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사업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기준으로 한 한국가이드스타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삼성전자는 기부액만 1674억 원에 이르렀다. 같은 조사에서 현대자동차가 338억 원, 포스코가 208억 원이 나온 것을 보면 삼성전자의 압도적 위상이 짐작이 간다.그런데 ‘대중소기업농어촌협력재단’이라는 긴 이름의 생소한 공익법인이 삼성전자로부터 341억 원을 기부받아 기부처 중 1위에 올랐다. 이 재단은 2004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으로 설립됐다가 농어촌 상생협력기
6월 월초에 비해 중순을 지나면서 대형마트의 소금 판매량이 5배나 폭증하고, 품귀 현상마저 일어나면서 평년에 비해 가격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급기야 정부가 비축 천일염 400톤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시장 대비 20% 저렴한 가격과 계속되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우려까지 더해져 판매 시작 15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동나는 소금 대란이 일어났다.사람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니까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떤 말이 진짜인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불안해한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처리수 약 130만
교정에서 내 이름은 종종 ‘인행사’로 불린다. 인행사는 나의 담당과목 ‘인간행위와 사회구조’의 줄임말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국어 간다~”, “국사 온다~” 식으로 과목 선생님을 부르던 습관이 남아, 대학에 와서도 그리한다는 것이 학생들 변(辨)이었다.5년 전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세대별로 연상되는 단어를 3개 이상 적어달라고 했다. word crowding을 해 본 결과, 기성세대 입장에서 신세대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단어로는 개인주의, 자유분방, 능력 부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세대 입장에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미 대선에서 승리하여 2009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필자는 2009년 초에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입법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6개월 일정으로 뉴욕에 갔다. 그런데 1980년대 필자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시기와 2000년대 미국 정치가 너무나 달라져서 충격을 받았다.첫 번째 충격은 미국 의회의 대명사인 자유투표(cross voting)가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당론 투표(partisan voting)가 일상화한 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를
보수 우위의 미 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 정책인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해온 ‘어퍼머티브 액션(적극적 차별 시정조치, 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와 같은 미 연방대법원의 잇단 보수적 판결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진영 간 이념 갈등을 고조시키고 양측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지난달 30일 미 연방대법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내놓은 학자
연구소라고 해도, 풍광이 좋지도 않은 사무실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별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연구소를 양평으로 옮긴 지 8년이 되는데 아직도 연구소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놀러 가도 돼요?”, “차 한잔 주실래요?”, “궁금해서요.”, 한 번 정도면 그러려니 할 텐데 계절마다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차 한잔하자더니 식사 후에도 갈 생각을 안 하기도 하고. 용무가 있어 급히 나가려고 하는데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손님 때문에 참으로 난처한 일도 있었다.꽃이 좋아서, 단풍이 이뻐서, 근처에 잠깐 왔다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손녀가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면 중학생이 된다고 알려 왔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된다. 어머니께서 경북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 일명 숯골이라고 불리던 곳에 사시는 할아버지께 뭔가(생각이 나지를 않음)를 갖다 드리고, 10일 정도 그곳에 있다가 오라는, 심부름을 겸한 농활(農活)을 하고 오라는 말씀이셨다. 형님 누님도 계신데 막내를 보낸다고 입이 나왔지만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가 막내(8남매) 교육 차원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주에서 봉화가 사십 리가 조금 넘는 길이고 봉화에서 숯골이 시오리 길이
최근 유력 일간지에 ‘글로벌 호구인가, 한국의 위스키값 미, 일, 영의 2배: 국내 소비 늘자 가격 치솟아’라는 기사가 났다. 내용은 발베니 12년산 위스키가 2년 전 8만 원이던 게 지금 15만 원이 되었고, 이는 런던(7만3천 원), 뉴욕(8만7천 원), 도쿄(8만5천 원)보다 비싼데, 우리나라 소비자가 '글로벌 호구냐'는 것이었다.모든 재화에는 대체재가 있는데이 기사를 본 이틀 후, 추경호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요구 기사가 났다. 내용은 국제 밀 가격 인상으로 라면회사들이 가격을 인상했으니, 절반 정도로 밀값이 내린 지금
"제비요? 알아요!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그 엄청 똑똑한 동물 맞죠?"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순간 귀를 의심했다.제비를 본 적은 없냐는 내 질문에 아이는 크게 놀라며 "제비가 진짜 새라고요? 용이나 해태 같은 상상 속의 동물 아니었어요?"우리는 둘 다 각자의 놀람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제비는 인공부화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인공둥지도 성공률이 낮다. 몸집이 작다고 하지만 빠르게 넓은 곳을 날아다니는 새라서 동물원 같은 인공적인 공간에서 보호하는 것도 어렵다. 지방에 갈 일이 있어서, 제비를 볼 기회가 있어서 “저게 제비야” 하
미국 보스턴에 사는 한인 2세 김솔 군이 미국 고등학생의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장학생(Presidential Scholar)에 선발됐다고 한다. 올해 미국 고교 졸업예정자는 370여만 명으로, 대통령 장학생은 50개 주마다 최우수 남녀학생 2명 등 161명을 뽑는데, 여기에 우리 교민 2세가 매사추세츠주 대표로 뽑힌 것이다.대통령 장학생의 선발 조건은 엄격하다. 미국 교육부는 매년 미 전역 및 해외에 나가 있는 고교 졸업예정자 가운데 학업성취도, 리더십, 봉사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정한다. 후보 자격은 따로 신청해 얻는 것이 아니
