 배치되며 재정 부담도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몇 가지 논점을 정리해본다.첫째, 오늘날 우리의 쌀농사 문제는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어 일본을 타산지석
2016년부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폐기물 처리업체들의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이 시끄러울 때 폐기물 관련 업계의 반응은 “터질 게 터졌다”였다. 과격한 방법에 대해서 동의하진 않지만 주요한(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처리방식이던 ‘중국으로 보내는 재활용’이 불가해지고, 코로나 19로 늘어난 폐기물 양과 유가 불안정,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데 수거 거부라는 극단적 사태 때문인지 그 후로 일반 국민들이 쓰레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당시 국민들의 입장에서 수거 거부사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