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임철순 주필]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광화문 글판에 지난 1일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이 올라왔다. 시인 김경인(49)의 작품 ‘여름의 할 일’에서 발췌한 글이다. 앞으로 8월 말까지 석 달 동안 이 글판은 사람들에게 그늘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나같이 산문적인 인간은 ‘올여름의 할 일’을 ‘올여름에 할 일’로 고쳐 읽지만, 많은 이들은 여름이 그늘을 읽는 걸로 알아들으며 시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르지.그늘의 의미는 1)어두운 부분, 2)의지할 만한 대상의 보호나 혜택, 3)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처
누군가 가지 않은 길을 간다고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말리고 본다. 첫 삽을 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두말할 것 없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척자들 덕에 세상은 좋은 모습으로 발전하고, 따라 배우는 이들 또한 늘어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시니어타운의 첫 단추를 끼우고 올곧게 길을 닦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을 말하라면? 단연 사회복지법인 빛과소금의 유당마을(이사장 양주현, 이하 유당마을)이 먼저 떠오른다. 복지에는 손쓸 새 없이 발전과 도약,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대에 탄생해 대한민국 시니어타운의 역사를 써내
[미디어SR 임철순 주필] 나는 요즘 ‘삼국지’를 간간이 읽고 있다. 이번에 읽고 있는 것은 신복룡 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전 5권 ‘완역본’(나관중 원작/집문당/각 권 1만5000원)이다. 그러나 이 책 저 책을 늘 동시개봉하는 못된 독서습관 때문에 두 달이 넘도록 진도가 제3권까지도 나아가지 못했다.삼국지를 나는 언제 처음 읽었던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할아버지한테서 한문(‘계몽편’)을 배웠으니 한글보다 한자를 먼저 배운 건 분명하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 한 권짜리를 읽은 게 ‘삼국지’ 독서의 처음인 것 같다. 동네
2007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어린 강아지가 손자들과 함께 일산 우리 집에 왔다. 손자들이 이름을 지어준 코코는 3개월 정도 된 코커스패니얼로, 사위가 길을 가다가 아파트 앞에 묶어 놓은 강아지를 가져가라 해서 집에 데려왔다고 한다. 손자들이 지은 이름 코코는 좀 흔한 게 아닌가 싶어 예전에 거의 모든 개가 메리였던 걸 생각나게 했다.그 이후 온 집안은 코코로 인해 난장판이었다. 어찌 그리 어수선하고 난리를 치는지. 지금은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2020년 9월 5일 코코는 저세상으로 떠났다. 13년 4개월 동안 함께한 우리
[미디어SR 임철순 주필]#옛이야기 한 토막. 추위가 매서운 한겨울 밤, 아이를 사이에 두고 부부가 누워서 주고받은 말.-당신, 그쪽 춥지 않아?-(괜히 감동한 마누라) 아니요, 안 추워요.-그래? 그러면 나랑 자리 바꾸세.#요새 이야기 한 토막. 어린 아들의 몸이 불덩어리같이 뜨겁다. 이틀째 학교도 못 가고 앓고 있다.-너무 안쓰러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어.-나도 그래.-옴마나, 당신도 그래?-응, 나도 당신이 아팠으면 좋겠다고…(퍽, 쿵! 아내한테 맞고 쓰러지는 소리.)#내 경험담 한 토막.수습기자 시절, 나는 2진 경찰
지금까지 굿네이버스의 눈길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어린이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해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오지에 우물을 파고, 목말라 시들고 사라져가던 마을에 생명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용기 또한 불어넣었다. 세계의 좋은 이웃으로, 대한민국 토종 NGO로 면모를 굳건히 해온 지 30년, 이립(而立)의 눈에 새로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갈수록 늘어만 가는 우리 시대 대한민국 시니어들이었다. 품격있는 시니어 문화를 지향하다재단법인 굿네이버스 미래재단(대표 양진옥, 이하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미디어SR 임철순 주필] 설거지는 왜 하지? 밥을 또 먹으려고 하지. 밥을 먹고 난 뒤 다음 식사를 위해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정리하는 일이 설거지 아닌가. 예전엔 설겆이라고 썼는데, 언젠가부터 맞춤법이 바뀌어 설거지가 됐잖아? 쓰기에는 좀 편해졌지만 왜 바꿨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나는 지금 설거지라고 쓰면서 거지를 생각하고 있어. 거지도 설거지는 할라나? 좀 깔끔하거나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거지는 깡통을 열심히 닦을 테지만, 세수할 물도 없는데 그것까지 닦겠어? 밤중에 깡통을 막 차면서 걸어가는 거지에게 시끄럽다고 하자
