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입시험 ‘초고난도 문제(킬러 문항)’ 배제 지시로 야당과 학원가가 시끄럽다. “대통령이 알지도 못하면서 대입 출제 문제를 언급,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능시험이 5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혼선을 줘 학생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한다.킬러 문항은 교과서 범위 밖에서, 문제를 배배 꽈 지극히 풀기 어렵게 출제된 문제를 말한다.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수험생을 골탕 먹이고 떨어뜨리기 위해 내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풀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지난주 파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ㆍ프랑스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처음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이 엘리제궁을 방문, 양자회담을 가진 것은 2018년 10월 이후 거의 5년 만이다.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 출신으로 정계 투신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국고보조금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타 쓰는 시민사회단체들도 투명성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보조금 비리를 ‘부패와 이권의 카르텔’로 규정하고, 이는 혈세의 낭비일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고까지 말했다. 백 번 들어도 옳은 말이다. 그동안 정부가 보조금 비리를 알고도 방관하고 있었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현장에서도 기부금, 보조금 운용을 투명성의 준거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4월에 이미 완료된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일컬어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이라 한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나 중국의 장가계와 같이 웅장하고 경이로운 모습은 없지만, 철마다 그 빛깔을 달리하는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말 그대로 비단에 수놓은 고운 빛깔의 화려한 무늬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어 전국 어디를 가나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진다.마치 늘 접하는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땅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한국의 산과 물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상으로
결혼 의례의 변화가 눈부시다. 새삼 의례(ritual)에 눈길이 가는 건,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디테일의 변화 속에 의외로 곱씹어야 할 의미가 담겨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6.25전쟁 중인 1952년 혼례를 올린 (친정) 엄마는 하얀 한복에 하얀 면사포를 쓰고 부케를 들고 있었고, 아버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즐겨 입는 연미복에 나비넥타이 차림이었다. 10여 년이 지나 1963년 결혼한 막내이모는 사진 속에서 허리 라인이 잘록한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 보아도 무척 세련된 모습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빈곤의 늪을 지나
민주당이 개딸(개혁의 딸) 문제로 계속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는 지지 세력인 개딸을 버릴 수 없지만 통제가 쉽지 않아 고민이다. 한편 비명계는 개딸의 극단주의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장애물이어서 정치적 결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곧 출범하는 민주당 혁신위가 좋은 해법을 제시해야 할 판이다.도대체 개딸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런 상반된 평가가 나오나? 개딸은 오늘날 가장 활발한 팬덤(fandom)이다. 어른들은 이 단어가 생소할 텐데, 광신자(fanatic) 또는 팬(f
내가 삼손이라 치면 내 힘은 메모 앱인 ‘에버노트(Evernote)’에 들어 있었다. 삼손은 애인 데릴라에 속아서 머리칼이 잘려 힘이 사라졌지만 멍청한 나는 한순간 손가락을 잘못 놀려 내 힘의 원천을 날려 버렸다.나는 책에서 찾아낸 위대한 작가/사상가들의 말을 이 에버노트에 저장해왔다. 내 글이 힘 있어 보였다면 거의 이 앱 덕분이었다. 필요할 때 여기서 좋은 말을 꺼내서 내 글에 섞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 에버노트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복원하려 온갖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에버노트라는 앱이 있다는 건 무슨 책을
5월에 낭독극 공연이 있었다.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바냐 아저씨’였다. 바냐 역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공연이라기보다는 아마추어들이 석 달간의 연습 후,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발표회 형식이었다.낭독극은 무대장치나 조명, 의상, 분장 등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고 배우들이 대본을 보면서 진행하는 색다른 방식의 연극이다. 낭독극은 연극 제작 전에 투자자를 찾기 위한 시사회 형태의 읽기 공연으로 활용되다가 연극제에 참가하는 출품작을 심사하는 방편으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연의 한 장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일본이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본이 과거에 수차 사과나 유감을 표명했다고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안함 폭침이나 6·25 남침 등 북한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이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의 태도를 보면 일본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 마지못해 북한의 소행을 인정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천안함 폭침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태도를 비교해 보자. 지난 5월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지난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1972년 6월 5일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를 놓고 처음으로 ‘유엔 인간환경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Human Environment)’가 열렸고, ‘유엔 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되었다. 특히 환경 관련 국제기구로선 처음인 UNEP(유엔환경계획)가 탄생된 날이기도 하다. 그해 제27차 유엔총회에서 환경의 날이 제정되었다.우리나라는 1996년에 와서야 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로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서 황제제 전제정치를 일소하는 개혁을 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어도 역사상 지속되어 온 ‘공적 노예’ 상태를 벗어났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재산권과 개인의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공산당 일당 독재와 계획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므로, 전제정치 못지않게 억압적이고, 경제적 파이를 키울 수 없어서 국민은 ‘사실상 노예’ 상태를 지속했다.이런 상태를 덩사오핑(鄧小平)은 계획경제체제 대신 공산당 일당 독재에 시장경제체제를 접목하는 방법으로 돌파했다. ‘개발독재체제’라고 부르는 이 시스