여름이다, 덥다. 야외에 나온 사람들은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치켜든다. 요새는 남자들도 여름에 작은 양산을 가지고 다니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야외가 이럴진대 집 안은 어떻겠는가? 에어컨 틀어 천국이라고? 탄소 저감이 이슈이고 전기료 인상이 줄줄이 예상되고 있는 이때에? 건물도 무언가 양산이나 차양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李光耀, 1923∼2015)가 에어컨이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기계라고 했다던데, 우리는 적도(赤道)의 싱가포르는 아니지 않은가?그동안 건축설계에서 햇빛의 문제는 미술관이나 도서관 등
올 들어 인도 인구가 중국보다 많은 것으로 추계되며 세계에서 사람이 제일 많은 나라가 되었다. 인구 구성면에서 인도는 청년층 인구가 넘쳐나 조만간 노인의 나라가 되는 중국과 대비된다. 지난 30년 가까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잠재력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인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낙관론자들은 21세기가 ‘인도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드러난 인도의 명암을 살핀다. 미국 환대 유발한 기회주의적 외교2014년 이후 계속
3D영화 혁신의 한 획을 그었던 ‘아바타’가 13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천만 관객에 총수익 1조 8889억 원을 기록한 대작임에도 긴 러닝타임이 부담되어 극장에 가지 않았다. 그 후 6개월도 안 돼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아바타 2를 볼 수 있었다.2009년 아바타 1 개봉 당시, 역대 흥행 영화란 간판의 이면에는 여러 해석이 존재했다. ‘뻔한 권선징악 구조, 서부 개척영화, 환경영화, 서구 과학주의, 백인우월주의’라는 후기부터 ‘가상현실의 완벽한 표현’까지. 13년이 흐른 뒤, 아바타 2에 대한 평가 역시나 비슷하게 평행을 이뤘
유럽 문화권을 여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다양한 조형물을 만나게 됩니다. 광장마다 거리마다 모퉁이마다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은데, 오래된 고도(古都)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전쟁과 얽히고설킨 조형물을 빼놓고서는 볼 것이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전쟁 관련 조형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전쟁의 아픔도 컸다는 뜻일 겁니다.가장 대표적인 전쟁 조형물로는 영국 런던 중심가에 있는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Arc de Triomphe), 그리고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B
윤석열 대통령의 대입시험 ‘초고난도 문제(킬러 문항)’ 배제 지시로 야당과 학원가가 시끄럽다. “대통령이 알지도 못하면서 대입 출제 문제를 언급,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능시험이 5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혼선을 줘 학생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한다.킬러 문항은 교과서 범위 밖에서, 문제를 배배 꽈 지극히 풀기 어렵게 출제된 문제를 말한다.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수험생을 골탕 먹이고 떨어뜨리기 위해 내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풀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지난주 파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ㆍ프랑스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처음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이 엘리제궁을 방문, 양자회담을 가진 것은 2018년 10월 이후 거의 5년 만이다.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 출신으로 정계 투신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국고보조금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타 쓰는 시민사회단체들도 투명성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보조금 비리를 ‘부패와 이권의 카르텔’로 규정하고, 이는 혈세의 낭비일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고까지 말했다. 백 번 들어도 옳은 말이다. 그동안 정부가 보조금 비리를 알고도 방관하고 있었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현장에서도 기부금, 보조금 운용을 투명성의 준거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4월에 이미 완료된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일컬어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이라 한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나 중국의 장가계와 같이 웅장하고 경이로운 모습은 없지만, 철마다 그 빛깔을 달리하는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말 그대로 비단에 수놓은 고운 빛깔의 화려한 무늬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어 전국 어디를 가나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진다.마치 늘 접하는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땅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한국의 산과 물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상으로
결혼 의례의 변화가 눈부시다. 새삼 의례(ritual)에 눈길이 가는 건,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디테일의 변화 속에 의외로 곱씹어야 할 의미가 담겨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6.25전쟁 중인 1952년 혼례를 올린 (친정) 엄마는 하얀 한복에 하얀 면사포를 쓰고 부케를 들고 있었고, 아버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즐겨 입는 연미복에 나비넥타이 차림이었다. 10여 년이 지나 1963년 결혼한 막내이모는 사진 속에서 허리 라인이 잘록한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 보아도 무척 세련된 모습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빈곤의 늪을 지나
민주당이 개딸(개혁의 딸) 문제로 계속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는 지지 세력인 개딸을 버릴 수 없지만 통제가 쉽지 않아 고민이다. 한편 비명계는 개딸의 극단주의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장애물이어서 정치적 결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곧 출범하는 민주당 혁신위가 좋은 해법을 제시해야 할 판이다.도대체 개딸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런 상반된 평가가 나오나? 개딸은 오늘날 가장 활발한 팬덤(fandom)이다. 어른들은 이 단어가 생소할 텐데, 광신자(fanatic) 또는 팬(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