[미디어SR 임철순 주필] 전남 완도군 청산도(靑山島)는 사시사철 푸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엔 신선이 산다는 ‘선산도(仙山島)’, ‘선원도(仙源島)’라고 불렸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서편제’(1993)가 공전의 대성공을 거둔 데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2007.12)되면서 청산도는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됐다.지난달 24일에 가본 청산도는 이름 그대로 청청하고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이었다. 맑고 푸른 다도해와 조화를 이루는 그 섬은 어디에 카메라 초점을 맞춰도 다 아름다운 그림이
“시니어 대상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삶의 공간인 집에 관해서요. 시니어가 되면 주거 문제에 대해 어려워하고 고민도 많습니다. 집을 좀 작게, 마음도 좀 누그러뜨리고 욕심을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하죠. 상담을 겸한 그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건축가 손웅익(63) 씨를 만났다. 손씨는 2017년 (주)서울오션 아쿠아리움 부사장을 끝으로 인생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대표이사직을 제안받았지만 하루라도 젊을 때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시니어를 위한 건축을 구현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그 속에 녹여내고자
나는 최근 ‘트롯의 부활: 가요로 쓴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냈다. 1920년대 한국 대중음악 탄생 이후, 시련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던 노래들에 담긴 시대정신과, 관련된 정치사회적 사건들에 대해 거시적으로 탐색한 책이다. 인기 가요의 작사가, 작곡가, 가수, 음반 제작자와 팬들 사이에 있었던 연예사적 에피소드도 동시에 연결해 살펴보고 있다.책은 이번에 발간됐지만 사실은 그동안 60여 년간 내 삶과 함께 성장해온 분신이나 다름없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과정에서 유학하던 중 우연히 미국인 등 외국인들을
“유튜브가 인기다”라는 말이 이제는 참 새삼스럽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내 손 안의 TV이자 방송국인 스마트폰에 푹 빠져 산다. 지난 2월 통계분석 전문업체 플레이보드는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광고수익을 내는 유튜브 채널이 인구 529명당 1개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인구 5178만 명을 수익 창출 채널 9만7934개로 나눈 수치이며, 전 세계 ‘인구 대비 유튜버 수’ 1위 국가가 한국이라는 놀라운 조사결과였다. 이렇듯 너도나도 유튜버인 세상이다 보니 연령대도 다양하다. 물론 시니어도 빠질 수 없다. 시니어 유튜버
[미디어SR 임철순 주필]내가 사는 아파트의 길 건너편 애시앙 주상복합건물에서 큰 불이 난 건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지하 4층, 지상 18층 건물의 대형 화재로 유독가스와 재가 퍼지면서 4개 동 366가구와 상가 점포 180곳 중 상당수가 피해를 당했습니다. 지하엔 대규모 마트가 있고, 지상 2층엔 대형 스포츠센터도 있어 평소 이용인구가 아주 많은 곳입니다.인근 경의·중앙선 도농역에도 연기가 들어차 7시간 넘게 열차가 서지 않고 통과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지만, 20여 명이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
고령 인구가 점차 늘면서 시니어타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살던 곳에서 멀거나 이용료가 꽤 비싸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입주를 주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에 있는 늘푸른 실버타운(대표 김혜민)은 이 두 가지만큼은 해소하고 시니어타운의 문턱을 낮췄다고 말한다. 1200평 부지에 조성된 푸른 정원과 시니어의 눈높이에 맞춘 편의 시설이 인상적인 ‘늘푸른 실버타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과 도시가 모두 가까운 시니어타운이곳은 자연을 충분히
