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임철순 주필] 요즘 페이스북에 20대 시절의 사진 올리기가 유행하는 이유는 뭘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청춘을 회상하며 그때의 활력과 패기를 되살리려 하는 걸까. 이른바 ‘리즈시절’을 공개하고 남과 소통함으로써 코로나시대의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새로운 놀이일까. 온갖 범죄와 패악, 패륜과 막말로 찌든 세상에서 젊음의 순수를 동경하는 걸까. 아니면 이해인 수녀의 시 ‘내 나이 가을에 서서’라는 제목처럼 삶의 가을을 맞아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남들에게 관대해지고 싶어져서 그런 걸까.누가 젊은 시절의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
[데일리임팩트 임철순 주필] 김승원이라는 국회의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GSGG’라고 욕한 것은 청사든 흑사든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파천황적 ‘업적’이다. 그런 말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파벳 넉 자로 고급지게 만든 욕 ‘개새끼’를 알게 했고, 그런 욕을 하고 싶어도 체면 때문에 참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으니 이게 어디 보통 업적인가.대체 어떤 사람이관대 신천지가 안전(眼前)에 전개되는 전인미답의 언어 구사로 새 지평을 열었는지 궁금해서 본인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국회 홈페이지 등을 뒤져보았다
소설은 이야기다. 사전적인 의미의 이야기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이다. 혹은 자신이 경험한 지난 일이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남에게 일러주는 말이다.소설에서 이야기는 사건을 뜻한다. 이야기도 그렇겠지만 사건도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 바둑을 두면서, 혹은 밥을 먹으면서 대뜸 “땅벌의 침이 그렇게 독한 줄 몰랐어.”라고 뜬금없이 말한다면 듣는 쪽에서는 “왜?”라고 반문을 하거나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땅벌에 쏘인 사건을 말해주려면 땅벌이 있는 곳에 가게 된
소설은 이야기이고, 시는 노래라고 하면 대체로 맞는 말이다.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정보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느낀 점을 곁들여서 전해준다. 정보만 전해주면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된다. 똑같은 정보라도 화자(話者)의 느낌이나 견해를 곁들여 듣게 되면 전혀 다른 정보처럼 받아들여져 기억에 저장된다.노래를 부를 때도 가성(假聲)을 내지 말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부르면 박수를 받는다. 사람마다 사물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달라서 알고 있는 노래도 특별하게 들린다. 시를 쓸 때도 시적 대상을 진실한 시선으로
[데일리임팩트 임철순 주필] 전직 고위 공직자 중에 무슨 계기만 있으면 지인에게 붓글씨로 인사장을 써 보내는 분이 있다. 최근 이분이 ‘大象無形(대상무형) 辛丑年 象牙日(신축년 상아일)’이라는 말을 써 보냈다고 한다. 象(코끼리 상)이 衆(무리 중) 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대상무형’은 노자 도덕경 41장에 나오는 말이다. 지극히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 즉 무한한 것은 오히려 인간의 감각으로는 인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상아일은 뭔가? 상아는 코끼리의 위턱에 있는 송곳니가 엄니 모양으로 길게 자란 것을 말한다. 알고 보니 이걸 써
일반적인 소설작법에서는 ‘소설을 쓰는 작법론’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고 있다. 이같은 커리큘럼은, 정해진 분량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소설을 처음 쓰는 초보자들을 위한 작법론이라면 ‘원고 분량 채우기’에 최소한 50% 이상을 할애해야 한다. 원고를 완성할 능력도 없는 초보자들에게 이론적인 작법론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자문도 못 외우는 학동에게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강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산 정상에 오를 준비와 자신감이 있어야 길옆에 서 있는 꽃이나 나무를 살피고 하늘도 보게 되는 것
도시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씨족을 중심으로 부족을 이루고 서로 도우며 성장해왔다. 작은 단위 마을공동체는 국가가 세워진 뒤에도 기초가 되고 생산 뿌리가 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개인 이기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을의 의미는 퇴색돼 갔다. 척박함 속에서 다시 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한 곳은 마을을 이루고, 또 한 곳은 한집에 모여 산다. 비슷한 듯 다른 이들. 함께 사는 이유는 뭘까?성미산마을공동체, 마을공동체의 표본이 되다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일대에 있는 성미산마을공동체는 완전하게 삶
그는 눈빛이 맑은 사람이다. 상냥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대화하고, 깊은 관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버려진 돌부리 하나도 소중히 보고 결국에는 의미를 밝혀내는 일을 하는 사람, 신탁근 온양민속박물관 상임고문(74)을 만났다.인터뷰 약속을 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를 부르는 곳이 여전히 많아서다. 신탁근 고문은 온양민속박물관에서의 직책 말고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위원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 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등재추진단’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프레
올여름, 무지하게 덥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입추를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좀 나아졌지만, 지난해보다 에어컨을 트는 날이 훨씬 늘었다. 올해 전국 최고 기온이 36.7도에 육박했고 앞으로도 폭염과 열대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뉴스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힘들고 더위로 지친 여름, 잠이라도 잘 자야 하지 않을까. 더운 여름밤을 잠들게 해주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봤다.열대야로 잠 설치는 여름밤여름이 되면 밤잠을 설치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찾아볼 수 없지만, 여름밤 더위를 피해 한강 공원에서 잠을 청하는
시니어타운을 건립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우선,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60세 이상 노년층이 즐겁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장소여야 한다. 서비스하는 처지에서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각자 다르게 살아온 입주자들의 눈높이에 제대로 맞춰야 한다. 세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물량을 투입하고 잘 만든 시니어타운이라도 오래도록 지속할 거라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있는 노블레스타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강북지역의 대표적 시니어 주거노블레스타워는 2007년 생긴 이래 입소문과 함께 나날이 발전해온