누구에게나 인생 드라마가 있겠으나, 내게는 높은 시청률 속에서 세 번째 시즌을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다. 전문 문화평론가도 아니고 아직 종영 전이라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시즌1의 1화부터 지난주 방영된 시즌3의 14화까지 모든 회차를 시청한 애청자로서 이렇게까지 강한 고민과 토론 거리를 제공하는 드라마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소감을 나누고자 한다. 드라마의 내용이 노출될 수 있으니 아직 다 못 보신 분은 서둘러 14화까지 보고 이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다.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개인사로 인하여 시골 병원에
”대한민국이 연맹배 제1회 국제축구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지난달 20일 이런 우승 소식이 나왔지만 우리들은 주목하지 않았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건 사실 엄청 기쁜 소식이었다. 정식 대회 명칭은 국제드론연맹배 제1회 국제드론축구대회. 인천 송도 국제컨벤시아에서 5월 20일 끝난 국제드론축구대회에서 한국이 당당히 우승했다는 소식이다."아니 뭐, 드론 축구? 그런 게 있나요? 그리고 그거 우승하는 게 뭐 기쁜 소식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하실 것인데, 그것도 그럴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우선 궁금한 것은 드론으로 축
번잡하고 소란한 세상을 뒤로하고 곁으로 거울연못이 이끄는 길을 오르면 조용하며 어두운 통로가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연결한다. 이제 어슴푸레한 밝음 속 넓은 공간에 천년의 미소와 비밀을 품고 나란히 앉은 반가사유상이 우리를 맞아들인다. 설핏 기울어진 벽과 바닥이 만들어 내는 공간과 빛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사유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한다. 우리는 이제 두 점의 반가사유상에 집중하며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두 보살님이 인도하는 사유의 공간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별도로 설치된 ‘사유의 방’(2021년 개장)에 대한 찬
미국 재무부가 돈이 떨어져 만기가 된 빚을 못 갚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시한이 지난주였다. 다행히도 현 부채한도(31조 4000억 달러)는 2년간 유예하고, 향후 2개 회계년도 예산지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간의 협상이 타결되었다. 좌불안석이던 국제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 중앙은행들도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니어서 주안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첫째, 민주당이 장악했던 하원이 선제적으로 부채한도를 조정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작년 11월 하원의원
평일에 연차를 내서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마침 엄마도 쉬는 날이라 하셔서 우리는 모처럼 밖에 나가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우리 동네 맥도날드 뒤편에는 엄마와 내가 참 좋아하는 감자옹심이(강원도 음식으로 감자와 녹말이 든 새알)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이곳에 오면 ‘감자옹심이+메밀 칼국수’ 메뉴를 주문한다. 가끔은 왕만두 한 접시를 곁들이기도 한다. 한가한 우리 동네치고는 줄을 서서 먹는 게 영 어색하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웬만큼 잘 알려진 장소인 것 같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식당에서 인사를 잘해주는 싹싹한 종업원들은 기다리
국내 문화예술계에 부는 훈풍이 자못 감미롭기까지 합니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미술품이 해외에서 ‘몰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소장품이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고 새로운 하나의 이정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중 영국이 그리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re, 1564~1616)의 유일한 초상화가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찾아온 것이 많은 걸 대변해줍니다.연이어 지난해에는 ‘합스부
“저 론 디샌티스는 위대한 미국의 복귀(our Great American Comeback)를 이끌기 위해 출마합니다.” 미국 공화당의 내년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의 잠재적 맞수로 거론돼 온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45)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주 SNS 동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선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4년 전 대선 구호를 연상시킨다.영상 게재 직후 디샌티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의 음성 채팅 플랫폼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 좌석 10만 석이 단 30여 분 만에 매진되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공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첫 전국 단독 투어 콘서트는 매회 전석 매진이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있게 느끼는 것에 열광하고 돈을 소비한다.사람들이 기부하는 데도 ‘팬심’이 생기면 어떨까.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공익사업의 필요성과 가치는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공익법인의 시작은 잘 모른다. 누가 언제 왜 이 단체를 설립했는지를 찾아보면 소설보다 몰입도가 높은 ‘인생을 건’ 단
1960년대 경제개발과 더불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급수 수요가 늘어났지만, 높은 지대까지 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동네 샘터나 수도가 있는 아랫동네에서 물을 길어다 먹게 되었다. 북청물장수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산동네 어머니와 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만 하는 물 부족 애환의 시절이었다. 당시에 동네 뒷산 약수(藥水)터엔 할아버지 아버지들이 새벽 운동 삼아 물통 한두 개씩 들고 와서 물을 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자꾸만 감기려는 눈꺼풀을 비비면서 할아버지 아버지 손에 이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