[미디어SR 임철순 주필]“야, 아무개야. 넌 선배와 꼰대의 차이를 아나뇨?”“아니요. 모르는데요.”“선배는 말이야, 후배가 물어볼 때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이고, 꼰대는 물어보지 않은 거까지 시시콜콜 설명하는 사람이란다. 알았니?”“안 물어봤는데요?”웃기는 꼰대문답이다. 꼰대는 노인,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자 비칭이지만 나이를 떠나 사고방식이 권위주의적인 이들을 비하하는 데 쓰이는 말이다. ‘주름이 많다’는 의미에서 '번데기'의 경상도, 전라도 방언인 꼰데기나 꼰디기에서 나왔다거나 나이 든 세대의 상징인 곰방대가
[미디어SR 권해솜 객원기자]한평생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았으니 ‘은퇴’라는 말이 좀 홀가분하면 좋으련만. 적어도 서울 아래 50대 이상 시니어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은퇴 후에도 가정을 위해 혹은 사회생활을 위해 일이 필요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대표이사 김영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50+세대 상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일’에 대한 고민이 53.2%로, 생애설계 7대 영역(일·재무·사회공헌·사회적 관계·가족·여가·건강) 중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그다음으로 ‘사회공헌(20.8%)’ ‘여가(12.0%)’ ‘사회적
[미디어SR 임철순 주필]타네다 산토카(種田山頭火, 1882~1940)는 술과 방랑으로 유명한 일본의 하이쿠(俳句) 시인이다. 17자(5, 7, 5)의 정형시인 하이쿠의 틀을 바꿔 새로운 하이쿠를 만들어낸 그의 평생 소원은 ‘진정한 나의 시를 창조하는 것’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는 것’이었다(부럽다. 나도 그런데). 그는 술고래에다 툭하면 기생집을 찾아 소란을 피우고 친구들에게 신세를 지며 살다 간 사람이다(정말 더 부럽다).“곧은 길이라서 외로워라”“하늘로 뻗은 어린 대나무, 고민 하나 없구나”“다친 손에 햇볕을 쪼이
[미디어SR 임철순 주필]시인·영문학자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 1897~1961)는 ‘명정(酩酊) 40년’의 저자로 유명한 술꾼이었다. “내 지난날 설중생매(雪中生埋, 산 채로 눈 속에 묻힘) 몇 번이고, 오투타가(誤投他家, 남의 집에 잘못 들어감) 몇 번이고, 취와노상(醉臥路上, 술 취해 길에서 잠듦) 그 얼마던가!” 위 문장처럼 한평생 술 마시고 벌인 추태와 실수가 흥건·질펀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재미있고 유쾌한 명저다(라고 나는 생각한다).그 책에서 읽은 건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다. 수주가 어느 날 길을 걷는
[미디어SR 권해솜 객원기자]올해에도 결국 작년에 이어 ‘봄의 관문’과도 같았던 꽃놀이 행사는 즐길 수 없었다. 꽃은 또 왜 이리 빨리도 피었단 말인가. 기상청 서울관측소 벚꽃이 지난달 24일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평년 기준 개화일이 17일이나 빨라졌다. 3월 27일 꽃이 피었던 작년보다 3일 더 빨라진 것도 모자라 올해는 1922년 기상 관측 이래 99년 만에 가장 이르게 벚꽃을 볼 수 있었던 해로 기록됐다. 기록은 기록일 뿐 코로나19 여파로 어쩔 수 없는 집콕, 방콕 신세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전국 꽃놀이 명소는 사람 사는 냄새
[미디어SR 임철순 주필]한복과 김치가 원래 자기네 것이라 주장하던 중국 사람들이 이번엔 삼계탕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간 음식이라고 우기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은 삼계탕에 대해 “고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廣東)식 국물 요리가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에 관한 문헌이나 구전 기록 등 근거는 전혀 없다.드라마에서 삼계탕 먹는 장면을 방영하며 “장백산(백두산)에서 나온 인삼을 이용해 만든 중국 전통 요리”라는 설명을 붙이기도
[미디어SR 권해솜 객원기자]SBS라디오 러브FM의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하 '유영미의 청춘')이 2021년 3월 7일 방송으로 마무리됐다. 이 프로그램은 1991년 SBS 개국과 함께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유영미의 청춘'의 종영은 유영미 아나운서(59)의 정년과 안식년에 맞닿아 있다. 이날 유씨가 고른 끝 곡은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이었지만, 방송은 눈물범벅이었다. 목이 멘 채 유씨는 방송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6년 울산MBC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스물아홉 나이에 경력직 아나운서로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