처음에 누군가 “안산 참 예뻐”라는 말을 했을 때 경기도 안산을 생각했다. 요즘은 아마 ‘2020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3관왕을 한 양궁선수 안산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산은 서울 서대문에 있는 295.9m 높이의 산이다. 이곳에 걷기 좋은 무장애 길인 ‘안산자락길’이 조성돼 있다. 8월에 찾아간 산책길은 안산자락길이다.순국선열의 뜨거운 열정을 새기다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무악재역, 홍제역과 가깝고 서대문구청이나 서대문독립공원 뒤편으로 진입할 수 있다. 안산자락길은 특히 벚꽃 명소로 인기 있다. 벚꽃이 피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든 지 어언 1년 반이 훌쩍 지나갔다. 잠시 방심이라도 하면 잦아들던 전염병이 다시 기승이다. 하루 2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다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삶의 연속이다. 전 같지 않은 생활에 적응하며 사는 만큼이나 상황에 맞춰 신종 금융사기 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보이스피싱, 스미싱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온다. 매일 몇 번씩 대출 관련 문자와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나이 어린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지만, 시니어는 늘 사기 범죄 먹잇
[미디어SR 임철순 주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환갑잔치를 벌여 미국이 며칠동안 시끄러웠다. 지난 7일 매사추세츠 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섬의 저택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오프라 윈프리, 비욘세를 비롯한 연예인 등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미국은 지금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는데 백신을 맞으라, 마스크를 쓰라며 국민 설득에 앞장서던 전직 대통령이 이런 행사를 벌이고 하루 종일 춤을 추었다니 시끄러
예전에 한국문인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소설가들의 하루 평균 집필 시간은 2시간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신경숙, 김탁환, 장강명 등 유명 소설가들의 하루 평균 집필 시간은 2시간을 훨씬 넘는다. 장강명의 경우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 8시간 이상씩 소설을 쓴다고 한다.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라 할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는 정상적으로 문학수업을 받은 적이 없고, 스물아홉 살에 처음 소설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13가지 방식’에서 ‘하루에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쓴다’라고 밝혔다.소설은 하루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은 어렵고 시는 쉽다’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소설이 어려운 이유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이다. 시가 쉬운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분량이 짧다는 점을 앞세운다. 소설에서 특별한 재능의 핵심은 감히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분량’에 있다. 200자 원고지 1000매 분량을 쓰려면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소설의 분량에 대해서 누차 언급하는 이유는 ‘소설 쓰기가 어렵다’라는 강박관념을 버리지 않는 이상 완결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모든 예술은 어렵다.
[미디어SR 임철순 주필] 대선 출마 선언에 이어 한 달 여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활동 폭이 한층 더 넓어졌다. 그런데 고개를 너무 많이 돌린다거나 실언이 잦다거나 ‘쥴리’ 논란으로 조용한 날이 거의 없다. 지지율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다.하지만 그런 것보다 내가 더 궁금했던 건 그가 자기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느냐였다. 그동안 아나운서나 기자들이 방송에서 부르는 이름이 윤서결, 윤성녈 등으로 계속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의 독자들도 맨 첫 문장을 읽으면서 자기가 익숙한 대로 발음을 했을 것이다.그는
일기는 경험하지 않은 일을 가식적으로 쓰거나 좋은 말만 찾아서 꾸며 쓰지 않는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을 한마디도 여과 없이 진실하게 쓴다. 그래서 일기 쓰기는 단순한 글쓰기를 떠나서 자신과 일기장과의 은밀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일기장에는 내밀하게 간직하고 있던 비밀도 풀어놓을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서운한 감정이나 힘들었던 일들도 일기장은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 준다.일기 쓰기가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이유 중 첫 번째도 진실하게 쓰는 습관을 기른다는 점에 있다. 두 번째는 꾸
[미디어SR 임철순 주필] 지난 22일 입적(入寂)한 태공당(太空堂) 송월주(宋月珠, 1935~2021) 스님은 생전에 ‘토끼뿔 거북털’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세간을 떠나 깨달음을 구하는 건 토끼의 뿔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육조단경(六祖壇經)’의 ‘이세멱보리(離世覓菩堤) 흡여구토각(恰如求兎角)’과, ‘능엄경(楞嚴經)’의 ‘토각귀모(兔角龜毛, 토끼뿔 거북털)’라는 말에서 뽑은 제목이다.불교는 심산유곡에서 벽을 바라보며 도를 닦는 출세간(出世間)의 종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입세간(入世間)의 현실 문제에 참여해 사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인생 후반기에 대해 고민하던 은퇴 초보자였다. 현재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 준비나 미래설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강단에 선다. 그 결과 알차고 슬기롭게 자신의 인생에 몰입하며 살고 있노라고 말한다. 김홍관 힘멜미래설계연구소 대표(66)를 만나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조언을 들어봤다.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김홍관 대표는 젊은 시절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상업은행에 입사해 우리금융그룹 상무로 정년을 맞을 때까지 줄곧 한 회사에서만 일했다. 이후 법정관리 회
버스타고 가면서 문득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차창에 비친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파리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유난히 눈에 쏙 들어왔기 때문이다.“아파트 단지 사이 공원 이름이 왜 ‘파리공원’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을 머금은 채 초록빛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 2, 3단지와 5단지에 사이에는 파리공원이라는 이름의 고즈넉한 작은 공원이 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농구를 하는 모습, 어르신들이 정자에 앉아있는 모습 등 여느 공원과 같은 평범해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코로나19가 아니었다