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나? 민주주의가 퇴보하는가, 발전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구하려면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퇴진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새로운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처럼 3김 머신정당이 이념정당으로 변신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3김 시대에는 보수일색의 정당이 경쟁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진보를 표방한 이래 호남과 영남 정당이 각각 진보와 보수정당으로 재정렬(realign)한 후 양대 이념정당의 카르톌체제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제3당이 들어설
글 쓰는 게 일이라 오자와 탈자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내용이 이러니저러니 하는 지적에는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지 않으냐”며 반론할 수 있으나 틀린 글자[오자誤字]와 빠진 글자[탈자脫字] 지적은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몰라서 틀렸거나, 게을러서 빠트렸으니 반론은커녕 변명의 여지조차 있을 수 없다. 독자께서 “너는 무식하다. 너는 게으르기 한이 없구나”라고 해도 그게 사실이니 그런 말을 들으면 혼자 있을지라도 창피함에 얼굴이 벌게지고 부끄러움에 가슴이 철렁해진다.그런 일이 잦은 편이라 오·탈자를 쉽게 찾는 방법이 없나 찾다가
해외 입양인이 홀트아동복지회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40여 년 전, 당시 세 살이었던 원고가 미국으로 입양되었지만, 양부모의 학대로 파양되고 열두 살 때 다시 입양되었지만 4년 후 다시 파양돼 영주권도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추방된 사건이었다.‘입양’하면 우리는 친부모와 자식의 극적인 상봉을 떠올린다. 또는 서너 명씩, 그것도 장애가 있는 아이를 입양한 부모, 자기 자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부모의 감동 어린 사연을 생각한다. 그러나 입양인의 기구한 삶이나
정치는 자유의사로 참여한 시민들이 토론과 합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공동체가 지켜야 할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민주주의는 정치를 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정치와 민주주의는 말로 한다(‘정치란 무엇인가’, 함재봉 저). 정치와 민주주의의 유일한 수단은 말을 통한 설득이다. 강제나 폭력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은 정치영역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정치는 연설이다. 명연설은 국민을 감동시킨다. 정치 지도자는 이를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 권력을 잡는다. 어려운 난국도 감동
기업 평가에서 “장기근속(5년 이상,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주택 우선 공급에 관한 지침 제3조) 직원이 몇 명입니까?”라는 항목은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장기근속 직원이 많을수록 건강한 기업, 근무하기 좋은 기업으로 볼 수 있다는 정황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요즈음 한 직장에 입사해 정년퇴임을 하면 천연기념물 나셨다고 한다니, 중소기업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는 직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협·단체에서야 말해 무엇 하리오다. 구직도 힘들지만 좋은 사람을 제자리에 모시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필자가 함께하고 있는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출현하는 시점을 말한다. 당대 최고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erzweil)은 2005년에 쓴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29년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출현하고, 2045년에는 특이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미 2002년 튜링 테스트 통과 AGI가 2029년 실현되리라고 예견하며 비판자
2015년 7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코드 곶에서 ‘남남’인 남녀 8명이 한자리에서 한 중년 남자와의 특별한 만남을 기렸다. 이들 8명의 외모는 모두 비슷비슷했고 만나자마자 자신들의 뿌리가 하나임이 확인되었다. 모두 중년 남자가 기증한 정자로 태어난 형제자매였던 것이다.만남의 주인공인 정자 기증자 토드 화이트허스트는 1998년 구글 소속의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명문 스탠퍼드 대학원생 신분으로 정자 기증 광고를 보고 찾아간 병원에서 기증을 시작, 이후 4년간 400여 차례 시술을 했고 이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22명이었다. 이들
시문학을 말하는 시가(詩歌)나 담배가 아닌, ‘시:까’라고 발음되는 시장가격, 시가(市價)는 시기마다 수요와 공급량에 따라 변동되어 결정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주로 횟집에서 사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도매가격과 야채 가격들도 대부분 시가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이 형성된다는 건 기본적인 경제의 원리이지만 서비스에서도 시가를 활용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일본 도쿄에서 전철로 2시간 정도 시골길을 달려 도치기(栃木)현 아시카가(足利)시에 가면 아시카가 플라워파크가 있다. 오래된 농원인데 확장을 반복하여
친구들과 한담하는 중에 이사 이야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난 열 번도 넘게 이사했지.” 하면서 고생했지만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다른 친구가 비웃으며 “야! 명함도 내밀지 마. 20번 이상은 해야 고생했다고 하지.” 하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나의 이사 이력서를 써보니 놀랍게도 결혼 후 40여년 간에 무려 24번(해외 9회 포함)이나 이사를 했다. 그중 20번은 여기저기 셋방살이였다. 이제 종심(從心)을 지나고 나니 앞으로도 얼마나 어디로 더 이사를 해야 영원히 살 집에 들어가게 될지 슬슬 좀 겁이 나기 시작한다.현재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국가부도를 경고했다. 연방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의 부채한도 인상 협상 치킨게임이 잘못될 경우 미국 정부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불안요인이라는 우려에 목소리를 더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이미 올 1월 19일자로 기존 한도인 31.4조 달러에 도달해 빚을 더 늘릴 수 없게 되었다.그동안 세수(稅收)와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 의존해 버티어왔으나, 옐런 재무장관은 6월 초 이후에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한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엄마가 끓인 미역국 냄새를 바로 알아차렸다. “누가 생일이야? 웬 미역국?!”이라는 말을 뱉고서 아차 싶었다. 5월 내 생일을 하루 앞둔 걸 깜빡했기 때문이다. 엄마와 나란히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면서, 입안에서 보드랍게 씹히는 따뜻한 미역의 식감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가장 고생한 우리 엄마가 그날 미역국의 주인공이 되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엄마께 대접받자 멋쩍었다. 자정에는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사랑한다고 하기엔 영 쑥스러웠다.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 엉덩이부터 나왔다고 했다. 태아는 보통 산모의
우리들은 대부분 정치인들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카페에서, 술자리에서 그들은 늘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선거 때만 유권자를 찾고, 나라보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곤 한다. 상대 진영의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예 상종도 못할 ‘개××’라는 욕까지 예사로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과거에 우리는 국회의원을 종종 선량(選良)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그들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5월이면, 달력 한가운데에 있는 ‘스승의 날’이 가슴을 사뭇 벅차게 만듭니다. 세종대왕께서 1397년 5월 15일에 탄생하셨는데, 이날을 나라에서 ‘스승의 날’로 정한 이유를 다시금 조용히 되새겨봅니다.언젠가 독일에서 동료들과 ‘스승과 제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필자는 대화 도중 한국에는 “제자는 일곱 자 떨어져서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弟子去七尺 師影不可踏]”라는 가르침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작금처럼 격동하는 사회에서 많이 훼손되기는 했으나 우리네 정신세계에서는 아직도 ‘스승과 제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지난달 25일 3분 분량의 동영상을 통해 “이 과업을 완수하자(Let's Finish This Job)”라고 호소하며 내년 대선 재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바이든이 재선되면 86세에 퇴임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에는 바이든의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로 벌써부터 그의 나이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그의 유력 상대는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트럼프(77)이다.고령인 바이든의 재출마로 그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59)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부통령은 대통령 유
생수는 우리나라 국민 1명이 한 해 약 109병(350㎖ 기준)을 사서 마시는 최애 음료이다. 2010년 40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8800억 원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전한 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정수기 대신 생수를 선호하는 1인 가구 비율이 40%대로 증가하면서 2021년 1조 2000억 원에 이어 2023년엔 2조 3000억 원 규모로 폭풍 성장이 전망된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10개 내외였던 생수 브랜드도 202
결국 정치가 개입했다. 일부 대학들이 천 원짜리 아침밥을 대학생들에게 제공한다고 하자 여야 수뇌부가 경쟁하듯 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배고픈 대학생의 허기를 달래겠다며 지원책을 쏟아냈다. 여당은 희망하는 모든 대학이 ‘천원의 아침밥’을 할 수 있게 예산을 늘리겠다 했다. 그러자 야당은 ‘하루 두 끼’, ‘방학에도 적용’, ‘전문대 포함’ 등으로 몇 발짝 더 나아갔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루 3식, 무상배식’이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다.‘천원의 아침밥’은 대학생이 천 원을 내면 중앙정부가 천 원을, 지자체가 천 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포털 검색 기능에 열광하면서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정보 낚시질(?)에 몰입하던 시기,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던 제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신입사원에게 특기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검색을 잘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검색에 자신 있다는 신입사원에게 현업에 필요한 과제를 주고 자료검색을 지시하면, A4 용지 10페이지 남짓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두 시간 넘게 검색한 결과라며 들고 오더라 했다. 자신이 직접 검색을 했다면 A4 용지 한 박스 분량은 족히 나왔을 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검색의 ㄱ도 모르면서’ 자신의 검색 실력에
첨단기술, 첨단산업을 개발하는 나라가 패권국가로 등극한다는 국제정치경제 이론이 있다. 18세기에 영국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하여 당시 첨단산업이었던 석탄산업과 섬유산업을 발전시켜 패권국이 되었다. 그 후 19세기 들어서 철강산업과 철도산업이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등장하자 영국, 독일, 러시아 등이 경쟁하였다. 영국은 식민지를 개척하여 철도산업을 부흥시켜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했다.미국은 20세기 초에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체제를 개발한 덕택에 철도보다 자동차 생산에 철강을 훨씬 더 많이 투입하여 자동차산업 첨단국가가 되었다. 특히 자동차산
“난 여자니까, 여자 화장실을 쓸 거야!” “난 남자니까, 남자 화장실을 쓸 거야!”당연한 말이겠지요? 앞의 말을 한 사람이 여자이고, 뒤의 말을 한 사람이 남자라면 말입니다. 만일에, 남자가 앞의 말을 하면서 여자 화장실에, 여자가 뒤의 말을 하면서 남자 화장실에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여자 화장실에 있는 여자들은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고, 남자 화장실의 남자들은 놀라기도 하겠지만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 여자를 힐끔힐끔 쳐다보겠지요? 여자 화장실에 들어온 남자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온 여자가 아무리 ‘자기가 주장하는 성(性)’처럼 보
미국에 있는 손주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보내려고 우체국을 찾았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우편번호에 주소, 전화번호, 보내는 물건의 품목, 중량, 가격까지 일일이 영어로 다 기재해야 하는 난코스였다. 힘들게 발송 주문을 마친 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스펠링이 틀리거나 알아보기 어려운 필체는 일일이 확인하며 대신 입력해 줘야 해서 인터넷 신청을 먼저 권한다면서 2400원을 할인해 주었다.처음이어서 어렵지, 몇 번 해 보면 쉽다는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